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지방공사는 양평군이 100% 출자한 공기업이다. 군민 세금으로 만든 친환경농산물 유통회사로 사업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겼지만 회사에 대한 모든 책임은 양평군이 지는 구조다. 그러나 양평군은 최근 벌어지고 있는 양평지방공사 사태에 대해 어떠한 책임있는 자세도 보이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주민 혈세 268억원을 쏟아 부었지만 매년 30억원 이상의 적자를 면하지 못하는 지방공사. 세 살 어린아이라도 이런 사업이라면 진작 포기했을 법한데 양평군은 무엇 때문에 유통사업에 목을 매고 있었을까? 그리고 양평군의회는 이러한 지방공사를 왜 지켜보고만 있었을까?
 
「양평시민의소리」는 양평군과 지방공사 측이 이번 사태와 관련한 검찰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어떠한 자료도 내놓지 않는 관계로 2008년 공사 설립부터 최근까지의 군의회 회의록을 토대로 지방공사의 지난 행적을 추적해 보았다. 양평군과 지방공사, 과연 이들 사이에는 어떤 문제가 숨어있는 것일까?
  
태생부터 많은 문제 안고 시작한 지방공사
  
2005년 12월 출범한 영농조합법인 ‘물맑은 양평유통사업단’은 양평지방공사의 전신이다. 양평지역의 친환경농산물을 관리, 유통, 판매해 농가에 도움을 주고 지역의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설립됐지만, 지금의 지방공사가 그러하듯 매년 적자운영을 면치 못했다.
 
2007년 12월 양평군의회는 유통사업단의 지속적인 적자 발생에 대해 폭넓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당시 의원들은 유통사업단의 방만한 조직운영, 과도한 관리비용, 학교급식에 집중된 유통사업의 방향전환 등을 문제의 핵심으로 거론했다.
 
집행부는 의회의 이 같은 지적을 대부분 인정하고 개선 방향을 모색했다. 김선교 군수는 유통사업단의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 지방공사로의 전환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 군수는 “유통사업단이 그동안 문제점을 많이 안고 있었다. 공직자가 바이어 역할을 하다 보니 공무원에 대한 법적인 한계로 유통사업단을 공사로 바꿔야만 한다”며 “전문 CEO를 채용해서 책임경영을 통해 이미지를 확 바꿔놓겠다”고 장밋빛 미래를 약속했다.
 
그리고 2008년 4월 당시 친환경농업과 최경준 과장이 보고한 유통사업단의 2007년 운영전반을 살펴보면, 전체 매출액 81억3400만원 중 영업수익을 올리는데 필요한 비용인 매출원가 73억7500만원을 제하고 7억5900만원의 매출이익을 올렸으나 이 가운데 인건비를 포함한 판매관리비가 매출액의 무려 40.6%(33억300만원)을 차지하고 있다. 이 당시 전체 직원은 70명에 달했다.
 
이에 대해 당시 최 과장은 “일자리 창출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관내 주민을 우선 채용하다보니 유통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고 운영체계 또한 아직 걸음마단계여서 경쟁력이 취약한 것이 사실”이라며 비전문적이고 방대한 조직운영을 인정했다.
 
최 과장은 또 “조직경영 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업무 매뉴얼의 전산시스템을 구축해 업무처리와 조직운영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답변했다.
 
유통사업단은 결국 2008년 7월 19억원의 누적적자와 30억3500만원의 부채를 그대로 안고 ‘양평지방공사’라는 공기업으로 전환하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한다.
 
하지만 김선교 군수가 그렇게 자신 있어 하고 장밋빛 비전을 제시했던 지방공사의 출범은 유통사업단이 가지고 있던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했다.
  
양평군 공무원 자녀‧친인척 다수 채용
  
양평지방공사는 2008년 7월 자본금 20억6000만원과 운영경비 15억원을 전액 양평군으로부터 출자 받아 설립됐다. 초대 사장은 전문경영인이자 유통전문가로 알려진 김경재 사장을 영입했다. 하지만 지방공사는 출범 6개월여 만에 스스로 한계를 드러내며 군민들의 희망을 꺾어 버렸다.
 
다음은 2008년 11월 열린 제168회 양평군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오간 질의응답 내용이다.
 
▲박장수 위원 : “지방공사에 양평군 공무원 관련 가족이 근무하는 직원이 있나요?”
▲김경재 사장 : “예, 있다고 들었습니다. 가족들 범위를 어디까지 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마는 꽤 많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당시 유통사업단 직원 70명을 지방공사로 전환하면서 52명까지 감축한다고 했지만 실제 근무자수는 69명으로 변화가 없었다. 더구나 이 직원들 중 상당수는 공무원 자녀 또는 친인척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양평군의회 5‧6대 군의원을 지낸 김덕수 전 의원은 “유통사업단 당시 근무하고 있던 공직자 자녀와 친인척들이 지방공사 전환 시 그대로 승계되어 근무했다”며 “정확한 숫자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꽤 많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방만한 조직운영 재정비와 전문인력 확보로 새롭게 거듭나겠다던 지방공사는 회사의 핵심인 인적 구성과 조직상황을 전혀 개선하지 않았던 것이다. 유통사업단의 만성적자를 낸 가장 큰 요인인 조직개편 없이 우두머리에 유통전문가만 앉힌 격이다. 머리가 아무리 움직이려 해도 몸통이 따라주지 않는 상황이라면 누가 사장으로 오더라도 지방공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김선교 군수는 스스로의 약속을 저버리고 지방공사의 조직을 왜 그대로 내버려 뒀을까?
한국의 공기업 실태를 조사했던 한 전문가는 “한국이 지자체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각 지자체장들은 선거에서 그들을 도왔던 참모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보은을 해야만 했다”며 “그것의 가장 좋은 형태는 공기업을 설립해 좋은 자리를 내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기업의 인사비리는 몇 년 전 부터 한국사회의 지속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시민을 위해 설립한 공기업의 요직에 능력 없는 인사를 임명하다보니 그 밑의 부하직원들 역시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않고 몸을 사린다. 이러다보니 공기업들은 당연히 적자를 내고 부채비율만 키워간다.
 
양평지방공사가 2008년 7월부터 12월까지 6개월간 14억원의 적자를 낸 것은 이러한 문제를 그대로 방증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공기업을 다시 민영화하려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잇다.
 
2010년까지 적자폭을 점점 늘려나가고 결국 부채비율이 7868%까지 불어난 양평지방공사는 전국 일간신문에 ‘한국 최고의 부채비율을 가진 공기업’이라고 보도되며 양평을 충격에 빠트렸다.
  
만성적자 해결책, 과연 없었을까?

 

  
2008년
2009년
2010년
총매출액
58억7400
144억900
226억3400
매출원가
53억1500
134억3000
220억4100
매출이익
5억5900(9.5%)
9억7900(6.8%)
5억9200(2.6%)
관리비
19억1200(32.7%)
34억8000(24.1%)
49억5900(21.9%)
순손실
13억9900
24억9700
44억4400
(표1 2008~2010년 양평지방공사 운영실태 단위:만원)
  
양평지방공사의 매출액은 매년 꾸준히 증가했다. 하지만 매출이 늘어날수록 적자의 폭도 그만큼 커졌다. 일반 기업에서는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표1에서 나타나듯 매출이익이 2008년 9.5%에서 2010년 2.6%로 크게 떨어졌다. 100원짜리 물건을 팔면 2.6원을 번다는 것이다. 매출이익률은 기업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일반적으로 하한선을 30% 이상으로 상정하고 있다. 지역의 친환경농산물을 구매해 농민들에게 이익을 주고자 한다는 취지에서 매출이익이 일반기업의 경우와는 차이가 날 수 밖에 없겠지만, 2.6%라는 수치는 누가 보더라도 말이 안 된다.
 
판매관리비도 초창기에 비해 많이 줄었지만 일반기업에서 요구하는 10~15%를 훌쩍 넘어서고 있다. 
김선교 군수는 ‘지방공사의 매출액이 250억원이 넘으면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될 것’이라는 용역보고서를 제시하며 군의회와 주민들의 불안한 마음을 달랬지만 2010년 총매출이 226억원에 달한데 비해 적자는 오히려 44억원을 넘겨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게 된다. 
 
결국 김경재 사장은 2010년 10월 사표를 제출하고 양평군은 또다시 공사의 조직과 체제개편을 약속한다. 당시 군의회는 지방공사를 가리켜 ‘돈먹는 하마’라는 표현을 써가며 강도 높은 비판과 함께 나름의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상규 의원은 2010년 12월 제186회 양평군의회 정례회 본회의에서 “지금까지 총 151억원의 운영자금이 투입됐지만 지방공사의 적자는 더욱 커지고 있다”며 “이는 2005년 12월 농산물 산지유통센터를 모태로 하여 5년여의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총체적인 관리·감독의 부실과 이로 인한 방만한 운영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당시 친환경농업과 김락수 과장은 “기상이변으로 인해 농산물의 원물가격이 폭등해 적자가 늘었다”는 이유를 댔다.
 
이날 김 과장은 계약재배 물량 확대, 불합리한 급식시스템 개선, 수도권 지역의 급식사업단을 최대한 이용한 학교급식 확충, 농산물 구입 방식 개선, 대도시 판매장 17개소 연말까지 모두 철수 등의 개선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는 그동안 의원들과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지방공사의 친환경농산물 유통방식을 전혀 개선하지 않았다는 말과 같다.
 
당시 이상규 의원의 발언을 그대로 인용한다.
“…여기에서도 보면 급식사업의 문제점이 바로 이겁니다. 우리 관내 농가에서 생산하고 있는 것이 거의 다 엽채류인 반면에 급식사업단에서 요구하는 식자재는 엽채류가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도 계속 관외지역에서 급식사업에 필요한 식자재를 구매하려고고 하니 당연히 물류비가 많이 들고, 구매하는 과정에서도 투명성이 점점 희박해지고 원가가 매출액보다 높아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어요. …우리 농가들로부터 박스(단위로 농산물)를 사다가 급식단에 납품하기 위해 다시 쏟아서 소포장을 하고 거기서 만지다보면 농산물 망실이 되어 또 로스(손실)나는 농산물이 많고, 또 물류비 발생하고, 인건비 발생하고, 이러니까 매출액 100억을 하면 무엇합니까?”
 
이상규 의원은 지난 5일 당시를 회상하면서 “그때 군 관계자들과 지방공사사장, 임직원들에게 수차례 이야기를 했다”며 “학교급식에만 매달리지 말고 대형마트 시장을 개척하고, 급식을 하더라도 개별단위로 하지 말고 중앙사업단에 쌀이나 육류 등의 단일품목 대량 납품으로 구조를 개선하자 등의 의견을 제시했지만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2010년 당시 최고의 적자를 기록한 지방공사는 문제의 정욱 전 사장을 영입하고 당시 69명이던 직원들도 52명으로 줄이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정욱 사장의 ‘제2기 지방공사’는 2011년 총매출액 490억8700만원, 1억3600만원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결국 179억원의 사기사건에 휘말리면서 양평지방공사를 더욱 더 큰 수렁으로 떨어지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자금지원
지급보증
유통사업단 적자이전
19억
30억3500(농업발전기금)
2008
20억6000
  
2009
20억
  
2010
20억
41억1200
2011
20억
토지현물투자 69억
  
2012
20억
40억
188억6000
111억4700
총계
300억700
(표2 양평지방공사 자금지원 현황 단위: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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