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시론-조병걸 발행인>

농부는 봄에 씨앗을 뿌리고 가을에 곡식을 거두고 어부는 물때를 봐가며 썰물에 배를 띄워 고기를 잡고 밀물 때 포구로 돌아온다. 싸움에 나서는 장수는 언제 공격을 해야 하는지, 물러서야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주식투자도 들어갈 때와 손 털고 나올 때를 제대로 알아야 수익을 올리게 마련이다.

정치는 더할 나위없다. 계절이 바뀌고 바닷물이 드나드는 것이야 이미 정해진 바이지만 나머지는 많은 경험과 지략, 용단의 결과물이다. 요즘 우리나라는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 거취를 두고 부글부글 끓고 있다. 한번 때를 놓친 정부가 자기 발등을 찍은 꼴이다. 이제부터 정부가 무슨 말을 해도 영이 안서는 모양이다. 민심이 멀리 가버린 것이다. 단순 인사문제로 처리할 수 있는 일을 게이트로 키워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요즘 양평 분위기는 더 어수선하다. 주인도 나그네도 없다. 여기저기서 불쑥불쑥 문제가 터져도 고민하는 사람도 수습하는 이도 없고 그냥 냅둬요다. 얼마 전 한 면장의 일탈로 인해 동네가 패가 갈리고 민심이 흉흉해도 나서서 수습하는 이도 없고, 세미원이 검은 돈의 흐름이 꼬리를 잡혀 민심이 들끓어도 관심조차 없이 그냥 모르쇠다. 참으로 기가차고 희한하다.

본지가 문제를 지적하면 그냥 나쁜 신문일 뿐이다. 달을 가기키면 달은 안 쳐다보고 가리키는 손의 손톱에 때 낀 것만 나무라며 감 놔라 배 놔라 한다. 일을 키우고 있다. 문제를 적극적으로 수습해야 할 사람들이 손을 놓고 있다. 또 위기를 통해 깨닫고 배우지 못하면 지도자로서 자격이 없다. 레임덕에 들어간 군수는 그렇다 치더라도 초선의원이 셋이나 있고 국민의 피 같은 돈이 새나가는데도 이걸 감시해야 하는 군의회조차도 강 건너 불이요, 사법 당국조차 움직임이 없다. 하나 같이 위기감도 없고 해결 의지조차 없는 무기력한 군상들뿐이다. 얼마나 더 냅둬요, 모르쇠할지 지켜볼 일이다.

감히 묻는다. A면장 사태는 당사자만의 일탈이 아니라 양평군 공무원이라면 누구라도 언제나 재현 가능한 잠재된 인식이라는 걸 더 잘 알 것이다. 어떤 후속 조치를 취했는가. 모르면 배우는 게 도리다. 이 사태는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조직문화 때문에 생겨난 해프닝이다. 지금 대한민국 어느 조직에서 윗사람이 하급자한테 ‘얘, 쟤’ 하면서 반말을 밥 먹듯이 하는가. 이런 문화에 길들여진 위인이 주민들을 만나도 반말이 새는 것이다. 군은 이 사태를 파악하고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답해야 한다.

세미원도 마찬가지다. 대표라는 사람이 힘깨나 쓴다는 사람들 만나 네롱내롱하다 보니 아랫사람은 눈에도 안 들어오고 언제라도 귀에 거슬리게 말하는 직원은 잘라버려도 되는 존재로 인식하고, 내가 쓸 돈은 어떻게든 만들어 내라고 닦달하면 되는 줄 안다. 윗사람은 보이는데 주민도 직원도 안중에 없다. 이제 간이 배 밖까지 나와 동네신문 하나쯤 어떻게 날리는지 본때를 보여주겠다며 겁박이다.

이게 우리 현실이다. 군이 어떤 처방을 내릴지 또 한 번 지켜볼 일이다. 불은 초동진화가 최선이고 둑은 호미로 막을 때가 효율이 높다. 일에는 다 때가 있는 법이다. 수수방관하면 민심은 떠나고 피해는 주민들에게 돌아간다. 군청 정면에 두 개의 정자가 있다. 경민정(敬民亭)과 행복정(幸福亭)이다. 이 문을 드나드는 공무원과 지도자는 敬民하면 幸福할진대 輕民(주민을 무시함)해서 닥쳐오는 不幸을 반드시 감당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양평시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