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수 곡수초 학부모
정병수 곡수초 학부모

생각해보니 오늘 밥을 한끼도 먹지 못했다. 마을주민분들, 학부모님들과 함께 양평군청, 교육지원청을 돌아다니다 보니 끼니 챙기는 것도 잊은 채 어느덧 해는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지평면 곡수리는 요즘 시끌시끌하다. 콘크리트 흄관 제조업체가 레미콘 공장으로의 업종 변경 신청을 한 것이다. 업체가 변경 신청 전에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아 뒤늦게 알게 된 주민들과 인근 곡수초 학부모들은 부랴부랴 반대운동에 뛰어들었다. 곡수2리 주민들은 불과 5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레미콘 공장이 돌아간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한 상태이며 곡수초 학부모들은 학교로부터 144미터 떨어진 곳에 레미콘 공장이 돌아간다는 사실에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학교 주변의 정화구역에 대해 명시해놓은 교육환경법 제9조는 상대정화구역 200미터를 설정하고 이 구역 안에 금지시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지시설이 들어올 경우, 교육감이 임명한 13명의 심의위원과 함께 위원회를 열어 반대하면 허가를 내어줄 수 없게 되어있는 법이다.

나는 이 법을 통해 허가를 막아보려 경기도 교육청, 양평교육지원청에 수없이 문의한 결과,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레미콘공장이 곡수초 주변 상대정화구역 200미터 안에 들어올지라도 교육환경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레미콘공장은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임과 동시에 수질오염물질 배출시설임에도 ‘배출허용기준 초과’라는 단서에 의해 ‘배출기준’만 충족하면 허가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업체가 제출하는 ‘배출기준’은 시뮬레이션으로 만들어진 수치이다. 공장이 실제로 돌아가지도 않은 상태에서 수치를 뽑아내는 것이다.

교육환경법 9조에서 금지하는 행위 및 시설을 보면 성인용품점, PC방 등 특정 업종을 겨냥한 조항들이 눈에 띈다. 레미콘공장은 업종코드 2332로써 콘크리트, 시멘트 공장 또한 같은 업종코드를 가지며 세부업종코드로 나뉘게 된다. 학교주변 200미터 내에 PC방 업종은 금지시설로 규정하고 시멘트 관련 업종은 기준만 충족하면 금지시설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시멘트 관련 업종 즉 업종코드 2332가 금지시설에 해당되도록 명시하는 교육환경법 제9조의 개정을 제안한다. 혹은 지방의회가 나서서 법령 테두리 안에서 조례를 발의하고 시행을 하는 것을 제안한다. 너무나 상식적인 것들이지 않은가?

나는 개발자로서 수없이 많은 코드와 씨름하며 20년을 살아왔다. 목표한 동작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하고 논리적으로 대응하도록 코딩을 했음에도 단 한 번도 완벽한 코드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버그 즉 문제는 반드시 발생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디버깅 즉 업데이트를 해야만 했다.

완벽한 법은 없다. 법은 꾸준히 개정돼 왔으며 교육환경법 또한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교육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 학교를 보호하지 못하면 국회를 통해 법을 개정하던지 지방의회를 통해 조례를 발의해 통과시키던지 디버깅을 하면 된다.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았으면 법을 개정하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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