세미원 대표이사추천위원장, 시대착오적 성차별 언사

1·2위 점수차 48점… “애초부터 불공정 게임” 비난
세미원 노조 “강경대응”… ‘회전문 인사’ 파장일 듯

 

(재)세미원이 최악의 경우로 치닫고 있다. 대표이사 추천위원회 위원장은 여성이 세미원 대표이사가 될 수 없다는 취지의 성차별적 언사를 아무렇지 않게 내뱉고, 면접심사에서 1·2위 후보의 점수 차가 무려 50점 가깝게 벌어져 처음부터 불공정한 심사라는 비난이 거세게 일고 있다. 당장 세미원노동조합은 규탄집회를 열기로 하는 등 전면전을 예고한 상태다.

세미원 대표이사 추천위원회(위원장 최영식 전 군의원)는 지난 14일 3차 회의를 열고 대표이사 후보 5명에 대한 면접심사를 실시했다. 추천위는 앞서 지난 7일 서류심사를 통해 11명의 응모자 가운데 5명을 선발했다.

면접심사 결과 기노준 전 세미원 사무국장과 홍정석 현 세미원 이사가 1·2위로 추천됐다. 이들 가운데 차기 대표이사는 오는 21일 이사회에서 최종 선정·의결해 이사장이 임명할 예정이다.

문제는 최영식 위원장이 기노준 후보에게 만점에 가까운 97점을 준 반면 홍정석 후보에겐 낙제점인 49점을 배점했다는 것이다. 무려 50점에 이르는 격차다. 후보들 간 최저·최고점이 통상 10점 안팎인 것에 견줘보면 현실적으로 나올 수 없는 점수 격차다. 최 위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4명의 추천위원들이 이 점수 차를 극복하려면 반대의 경우로 배점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 위원장의 비정상적인 배점 탓에 다른 추천위원들은 결국 심사에 참여한 의미가 사라진 셈이다.

이에 대해 최 위원장은 “연봉의 60%를 반납해 운영비를 절감하겠다고 한 기노준 후보의 발표에 감동을 받아 점수를 많이 준 것”이라며 “반면, 홍정석 후보는 노동력을 창출해야 할 세미원에서 다양한 사업을 해야 하는데 대표이사 업무를 수행하기엔 여성으로서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 “홍 후보는 앞으로 여성의 대표로서 지역에서 활발한 정치 활동을 이어가길 바란다”고 했다. 기 후보에 대해선 “읍·면장을 한 경력과 열심히 하고자 하는 의욕, 9개월간 사무국장으로 있으면서 업무를 잘 파악하고 있는 점도 높은 배점의 요인이 됐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의 말을 종합하면 업무수행능력과 상관없이 그가 여성이라는 점이 절대적인 감점요소가 됐다는 뜻이다. 또 ‘정치활동’을 언급한 것은 홍 후보에 대한 사적인 편견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세미원 대표이사 모집공고에 밝힌 업무수행에 필요한 풍부한 학식과 경험, 조직관리 능력, 공공기관 경영능력 등의 자격요건은 처음부터 고려되지 않았다.

반면, 기 후보에 대해선 그의 공직 경험을 대표이사 업무수행의 중요한 요소로 삼았다. 세미원이 모집공고에서 내세운 ‘정원문화와 문화예술 분야의 전문성, 경영능력 겸비’보다 단순히 공직 경험을 우선했다는 뜻이다.

세미원은 오는 28일 임기만료를 앞둔 이훈석 대표이사의 예산 오·남용 등 전방위적 불·탈법 행위로 지난 9월5일 감사원 감사를 초래했다. 감사원은 이 대표이사가 지난달 27일 감사원을 성토하며 자살을 암시하는 편지를 쓰고 잠적하자 감사를 중단한 상태다. 이 대표이사는 이후 신원이 확인됐고, 14일 현재까지 세미원에 출근하지 않은 채 서울과 지방을 오가는 것으로 파악됐다.

세미원 대표이사 추천위가 기노준 후보를 1위로 선정함에 따라 일각에서 제기됐던 ‘이훈석 상근 명예대표이사-기노준 대표이사’ 시나리오가 마침내 현실로 나타나는 신호가 아니냐는 우려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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