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관광 성패, 철도에 물어봐…
관광지 연계상품 적극 개발 필요,
꿈 펼칠 기회의 부임지… 기대 커”

 

김옥순(45) 양평관리역장의 부임 소식을 듣고 두 번 놀랐다. 77년 전 양평역사가 문을 연 이래 최초 여성 역장이라는 것에 한 번 놀라고, 9급 공채시험으로 입사한 지 24년 만에 고위 임원이 됐다는 것에 또 한 번 놀랐다.
양평관리역은 코레일의 전국 12개 본부 가운데 가장 많은 116개 역을 관할하는 수도권동부본부에 속해 있다. 서울역을 사이에 두고 파주시 문산역∼양평 용문역 124.5㎞에 이르는 수도권 전철 경의중앙선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양평관리역은 양수, 신원, 국수, 아신, 오빈, 원덕, 양평, 용문, 석불, 구둔, 일신역 등 11개 역이 소속돼 있다. 코레일이 최근 여성 간부를 늘리고 있는 추세라고 해도 수도권동부본부 11개 관리역 중 여성관리역장은 몇 되지 않는다. 9급 공채로 임용된 지 24년 만에 부장급(2급) 고위 임원이 되고, 그로부터 2년 후 최초 여성 양평관리역장이 된 그의 기찻길 위 인생과 목표를 지난 4일 그의 집무실에서 들어봤다.

▲ 김옥순 양평관리역장

  

9급 공채 공무원에서 2급 임원이 되기까지

이제 막 신임 양평관리역장으로 부임한 김옥순 역장은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무엇이든 노력한 만큼 이뤄지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최초 여성 양평관리역장이 된 소감이라기보다는 평소 자신의 생각과 앞으로의 활동 목표를 밝혔다. ‘최초’라든가 ‘여성’이라는 말은 그에게 불필요한 수식어였음을 알았다.

요즘 들어서 전국 주요 역에 여성 역장들이 포진해있는 등 코레일 내에서 남녀의 구분이 희미해지고 있지만 김 역장이 철도에 발을 디딘 1990년의 상황은 달랐다. 전남 고흥에서 태어난 그는 여수중앙여고를 졸업하고 서울지방철도청 9급 시험에 합격한 후 영등포전기사무소에서 첫 근무를 했다. 당시만 해도 직원 200명 중 여성 직원은 그 혼자였다. 

여성들이 겪는 직장생활의 애로는 김 역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이를 아침 일찍 유치원에 제일 먼저 맡기고 가장 늦게 집으로 데려왔다. 남편의 적극적인 조력과 이웃집 언니가 없었다면 이 자리까지 올 수 없었을 것이다.” 그는 “초등학생 때까지 힘들어하던 아들이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엄마를 이해하고 지금은 엄마에 대한 자부심도 커졌다”며 “코레일은 여성이 일과 가정을 병행하며 자기발전을 이룰 수 있는 최고의 매력적인 직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과 가정을 양립하면서도 한국방송통신대(행정학)를 졸업하고 중앙대 경영학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 김옥순 역장은 남녀를 가르지 않는 업무 스타일과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추진력, 따뜻한 카리스마로 9급 공채의 신화를 일궈냈다. 김 역장이 양평역 대합싫에서 직원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정부 동반성장 평가 2단계 상승 ‘유일’

김 역장은 2년간 본사 동반성장부장을 역임한 그답게 “철도와 지역과의 동반성장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자체들마다 마케팅에 사활을 걸다시피 하는 팔도장터 관광열차가 지금보다 더 활성화돼야 한다”며 “양평군의 철도 관광객에 대한 효과적인 지원 정책과 더불어 군민 스스로도 관심을 가져 민-관-관광업계가 함께 참여해 홍보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동반성장부장 재임 기간인 지난 3월 김 역장은 산업통상자원부가 58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5 공공기관 동반성장 평가’에서 유일하게 전년보다 2단계 상승하는 성과를 올렸다. 산자부는 코레일이 청년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철도역 매장 오픈과 초기 비용을 제공하는 창업지원프로그램 ‘스테이션 청춘셰프’ 사업을 동반성장 우수사례로 선정했다. 지난해 12월∼올해 4월 스테이션 청춘셰프 1∼3호점을 대전역과 청량리역, 영등포역에 잇달아 개점했다. 또 지난해 철도관광벨트 완성에 맞춰 지자체와 협조해 철도역 지역 맛집을 유치해 스타기업으로 육성했고, 중소기업 제품 매장인 ‘중소기업 명품마루’ 공익매장도 운영했다. 

  

여성이 본부 총무팀장을?

김 역장은 ‘최초’나 ‘여성’이라는 수식어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지만 그의 이력은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그는 2010∼2014년 서울본부 경영인사처 총무팀장을 지내고 부장시험(2급)을 거쳐 본사 동반성장부장까지 올랐다. 전국 각 본부에서 여성이 총무팀장을 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데다 총무팀장이 부장시험을 본 첫 번째 사례가 됐다. 김 역장은 자신을 “평소 업무 스타일이 남녀를 가르는 편이 아니고 누구든 스스럼없이 대하는 성격”이라고 했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에다 ‘남자 같은 여자’의 적극적인 업무태도가 서울본부 총무팀장을 거쳐 총무팀장의 첫 2급 시험 도전과 합격, 첫 여성 양평관리역장의 신화를 이뤄가고 있다. 놀라운 추진력에 따뜻한 카리스마, 자신의 일을 사랑할 줄 알기에 일궈낸 성과다.

전남 고흥 농촌 출신의 김 역장은 양평에 대해 궁금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양평의 농산물 판로는 어떤지, 양평군내 중소기업은 어떻게 분포돼 있는지, 철도와 군민이 동반성장할 수 있는 매개체는 무엇인지 그의 머리는 온통 철도와 지역의 상생발전으로 가득 차있었다.

저작권자 © 양평시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