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마을, 왜 만들어야 하는가> 성종규 서종면 주민자치위원장

아름다운 마을을 찾아가는 여행16

 

 

몇 회 동안 물길이 아름다운 마을들을 둘러보았다. 이제 거리가 아름다운 마을을 둘러보려 한다. 

아무래도 마을 경관의 핵심은 거리다. 거리는 사람이나 차가 다니는 길을 말한다. 집이나 마을공간을 잇는 핏줄 같은 역할을 하고 마을공동체의 네트워킹을 담당한다. 마을이나 도시의 사이사이를 관통하는 공간이므로 그 마을의 주민들에게는 공동체적 분위기를 결정지을 뿐만 아니라 여행객에게는 그 마을의 첫인상을 각인시킨다. 마을의 거리가 난삽하고 지저분하거나 차량으로 범벅이 되어 있으면 그 마을 주민들의 정서 또한 아름답고 안정적일 수 없을 것이다. 

마을은 사람이 사는 공간이기에 마을의 거리가 아름답기 위해서는 그 거리가 사람을 위한 공간이어야 한다. 보행자전용도로나 커뮤니티도로, 문화예술거리 등이 그 사례다. 그 중에서도 먼저 보행자전용도로를 보려고 한다.

▲ 서울 인사동 거리

보행자전용도로란 차량을 전혀 배제하고 사람이 도로의 공간을 전부 사용하는 경우인데, 휴식공간이나 레크리에이션, 나아가서는 쇼핑공간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도시나 마을의 중심거리가 보행자전용거리가 되는 경우에는 쇼핑이나 소비적 공간인 경우가 많은데, 차량의 통행을 금지하고 보행자전용거리로 만들 경우 과연 상가의 활력이 살아날 것인가 아니면 감소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의가 많았고 현재도 이견이 많다.

당장 상가를 운영하는 상인들은 일단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 차량이 상점 바로 앞까지 접근하지 못하면 매출이 떨어질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소비자가 상점의 바로 코앞까지 차로 이동하지 못하면 뭔가 괜한 고생을 하거나 손해를 보는듯한 사회적 정서를 가진 사람들이 많은 경우에는 당연한 생각일지 모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보행자전용거리에 의해 상가가 활성화된 사례나 연구는 적지 않다. 

서울 중심의 인사동 거리는 그 대표적인 곳이다. 언제나 보행자의 쇼핑거리로 넘쳐나는 인사동 거리는 국제적 명성의 거리가 됐다. 차량이 통행하지 않고 보행자가 마음대로 거리를 활보하며 다종다양한 노점상에서 먹거리를 사들고 군데군데 설치된 벤치에서 발걸음을 쉴 수 있다면 그 보다 더 좋은 쇼핑의 조건은 없을 것이다. 뿐만 아니다. 차량이 통제된 거리 공간에는 크고 작은 아마추어 문화공연자들의 공연의 향기마저 퍼져 쇼핑과 휴식, 문화적 체험을 함께할 수 있다. 홍대앞 거리나 오사카의 대표적 유흥거리인 도톤보리의 경우에도 차량이 통제된 공간이 많다. 밤이면 불야성으로 들썩거린다.

이제 문화적인 도시의 중심가는 대부분 보행자 중심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보행자를 위한 도로의 긍정적인 상업적 효과는 당장 나타나지는 않는다. 초반에는 차량운행을 통제한 결과 소비자가 줄고 매출액이 줄어들 수도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점점 자유로운 보행공간에 흥미를 가지게 되면 순식간에 쇼핑이나 레크리에이션의 천국으로 바뀔 수도 있다. 

▲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앞 보행자전용도로(일명 서현역 로데오거리)

분명한 것은 자동차를 위한 거리의 경우에는 자동차가 늘어나기 시작하면 금방 공간의 한계에 이르지만, 보행자의 거리로 바뀌면 당장은 통행량이 감소하더라도 궁극적으로 공간의 효율은 극대화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차량에 방해받지 않고 자유로운 보행공간의 편리함을 느끼는 순간 사람들은 옷깃을 스치며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자동차를 위한 길은 쉽게 동맥경화에 걸릴 확률이 높지만, 보행자를 위한 거리로 바뀌면 그 공간은 무한정 자유롭고 끝없이 열린 공간으로 변모한다. 시도해볼 만한 일이라는 것이다. 

양평에서도 보행자를 위한 도로나 일방통행도로 등의 시도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단지 문화적인 입장에서만 차량을 위한 거리에서 보행자를 위한 거리로 바꾸자는 것은 아니다. 상업적인 측면에서 보더라도 보행자를 위한 거리는 결국 매출을 증대시킬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의 사회경쟁력은 정치나 경제가 아니라 문화경쟁력에 있기 때문이다.

다음 회에서는 보행자전용도로로 획기적인 변화를 이룬 일본의 아사히카와 시(旭川市) 등 아름다운 마을을 찾아가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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