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흥1리 노인회, 양평군장애인복지관 봉사활동 화제

지난 5일 오전 11시30분 양평읍 공흥리에 위치한 양평군장애인복지관 3층 식당에서 점심 식사시간이 시작됐다. 11시에 도착해 앞치마와 모자로 복장을 갖춘 공흥1리 노인회 회원들은 나란히 서서 배식을 시작했다. 한두 명씩 듬성듬성 오던 이용객이 50분이 넘어서자 10여명씩 줄이 늘어설 정도로 많아졌다.

이날 준비한 점심은 130여명 분량으로, 밥과 함께 돈까스․멸치볶음․열무김치․미역국이 나왔다. 박순옥(71)씨는 밥 당번이다. 식당에서 일 한 경험도 있고, 기도원에서 500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배식봉사를 해 본 경험도 있다. 농사짓는 틈틈이 봉사를 다닌다. 박씨는 “다들 밥맛이 좋은지 더 달라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흐뭇해한다.

홍기복․유영석․이복자씨는 식판에 담긴 밥의 양을 갸름해 반찬을 차례로 담아준다. 유영석(67)씨는 멸치볶음이 숟가락에 들러붙자 다른 숟가락으로 밀어내 척척 담아준다. 양평군종합복지회관에 정기적으로 봉사를 다니다 몸이 아파 그만 둔 그는 입․퇴원을 자주하는 처지지만 한 달에 한번 정도는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다시 봉사를 나왔다. 주변에서 아픈데도 봉사를 다닌다며 대단하다고 추겨세우자 “지난번에 해보니 다리가 아픈 정도라 괜찮다”며 민망해한다.

홍기복(73)씨는 공흥리에서 6대째 살고 있는 토박이다. 보기에도 작고 여린 몸으로, 이날 두 번째 봉사를 한다. “엄마가 봉사 받을 나이인데 무슨 봉사냐”, “엄만 허리 아파서 못 한다”는 아들, 딸의 만류를 뒤로 하고 나왔다. 그는 “나만 못한 사람 도와주러 오는 건데 힘들어도 못 한다는 말은 차마 입이 안 떨어진다”며 “밥 할 줄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봉사”라고 웃는다.

12시20분이 넘어서자 줄이 끊어진다. 봉사를 하던 노인회 회원들도 남은 밥과 반찬으로 한 자리에 모여앉아 점심을 한다. 식사 후 뒷정리를 마치면 1시쯤 배식봉사가 끝난다.

이길자(75) 공흥1리노인회 총무는 “나라에서 노인회에 쌀이며 연료비며 지원을 해주는데 받기만 하는 것 같아 봉사해볼 게 없을까 의논을 하게 됐다”고 추진 배경을 얘기했다. 하지만 막상 봉사해달라고 회원들에게 말 꺼내기가 쉽지 않았다. 나이가 좀 젊으면 일을 다니고, 나이 든 분은 건강이 안 좋아 이래저래 사람 찾기가 쉽지 않았다. 지난 7월부터 한 달에 두 번 17명의 회원이 돌아가며 배식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이 총무는 “장애인복지관은 마을에서 걸어 다닐 정도로 가까워 봉사를 다니게 됐다”며 “우리도 몸이 아프지만 복지관에 와서 아픈 사람들을 보니 너그러운 마음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복지관 관계자는 “노인정 하면 어르신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거나 식사 하며 하루를 보내는 장소로 인식돼 왔는데 공흥1리 어르신들은 봉사로 생활의 활력을 찾고 있는 것 같다”며 “노령인구가 많은 양평에서 노인회의 봉사활동이 노인 사회참여의 귀감이 돼 변화와 활기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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