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양평시민포럼-양평 원주민·이주민 갈등 진단

#원주민, 토박이, 외지인, 이주민과 같이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말들이 원주민-이주민 갈등을 키웠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갈등만 있는 건 아니다. 원주민은 이주해온 사람을 그냥 ‘양평사람’으로 받아들이고, 이주민은 그들끼리 문화를 배척하고 겸손한 자세로 공동체 문화에 적응해 ‘양평사람’으로 살아가는 노력들이 존재한다. 제1회 양평시민포럼은 김양현 서종면주민자치위원이 발제한 ‘새로운 이웃, 함께 살아갈만한가요?’라는 주제로 원주민-이주민의 갈등을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했다.

 

“새로운 이웃, 함께 살아갈만한가요?” 
‘이주민’이 주는 소외되고 생경한 대상
‘귀촌인’… 그냥 ‘양평사람’이라 부르자
지난해 양평 귀촌인수, 귀농인의 23배…
귀농위주 교육 벗어나 정책 다변화해야

 

제주도 이주 바람 등으로 지난해 제주도 인구는 매월 1000명 이상씩 증가해 2014년보다 1만1800명이 늘어난 64만1355명을 기록했다. ‘제주 이주’ 열풍은 올해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제주에 온 이주민과 원주민의 갈등도 이에 비례해 점점 심해지면서 급기야 해녀와 다이버의 충돌 소식도 들린다. 제주도가 원주민과 이주민 간의 상생협력을 위해 ‘지역 네트워크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제주도만큼은 아니지만 양평군 인구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 3월 11만명을 돌파하는 등 최근 5년간 광역시 5개 군을 제외한 전국 77개 군 단위 가운데 최고의 인구증가율을 기록했다. 양평군은 올 연말이면 인구수에서 인근 여주시에 앞설 것으로 전망하고, 4년 후엔 인구 17만명의 양평시 건설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원주민인가요, 이주민인가요?”

본지는 지난 7일 양평물앍은시장 쉼터에서 ‘새로운 이웃, 함께 살아갈만한가요?’라는 주제로 제1회 양평시민포럼을 개최했다. 발제를 한 김양현 서종면 주민자치위원은 양평의 원주민과 이주민의 갈등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진단하고 원인 분석과 함께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을 제시했다. 포럼 진행은 본지 조병걸 발행인이 맡았다.

제1회 양평시민포럼 발제를 맡은 김양현 서종면 주민자치위원은 이주민과 원주민의 갈등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현실을 받아들여 변화를 꾀하는 노력들이 분명히 있다고 했다. 그는 외지인이나 이주민, 원주민 등으로 구분하지 말고 그냥 ‘양평사람’으로 살아가자고 제안했다.

김 위원은 “서종면 주민자치위원회가 이달 말 열리는 전국주민자치박람회의 우수사례로 선정돼 심사위원과 인터뷰를 했는데 원주민인지 이주민인지 물어 이주민이라고 대답했다”며 “농촌사회 곳곳이 원주민·이주민 갈등으로 몸살을 앓기에 이리 묻는 게 당연하기도 했지만 질문도 답도 마뜩잖았다”고 말했다.

50년을 양평에서 살아도 양평 밖에서 들어온 사람은 ‘양평토박이사회’에 좀체 끼기가 쉽지 않다. 인구가 많이 유입되는 동안 원주민-이주민 갈등도 늘고 있다. 이런 갈등이 비단 양평만의 문제는 아니다. 오늘날 농촌의 대표적인 문제 중 하나가 원주민-이주민 갈등이고, 이를 어떻게 잘 극복하는지 자체만으로 다른 농촌 마을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기도 한다.

“공동체 무관심” vs “개인 배려 안 해”

김양현 위원이 조사한 마을별 갈등 사례를 보자. 원주민 이장은 “축분비료를 달라, 눈을 치워 달라 등 요구는 많지만 마을 일이나 청소 등에는 모습도 드러내지 않아 마을 공동체를 무너뜨린다”고 이주민의 행태를 지적한다. 반면 이주민은 “평일에 출근해야 하는데 청소는 평일 아침에, 어르신 대접 등은 평일 점심에 일정을 잡아놓고 참석하지 않으면 마을 일에 관심 없다고 욕을 한다”고 고충을 털어놓는다.

다음은 ‘공간’에 대한 갈등이다. 원주민은 “좁고 굽은 마을길을 주민 동의를 받아 정비했는데 이후 이주민이 자기 땅의 권리를 주장하며 길을 막았다”며 기막혀한다. 반면 이주민은 “좁은 길 안쪽에 땅을 사서 집을 지었다. 보아하니 예전부터 써오던 길이고, 전 주인에게도 아무런 소리를 못들었는데 갑자기 길 이용료를 내라 한다”며 하소연한다.

이런 갈등의 원인은 공동체문화를 당연시하는 농촌마을 주민과, 간섭을 받기 싫어하는 도시 이주민들의 생활양식의 차이에서 찾았다. 김 위원은 “서로 다른 문화와 생활방식 속에서 살아오다가 만났으니 서로 불편한 게 어찌 보면 당연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주민들이 거의 없는 마을에서 ‘인구나 마을은 작지만 대부분이 원주민들이어서 단합도 잘 되고 마을 일에 적극적’이라고 하는 말이 ‘그래서 다행이다’라고 들리는 게 무리가 아니다”고 진단했다.

‘현실’ 받아들이는 노력들

양평시민포럼의 첫 포럼에 지역사회 각 방면 여러 계층의 주민 30여명이 참여해 열띤 토론이 이뤄졌다.

그렇다고 원주민과 이주민의 갈등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현실을 받아들여 변화를 꾀하는 노력들이 있다. 원주민이든 이주민은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낀 이들이 먼저 해온 노력들이 김양현 위원이 조사한 사례에 나타나 있다.

먼저 원주민의 노력이다. 이주민 집에 지속적으로 찾아가 마을 일에 참여하도록 권유하고 마을 직책을 맡긴다(서종면 서후2리). 마을의 유래, 마을 길이 생기에 된 연유 등을 미리 안내해 마을길에 대한 이해를 구한다(양동면 매월1리). 마을 청소 등을 주말에 하고 이주민들에게 마을 직책을 맡긴다(서종면 정배2리).

다음은 이주민의 노력이다. 강하면 성덕4리에 이주해온 홍성혁씨는 이주민 중심으로 청·장년회를 결성하고 ‘성덕4리 이야기’라는 인터넷 카페를 개설해 마을 일을 공지하고 있다. 옥천면에는 주민자치센터 컴퓨터강좌 수강생들이 중심이 되어 ‘고읍UCC’라는 지역동아리를 만들어 새로 이사 오는 이들이 낯설음을 극복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또 단월면 부안2리 차만옥 부녀회장이나 서종면 문호4리 이순화 부녀회장은 이주민임에도 ‘먼저 다가가 말을 나누고 서로를 챙기는 정 나누기’에 열심이다.

그냥 ‘양평사람’으로

남현우 양평군 분쟁조정정책관은 이웃 간 갈등 사례와 조정, 극복 사례 등을 발표했다.

이주민이 가장 경계해야할 일은 이주해온 이들끼리만 어울리는 것이다. 이럴 경우 갈등이 심화되기만 한다. 서종면의 서종마을디자인운동본부(서종디자인운동) 회원들의 소통 방식을 소개한다.

서종디자인운동은 마을 공간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2012년 결성됐다. 이들의 활동 원칙 중 가장 우선되는 것은 ‘마을을 지켜온 원주민에 대해 고마움을 갖는다. 마을 일을 할 때 반드시 원주민과 함께한다’이다. 이 단체 사무처장이자 서종면 주민자치위원장인 성종규씨는 원주민을 향해 “우리를 받아주세요. 우리를 당신들 틈에 섞어주세요”라는 호소를 보낸다.

김양현 위원은 원주민-이주민 갈등 해소에 지자체의 노력을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지난해 양평 귀농·귀촌인 6592명 중 95.93%가 귀촌인으로 나타났다. 이주민 가운데 양평에 농사를 지으러 온 귀농인은 미미한 수준이다. 그런데 양평군은 여전히 귀농자 위주의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귀촌인 대상의 농촌문화, 원주민-이주민 갈등관리, 농촌 주민으로 안착하기 등의 교육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김 위원은 “원주민-이주민의 틀에서 벗어나 그냥 ‘양평사람’으로 손을 잡자”고 제안했다. 또 마을공동체의 관점에서 보면 이주민이나 외지인이라는 말 대신 ‘귀촌인’이 옳은 표현일 수 있다. 원주민은 이주민을 ‘양평사람’으로 받아들이고, 이주민은 겸손한 자세로 마을공동체에 적응해 ‘양평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양평시민포럼을 함께 열며

김창환(양평시민포럼 운영진)

그동안 양평시민의소리는 지역의 정보를 올바르게 전하고 비판적 시각을 제시했지만 독자들과 소통하는 자리는 소홀했다. 그래서 독자들과 함께할 수 있는 자리로 ‘포럼’을 선택했다. 포럼이란 일반 주민들이 참여해 의사를 교환하는 토론의 마당을 일컫는다.지난 7일 제1회 양평시민포럼이 개최되었다. 양평시민의소리 신문사가 창간 5주년이 되는 시점에 신문사 주최로 포럼 형식의 토론장이 마련된 것은 의 미있는 자리였다.

양평시민의소리 지면을 통해 포럼의 취지를 홍보하고 독자들 중에서 운영진을 모집했다. 약 2개월간의 논의와 준비과정을 거쳐 방향을 설정했다. ‘시민포럼’이라는 과감한 명칭도 결정했다.

시민이란 정책의 결정에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참여해 해결해나가는 계층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런 시민들이 활동하는 사회를 시민사회(Civil Society)라고 한다. 최근 양평에는 정당, 시민단체, 봉사단체, 협동조합 등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하는 단체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제 양평지역도 시민들의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시민사회로의 변화를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양평시민포럼은 양평군민들이 참여하는 대중포럼을 지향한다. 양평시민포럼은 주민자치, 생활경제, 문화, 복지, 교육, 환경생태 등 양평지역의 의제를 발굴하고 시민의 관점에서 토론하고 대안을 합의해 나갈 것이다.

이제 첫 발을 내닫은 양평시민포럼은 양평지역이 시민사회로 성장해나가는데 동반자가 되고자 한다. 양평군민들의 애정 어린 비판과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린다. 아울러 양평시민포럼에 함께할 분들을 모신다. ☎ 010-3319-3968

저작권자 © 양평시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