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여니 곰팡이 냄새 진동… 자료 곳곳에 곰팡이
제출한 예산자료 숫자도 틀려… “주먹구구” 운영

1만여점 자료 정리 안 된 채 방치

(재)세미원의 유물을 보관중인 양서면 신원리 (사)우리문화가꾸회 소유 창고가 실상을 드러냈다. 창고에 들어서는 순간 강렬한 곰팡이 냄새가 진동했고, 창고 어디에도 유물보관을 위한 항균‧항습 장치는 보이지 않았다. 약 1만점에 이르는 자료들이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세미원 유물을 보관한 양서면 신원리 창고 내부 모습. 항습‧항균 장치는 없고, 1만여점의 자료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다.

양평군의회는 지난 27일 주요사업장 현지 확인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양서면 용담리 세미원을 방문했다. 이날 오후 세미원에 도착한 군의원과 군청 관계자들은 세미원 내 연꽃박물관에서 브리핑을 받았다.

김금옥 세미원 경영지원팀장의 세미원 운영현황에 대한 설명에 이어 군의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이종화 특위위원은 유물 구입 결정과 구입처, 구입과정 등을 따졌다. 이 위원은 “세미원에 구입처, 가격, 구입일시, 영수증 등을 포함한 유물대장을 요구했지만 아직도 못 받았다. 어찌 된 거냐”고 물었다. 김 팀장은 “현재 신원리 창고에는 약 1만점의 자료가 있는데 계속 정리중이다”고만 답했다.

세미원에 따르면 현재 세미원 수장고로 사용하는 신원리 창고에는 세미원에 정식 등재된 유물 692점 외에 (사)우리문화가꾸기회가 보유한 3965점의 자료가 함께 보관 중이다. 이들을 포함해 아직 정리되지 못한 유물 약 1만점이 같은 창고에 방치되고 있다.

다른 위원들도 “유물을 구입하는 이유는 주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인데 이렇게 창고에 처박아두면 어떡하나, 이 자료들을 이훈석 대표이사가 검증도 거치지 않고 샀는데, 무슨 예산으로 샀느냐”고 따졌지만 제대로 된 답변은 듣지 못했다.

이어서 송요찬 위원은 미리 군의회에 제출한 자료와 당일 세미원이 제공한 자료의 내용이 다른 이유부터 물었다. 군의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세미원의 지난해 총 예산액은 23억6750만원, 이 중 자부담은 20억7600만원으로 표기된 반면, 당일 제출한 자료에는 총 예산은 20억5260만원, 자부담은 17억6110만원으로 나와 있었다. 송 위원은 “두 자료가 틀린 것은 세미원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김 팀장은 “부족한 점이 많다는 점 인정한다. 하나씩 제대로 잡아 나가겠다”고 답했다.

송 위원은 “제출한 유물목록에 가격은 전혀 기재되지 않았는데, 이러면 창고에서 고가의 유물을 확인하려해도 못하지 않냐”고 다그쳤다.

브리핑 후 신원리 창고로 이동한 위원들은 창고 상태를 확인하며 유물을 살폈다. 창고 입구에는 각종 골동품과 서책, 도자기, 목재 농기구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종이족자 형태의 자료와 목재 자료에는 곰팡이가 핀 것도 많았다. 이대로 방치된다면 유물은 물론 자료로써의 가치마저 잃어버릴 상황으로 보였다.

현장조사를 마친 위원들은 세미원 수장고를 조속히 마련해 정식 등재된 유물을 제대로 보관할 것과, 유물 구입 절차 규정을 마련할 것 등을 요구했다.

현장조사에 참여한 한 위원은 “세미원의 방만한 운영과 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양평군과 군의회 모두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이 있다”며 “문제를 명확히 밝혀야 세미원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방법이 나온다. 철저한 조사와 함께 운영 정상화를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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