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국장 못해먹겠다”…실무책임 내팽개쳐

“세미원, 조직시스템 부재 탓”이라던 부군수 발언에도
감사원 감사중단·대표이사 모집공고 나자 곧바로 사표

대표이사직 응모,
‘사전교감’ 있었나

 

“기분 나쁘고 더러워서 못해먹겠다. 다음엔 이사를 하든지 해야지….” 이사장과 대표이사를 제외한 (재)세미원의 최고 실무책임자인 기노준 사무국장이 지난 1일 전격 사표를 냈다.

감사원이 회계 및 운영 전반에 대한 예비감사에 착수한 지난 9월6일, 세미원은 이사회를 개최했다. 기 국장은 이사들에게 감사원이 감사에 착수한 연유와 내년도 양평군 출연금 5억원 신청안 등을 설명했다. 얼마 전까지 양평군청 서기관이던 자신이 이사들의 질문과 지적 등에 답변해야 할 위치에 있음을 발견하자 못마땅했을 것이다.

사무국장을 못해먹겠다던 기 국장은 대표이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한 군의원은 “세미원 파행 운영을 잘 수습해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는 사무국장이 그 의무를 망각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세미원 내부에서는 “감사원 감사가 중단되고, 대표이사 모집공고가 나자 곧바로 응모한 사실이 놀랍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출근해서 커피 한 잔 한 뒤 신문을 보고 구두를 닦는다. 점심식사 후 책상에서 낮잠을 잔 뒤 세미원을 한 바퀴 돌면서 현장 직원들에게 이런저런 지적을 하고는 퇴근한다.” 세미원 직원들이 전하는 기 국장의 일과다. 세미원의 여러 의혹들에 대한 본지의 질문에도 그는 “들어온 지 얼마 안 돼 잘 모르니 나에게 묻지 말라”고만 했다.

기 국장은 사무보다는 차기 대표이사 선출에 더 관심을 기울였다. 특정인과 접촉해 대표이사를 권유하는가 하면 대표이사 추천위원회 구성에도 깊이 관여했다. 그러는 사이 고용노동부의 지역맞춤형 일자리창출 지원사업 보조금 중 일부가 이훈석 대표이사의 수행인력(운전비서) 인건비로 지출되는 등 엉뚱한 곳에 쓰여도 그는 “뭐가 문제냐”고 했다.

올해 3월 1년 계약직으로 입사한 기 국장은 임기가 남아 있는데다 계약을 연장할 수도 있다. 그런 그가 안정적인 직장을 버리고 대표이사에 응모한 것을 두고 지역정가에서는 “‘누가 다리를 놓아 윗선과 사전에 직접적인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가설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훈석 대표가 지난달 27일 자살을 암시하는 편지를 쓰고 잠적하자 감사원은 감사를 중단했다. 이 대표는 그 후 서울 중구, 대전 유성구 등을 다닌 사실이 경찰의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통해 확인됐고, 현재는 양평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 중단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일각에서는 ‘이훈석 명예대표이사(상근), 기노준 대표이사’ 시나리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시설비 투자는 몰라도 세미원에 더 이상 운영비 출연은 없다”며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세미원 이사장인 김성재 부군수는 지난달 22일 “국정농단 사태가 불통에서 비롯됐듯이 세미원도 의사결정구조 등 조직 내 소통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감사 이후 세미원에 대한 조직개편과 운영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공직자는 “조직 정비의 중심에 서야 할 기 국장이 이사장의 말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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