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시론> 용은성 편집국장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명절 연휴마다 전국적으로 매년 3000∼4000건의 가정폭력 신고가 경찰에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추석연휴에도 어김없이 가족 간 갈등이 빚은 강력범죄가 줄을 이었다.

양평경찰서에 따르면 평소 매달 5건 안팎이던 양평군내 가정폭력 신고가 추석연휴기간인 15∼18일 16건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경찰은 이 가운데 3건에 대해 가해자를 형사입건했다. 부부간 다툼이 대부분이고 부자간 다툼도 있었다. 여기에 집계되지 않은 여성긴급전화(☎1366) 상담건수까지 더하면 명절증후군은 심각한 지경이다.

가정폭력 사례를 보면 ‘부인이 시댁 흉을 본다는 이유로 남편이 폭행’, ‘시댁에서 차례를 지내고 돌아온 아내가 음식을 안 차려준다는 이유로 남편이 폭행’ 등 가족 내 관계 문제로 비롯된 게 상당수다.

가정폭력 신고나 여성긴급전화 상담 실적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가사분담이나 누적된 가족 간 갈등으로 시작된 다툼이 명절 전후 폭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명절 직후인 2∼3월과 10∼11월에 이혼소송 접수가 급증한다. 이혼소송의 주된 원인은 며느리와 시댁 식구들 사이의 소통 부재, 과도한 명절 노동, 고부간 갈등 등이다.

가정폭력은 단순한 가족 간 문제가 아닌 심각한 사회범죄다. 가정폭력의 사회적 요인이 사회에서 을에게 횡포를 하는 갑질 상사들이 요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성적 불평등이 팽배한 가부장적 사회구조에서 가정폭력이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남편과 아내가 모두 또는 둘 중의 하나가 낮은 권력과 지위를 갖고 있을 때 폭력이 더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갑질도 폭력과 다름없다. 강자인 갑이 힘없는 을에게 부당행위를 하고, 어떤 상황에 놓이느냐에 따라 갑과 을이 바뀌기도 한다. ‘나는 특별하다’는 특권의식이 사회적 통념을 기반으로 한 도덕성에서 벗어나 혼자만의 도덕 체계를 만든다. 마땅히 누릴 것을 누리고 있다는 특권의식에서 비롯된다. 타인을 자연스럽게 무시하고 타인의 불만을 무감각하게 넘기고 타인의 지적에 발끈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권력중독’이라고 설명한다. 대개 갑질하는 사람들은 목표달성이나 자기만족에만 집중해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본다. 권력에 도취한 갑들이 충동적이고 뻔뻔해지며 독선적으로 변할 수 있는 이유다.

세미원이 2008년에 이어 8년 만에 다시 감사원 감사를 받고 있다. 부정과 비리 의혹이 있으니 감사원이 조사를 하는 것인데, 양평군에 사표까지 제출한 이훈석 대표이사의 태도가 아주 당당하다. “(감사원에) 손을 써 놓았다”는 말까지 밖으로 들린다. 심지어 최근엔 한 간부급 직원과 갈등을 겪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방적인 퇴사 통보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 권력에 도취한 갑의 횡포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보통 갑질 사태에 대한 을의 폭로는 모두 울분을 참다못해 곪아 터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갑들의 폭력의 수위와 빈도는 갈수록 높아지기 마련이어서 피해를 줄이려면 을도 단호하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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