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태산…존폐위기 직면

지역의 친환경농산물을 판매할 목적으로 양평군이 160억 원을 출자해 2008년 7월 설립한 양평지방공사가 존폐위기에 처했다. 

 

▲ 양평지방공사

군납업체인 ㅈ유통업체로부터 132억 원의 판매대금을 사기당하고 충북 옥천군 영동축협에는 반대로 물품 구입대금 47억 원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대금반환청구소송을 당했다.

하나는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고, 하나는 사건이 법원에 계류 중이라 아직 명확한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 사건을 접한 양평 시민들은 흔히 ‘멘탈붕괴’ 수준의 충격에 빠졌다.

특히, 집행부나 군의회가 조금만 관심을 기울였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 충격의 파장은 더해지고 있다.

미회수채권 132억 원 누가 책임지나?

먼저 유통업체로부터 당한 사기사건을 들여다보자. 

만성 적자에 시달리며 부실 공기업이라는 오명을 써왔던 지방공사는 2010년 9월 구조조정을 시작으로 친환경농산물 유통전문 공기업으로 탈바꿈해 흑자 전환을 모색하고 같은 해 10월 유통전문가로 알려진 정욱 사장을 공채로 임용하는 등 대대적인 수술에 들어갔다.

새로 사장에 취임한 정 전사장은 기존의 유통판매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2011년 4월 군납전문업체인 ㅈ유통사와 납품계약을 하고 모두 250억 원의 물품을 공급했다. 

그러나 ㅈ유통은 대금지급을 차일피일 미뤘고, 지방공사 측은 사태가 점점 커지자 지난 7월 담보물건 6건에 대한 175억 원의 근저당을 설정했고, 사태의 책임을 물어 10월 2일 정욱 사장을 직위해제했다. 또한 해당 업체 관계자들을 고소하는 등 진화에 나섰지만 결국 132억 원의 금액을 받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정 전사장은 30억 원 이상의 외상거래는 할 수 없고, 40일 이상 판매대금 결재를 미룰 수 없다는 지방공사 내규를 어기고 거래를 진행해왔다.

또한 군납한 물품도 양평지역의 농산물이 아닌 타 지방의 물품을 사와 되파는 형식이어서 지역 농민들의 이익 창출에는 하등 도움이 되지 않았다.

정 전사장의 이러한 행태에 대해 주변에서는 어떠한 제재도 가해지지 않았다.

군의 과장급 인사가 당연직 이사로 들어가 있었고, 팀장급 인사도 지방공사에 파견근무를 하고 있었다. 또한 군의회 의원들도 이러한 사실을 대충이나마 알고 있었지만 그 누구도 정 전사장의 행보에 제동을 걸지 않았다.

지난 22일 임시의회에서 한명현 기획감사실장은 “지난 10월 5일 친환경농업과가 군의 변호사에게 부채 회수 방안에 대한 자문을 구하는 문서를 보고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 문서상으로 지방공사 문제에 대해 처음 작성된 것으로 안다” 고 말했다.

즉, 그동안 단 한 번도 이 문제가 문서로 보고된 바가 없었다는 말이다.

 

▲ 양평지방공사 정욱 전사장

하지만 이날 송요찬 의원은 “제가 사적으로 정욱 사장도 만나고 (양평군청)과장님도 만나면서 ‘이래서는 안된다’고 얘기했지만 결국 사건이 터졌다”고 말해 그동안 정식 보고는 없었지만 누구나 이 사태를 알고 있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다시 말하면 군관계자와 의원들 모두가 이미 사태를 알고는 있었으나 정욱 전사장을 깊이 신뢰했거나 자기의 일이 아니라 방관을 했다는 말이다.

그 결과가 132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사기 당한 것이고, 이 피해는 고스란히 양평 시민들이 몫으로 돌아온다.

현재 군에서는 지방공사 임시 사장으로 녹색성장사업과 이금복 과장을 파견하고 모두 5명으로 구성된 TF를 꾸려 사태 진화에 나섰다.

이들은 확보된 담보물건에 대한 정확한 감정평가와 경매를 통한 현금화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한국의 부동산 시장의 침체와 이 담보물건에 대해 양평군의 순위가 높지 않다는 점을 들어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22일 열린 지방공사 긴급자금 40억에 대한 보증채무에 반대의견을 피력한 박현일 의원은 “이런 사태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 위한 대책이 시급히 마련 되야 한다”며 “첫째 지방공기업법, 지방공사 조례, 한도관리 및 거래 관련내규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고 둘째, 지방공사의 조직관리와 운영상의 문제, 수익성 창출에 대한 노력이 고민되어야 하고 셋째, 부족하나마 마련되어 있는 원칙과 조례를 무시한 이번 사태에 대한 명확한 책임을 물어 관련자 처벌이 있어야 한다. 군민 앞에 한 점 숨김없이 이번 사태의 전말을 공개하고 심판을 받아야 하며 그 뒤에 회생대책을 세워야 무너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옥천 영동축협과 47억원 계약, 사라진 고기는 어디에?

ㅈ유통업체 사건과는 별개로 양평지방공사는 충북 옥천군 영동축협이 축산물 유통거래 납품대금 47억 원을 받지 못했다며 지난 9월 20일 대금반환청구소송을 한 것과 관련, “(옥천영동축협과) 정상적인 계약절차가 진행되지 않았고, 실제로 축산물을 납품받은 사실이 없다”며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우선 옥천영동축협에서 주장하는 내용에 따르면 지난 6월25일 양평지방공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6월29일부터 8월 초까지 소고기, 돼지고기 등을 납품했지만 대금을 전혀 받지 못했다. 양평지방공사 역시 축협으로부터 납품받은 고기를 다시 'ㅈ'업체에 납품했지만 돈을 받지 못했고 결국 공사와 축협 모두 '돈을 떼일 상황'에 놓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지방공사측은 사실 무근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양평지방공사 관계자는 "옥천영동축협과는 그 같은 거래를 한 적도 없으며 지금 터무니없이 소송과 가압류가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영동축협 상임이사는 " 양평지방공사 사장의 이름과 거래도장이 찍힌 계약서류가 있다"며 "결제 대금이 없으니 공사 측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로 상반된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영동지원은 최근 정욱 사장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조사 내용은 아직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이에 정 전 사장에게 직접 통화를 시도했지만 그의 휴대폰은 꺼져 있는 상태였다.

만약 영동축협의 주장대로 정 전사장이 계약을 했다면 지방공사가 뻔히 드러날 일에 대해 거짓 주장을 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는 누가 봐도 이치에 맞지 않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결국 정 전사장이 개인적으로 착복을 하려는 목적이었다고 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데, 그런 일을 벌이고도 버젓이 지방공사 사장으로 활동을 하고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역시 석연찮다.

결국 이 사건은 검찰조사가 끝나야만 정황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양평군이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환경기초시설에 대한 지방공사로의 공기업 전환이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 시기에 두 가지 큰 사건이 터지면서 지방공사는 군민으로부터 완전히 신뢰를 잃어버렸다.

사건은 이미 벌어졌고 군에서는 사태수습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군민들이 가장 원하는 부분은 사건에 대한 진실이며 그를 바탕으로 책임자에 대한 명확한 처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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