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누비기 Ⅱ-영춘 이복재 경기도향토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어떤 지역이나 시설에 얼마나 쉽게 다다를 수 있느냐를 가늠하는 용어로 접근성(接近性)이란 말이 근래에 들어와 흔히 쓰인다. 양평의 교통여건은 1930년대 이전까지는 남북한강의 뱃길을 이용한 수운에 대부분을 의존했으나 1939년 4월1일 중앙선 철도가 조선의 10대로 중 3대로인 평해로(平海路, 서울에서 평해를 잇는 옛길로 관동대로라고도 함. 이하 ‘관동대로’)를 따라 양평까지 개통되고 다음해인 1940년 4월1일 원주까지 개통됨으로써 급격히 변화하기 시작했고, 철도와 나란히 6번 국도가 용문까지 뚫려 단월면과 청운면을 통과하는 것을 비롯해 ‘신작로(新作路)’로 불린 여러 도로가 건설되고 자동차 운행이 늘어나면서 변화를 거듭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서울과의 접근성은 지역발전과 직결되는 요소로 작용했다. 그러나 경제개발과 지역균형발전, 산업시대에서 지식정보화시대로의 급격한 변화는 서울과의 접근성만큼 타 지역과의 접근성도 지역발전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아가는 시대가 되었다. 중앙선의 복선전철화와 함께 6번국도의 4차선 직선화와 양평대교 등 교량건설, 37번국도와 지방도 등의 확포장과 신규도로 개설로 양평의 교통은 철도와 도로를 중심으로 한 육상교통이 주를 이루기 시작한 1940년 이후 꾸준히 개선되어 왔다

그러나 급격한 경제발전과 함께 자동차의 수도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양평의 도로교통은 주말 휴일 등은 물론 일부구간에서는 상습정체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양평과 연결되는 도로가 6번 국도를 제외하면 모두 2차선 도로인 점 등이 원인인데, 대응책으로 등장한 것이 고속도로다. 지난 2009년 7월, 서울양양고속도로의 서울~춘천 구간 개통과 함께 양평의 고속도로시대는 개막됐다. 이어서 두 번째로 2012년 12월 경남 창원시와 연결되는 중부내륙고속도로가 양평까지 개통됨으로써 본격적인 고속도로 시대로 접어들었던 것.

양평의 세 번째 고속도로는 지난 11일 개통된 광주~원주고속도로(제2영동고속도로)다.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경기광주JCT)과 강원도 원주시 가현동(원주JCT)을 잇는 구간으로 총 연장은 56.95㎞이며 왕복 4차로로 총 공사비 1조6000억 원을 투입해 2011년 11월 착공하여 5년 만에 개통됐다.

1개 군에 3개의 고속도로 노선이 통과하거나 종점을 이루는 경우가 그리 흔한 일은 아니어서 겉으로는 교통인프라가 잘 갖춰진 것으로 보인다. 서울~춘천구간이 개통된 서울양양고속도로는 군의 서쪽 끝인 서종면 수입리에 나들목이 설치되어 있고, 중부내륙고속도로는 군의 중심부를 통과하긴 하나 고속도로의 종점인 양평나들목은 옥천면 아신리에 설치되었으며 이번에 개통된 제2영동고속도로는 군의 동쪽 끝인 양동면 단석리에 설치되었다. 양평의 고속도로가 접근성 개선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이유다. 그래서인지 이번 제2영동고속도로 개통에 대한 군민들의 관심도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이 도로건설은 인천국제공항으로부터 2018 동계올림픽이 열릴 평창과 강릉까지 접근성을 향상시키겠다는 국제올림픽위원회와의 약속과 관련이 깊다. 영동고속도로의 상습정체를 해결하여 수도권 등으로부터의 강원도 접근성을 높이는 것도 건설목적 중 하나였다. 이 도로건설로 접근성이 크게 향상되는 강원도와 원주시 등 지자체들의 기대와 관심이 양평과 사뭇 다른 이유다.

그러나 양평은 이 고속도로의 건설로 어부지리를 얻은 지역 중의 한 곳임을 알아야 한다. 제2영동고속도로는 양동면의 단석리와 삼산리 등 단 두 개 마을을 통과하는데 통과거리는 6㎞에 불과하다. 흔한 개통축하 현수막하나 걸리지 않은 것 등으로 보아 단석리에 위치한 동양평나들목에서 군의 중심부인 양평군청까지의 거리가 37㎞나 되니 군민들이 피부로 느낄만한 사안은 못돼 보이는 일면도 있을 법하다.

비록 통과거리는 전체 56.95㎞ 중 6.013㎞에 불과하지만 이 구간 내에 나들목 1개소와 상하행 양방향 휴게소가 입지해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나들목으로 인해 양동면을 비롯한 군 동부지역 접근성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고, 따라서 지역개발을 촉진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휴게소를 통해 얻는 이익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수계가 다른 이 지역이 단순히 양평군이라는 이유로 수도권정비계획법상의 자연보전권역과 같은 불합리한 규제로 발전에 어려움을 겪어 오긴 했지만 그나마 군내의 다른 읍면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제가 적고 개발을 위한 가용면적 또한 넓어(양동면의 경우 군내 14.2%를 차지)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높아졌다. ‘양평휴게소’라는 명칭이 가져다주는 지역홍보 효과와 함께 100여명에 이르는 지역주민들의 휴게소 취업소득과 휴게소를 통해 판매되는 지역 농특산물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지역개발과 발전의 호재가 될 이번 제2영동고속도로의 개통은 양평에 있어 옛 뼈대길인 관동대로의 통과와 철도 및 6번국도 개통에 이은 또 한 번의 대변화의 계기가 되는 역사적 사건임을 눈여겨보아야 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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