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시론> 용은성 편집국장

이훈석 세미원 대표이사가 스스로 사퇴하겠다는 뜻을 여러 번 밝혔다. 한번은 기자회견 자리에서 그랬고, 한번은 여러 임원들이 참석한 이사회에서 자신이 있을 필요가 없겠다며 스스로 나갔다. 세미원의 공금을 우리문화가꾸기회의 독도 연구에 여러 차례 쓴 사실이 본지보도를 통해 알려지고 자신에 대한 의혹의 눈초리와 비난이 쏟아진 후 취한 언행이다.

그런데 두 번의 사례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사퇴하겠다고는 했는데 이후 태도가 도무지 명확하지 않다. 또 두 번 모두 그는 여러 사람 앞에서 화를 냈고 때로는 분을 삭이지 못했다. 나르시시즘에서 비롯된 당당함이다. 자기도취의 특징은 안하무인이다. 나쁜 뜻이 아니라 주변에 타인이 없다는 착오에서 자기만 생각한다. 취약한 자아가 오만이라는 방식으로 수치심을 잊는 것이다. 타인의 존재를 망각하고 홀로 궁궐에 산다. ‘공주병’, ‘왕자병’이 초기 증세다.

이훈석 대표이사가 그동안 여러 장소에서 한 말과 태도를 조면 국가적 사업인 독도 연구 활동의 일환으로 그까짓 몇 천만 원 쓴 게 무에 그리 대수냐는 태도다. 그게 정 문제가 된다면 이렇게 푸대접을 받을 바에야 나가버리겠다는 것이다. 이 말속에는 그동안 알려진 문제들이 논란거리조차 안 된다는 그의 확신이 숨어있다. 이럴 때마다 그가 늘 거론하는 단골인사들이 있다. 독도 연구 활동을 하면서 모 중앙일간지 회장과 만났다, 국내 굴지의 법무법인 대표변호사와 가깝게 지낸다, 심지어 청와대 수석까지 그의 입에 오르내린다.

뻔뻔함은 자기 보호를 위한 위악(僞惡)이 아니다. 오히려 진정성 넘치는 자기 확신이다. 또한 약간의 조증(躁症) 상태로 화를 냈다가도 일순간 자신감 넘치는 즐거운 생활을 한다. 상대가 강자냐 약자냐에 따라 얼굴 표정이 급변하기도 한다. 자신의 지나친 자신감을 불편해하는 이들을 무능하다고 비웃으며 성공에 강한 집념을 보인다. 사과나 양보를 굴복으로 생각한다. 양심과 윤리, 부끄러움은 자신의 질주를 방해하는 요소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사회에 통용되는 법과 질서를 무시한 채 자기만의 법칙에 따라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진다. 과장된 자기를 가진 나르시시스트가 되어 타인과 사회에 잠재적 위험인물이 될 수 있다.

이훈석 대표이사가 기자회견장에서 보인 모습은 과장된 자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사회에서 독도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중요한 화두다. 그는 이름만 대면 누구나 다 아는 사회 각 분야 저명한 인사들이 포진돼 있는 우리문화가꾸기회의 상임이사다. 그런 그가 독도 연구 자료를 수집하겠다는데 세미원의 연꽃 구입비를 가져간들, 양평군의 두물머리 연꽃 캐기 사업비를 직원이 받은 성과급을 빌려 쓴들 하등의 문제가 될 리 없다는 인식이다. 그래서 자신에게 의혹의 눈초리와 비난이 쏟아지고 푸대접을 받았다고 느끼자 화를 내는 것이다.

문제는 당당함과 뻔뻔함을 구분하지 못하는 바람에 직원들에게 애먼 불똥이 튄다는 점이다. 감사원은 지난 5일 세미원에 대한 예비감사를 했고, 추석연휴가 지난 뒤 본 감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직원들은 가뜩이나 가을의 큰 행사 수련문화제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데 감사관이 요구하는 자료를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다. 이런 와중에 정작 이 대표이사는 자리를 비우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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