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사 에세이> 김창환 양평중학교 교사

세포핵을 가진 진핵생물들은 대부분 다세포이다. 생명의 진화는 다세포가 다양성을 추구하며 지구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이었다. 최초의 다세포 화석은 미국 몬테나주 철광층에서 발견된 그리파니아(Grypania)이다. 가느다란 고리나 리본모양을 하고 있는 이 화석은 약 19억년 전의 퇴적암인 셰일에서 발견되었다.

그리파니아는 진핵생물로 다세포 식물의 일종으로 보여진다. 다세포 동물의 출현시기를 놓고는 아직도 논쟁 중이다. 초기 다세포 동물의 모습은 단세포들이 군체를 이루며 생활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아마 동물이 호흡하고 움직일 때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 수 있을 만큼 산소가 풍부했을 때 등장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단세포가 다세포로 진화하는 데는 산소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다세포가 되기 위해서는 세포를 연결하는 물질이 필요하다. 세포를 연결시키는 데는 콜라겐이라는 단백질이 접착제 역할을 한다. 세포를 콜라겐 배양액에 넣으면 세포들은 활발히 증식하고 서로 뭉친다. 심지어 해면동물의 경우 몸체를 분해하면 스스로 콜라겐을 분비하면서 다시 붙어 정상상태의 몸을 만든다.

콜라겐은 분자와 분자를 단단하게 결합시키고 근육을 팽팽하게 하며 뼈와 이빨을 단단하게 하다. 또 무척추동물의 외골격이나 껍질, 등딱지를 단단하게 하는 경화제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이 콜라겐 분자를 결합시키는 것이 바로 산소이다.

식물도 리그닌이라는 물질이 산소와 연결되어 강하게 결합되어 있다. 나무가 단단하고 잘 썩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가 부드럽게 사용하는 종이는 나무에서 리그닌을 분해한 것이다.

그리파니아(사진=위키미디어)

이처럼 다세포는 산소를 진화의 밑거름으로 활용하였다. 산소가 없었다면 지구는 세균 수준의 미생물로 가득한 보잘 것 없는 행성이 되었을 것이다. 진화의 역사는 생물들이 산소호흡을 통해 만든 에너지로 몸집을 키우고 눈, 턱, 뼈, 팔다리 등 다양한 기관을 만들어 경쟁하고 생존해왔음을 기록하고 있다. 지질시대의 기록은 대기 중의 산소량이 증가했던 시기에 생명체들도 성장했음을 증명하고 있다. 약 10억년 전 대기 중 산소농도가 상승하기 시작하자 다세포 생물들은 진화의 닻을 올리기 시작했다. 약 6억 전 다세포동물들의 폭발적인 등장, 약 4억년 전 식물을 비롯한 곤충과 어류의 육상, 약 2억년 전 공룡의 거대화 등은 대기 중 산소농도의 증가와 관련 있다. 이는 남세균과 해양조류, 식물에 의해 지구에 산소가 풍부하게 공급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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