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우 양평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안정우 양평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치매는 65세 이상 일반인의 5%에서 발생하는 질병이지만 85세 이상에선 발생률이 20~40%에 달합니다. 다른 질환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는 15~20%, 만성요양시설 거주자의 경우는 50%가 겪고 있습니다. 전체 치매 환자의 50~60%가 알츠하이머 환자이며, 15~30%는 혈관성 치매, 그 외 소수의 환자들이 두부외상, 알코올 연관 치매, 파킨슨병, 빈도가 낮은 루이소체 치매 등의 운동질환과 관련된 치매에 걸리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행동에 문제가 일어나야 치매를 눈치 채고는 합니다. 치매를 자연스런 노화과정으로 이해하는 분도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치매는 정상 노화과정이 아니며, 뇌에 이상이 생기는 생물학적인 질환입니다. 흔히 중풍이라고 표현되는 혈관성 뇌질환은 혈압과 당뇨, 고지혈증 등을 잘 관리하고 규칙적인 운동 등으로 예방이 가능하지만 알츠하이머 치매는 뚜렷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진료를 하다 보면 치매에 대한 여러 가지 오해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자연적인 현상이라는 오해가 있습니다. 80세 이상이 되면 정신운동속도의 저하가 발생하기는 하지만 인지기능 자체의 저하가 심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인지기능의 저하가 생기면 검사와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또 CT나 MRI 같은 뇌 영상촬영으로 치매를 진단한다는 오해가 있습니다. 물론 알츠하이머 치매에서 특징적인 소견도 있고, 뇌혈관 질환의 경우 당연히 영상 소견에 이상이 있지만 치매의 진단은 기능을 평가하여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뇌 영상촬영에서 특이한 소견이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 뇌경색 소견이 있다고 모두 치매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간단한 간이 인지기능 검사만으로도 치매를 진단하고 예측할 수 있습니다.

행동에 큰 이상이 있어야 치매가 시작된 걸로 오해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기이한 행동이나 공격적 행동, 망상 등의 이상은 다른 내과․외과적 질환에 의한 뇌기능 저하로 인한 섬망 때문에 나타나는 것일 수도 있어, 일단 신체적 질환에 대한 감별이 중요합니다. 지남력(시간․장소․사람을 인지하는 능력) 저하도 섬망 때문에 발생할 수 있어 감별이 중요합니다.

치매는 기억력의 저하가 가장 요점이 되는 증상입니다. 따라서 건망증이 생겼을 때 이것이 우울증, 스트레스질환에 의한 집중력 저하 탓인지 치매 때문인지를 구별하는 것이 빨리 이뤄져야 하며, 치매에 의한 것이라면 빠른 치료가 가장 중요합니다. 초기 치매는 생활상의 불편함이 별로 없어 간과하기 쉽지만, 치매는 조기 치료를 통해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이 유일한 치료법이기에 이 시기에 치료를 받는 것이 치매 치료의 알파요 오메가라 할 수 있습니다.

치매 환자는 스스로 증상을 숨기고 부끄럽게 생각하기 쉽습니다. 또 이로 인한 우울감도 심해 자신감을 잃고 무기력해지거나 그 반대로 공격적,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기 쉽습니다. 그래서 가족 분들이 이런 모습을 발견했을 때 치매와 연관되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인지기능 저하로 생활상의 실수, 혹은 주위에 대한 의심 등의 사고장애가 발생했을 때도 환자의 생각을 주의 깊게 듣고 배려하며 반응해야 합니다. 본인의 실수로 가족들이 충격을 받는 모습에 환자는 더욱 충격을 받는다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생각해 볼 것은 치매 환자의 주보호자에 대한 배려입니다. 치매 환자의 보호자들은 수십 년을 함께 해온 가족의 변화에 큰 충격을 받으며, 지속적인 증상 변화에 무기력감과 불필요한 죄책감이 가중되어 우울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이들을 보셨을 때 환자는 물론이고 보호자들을 지지해주는 주변의 따뜻한 시선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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