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대로 인터뷰> 유영표 양평시민학교 교감

“시민이 주인인 학교… 역사를 알아야 오늘의 우리 알아,
‘경북 양평군’?… 선구적 의병 투쟁한 자랑스러운 고장”

 

 

‘시민들의 의식이 성숙해졌는데 설마 비상식적인 일들을 자행할 수 있을까?’, ‘민주주의를 경험한 국민에게 설마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까?’ 설마설마했던 물음에 지난 정권과 이번 정권은 명확하게 답한다. 그럴 수 있다고, 넘치게 그럴 수 있다고.
7년 전 꼭 이맘 때 우리 곁을 떠난, 깨어 있는 시민이 되라 외치던 옆집 아저씨 같았던 대통령은 이런 날을 예감했던 것만 같다. 절절했던 그 외침에 화답하듯 양평에 깨어 있는 시민들이 학교를 세웠다. 이 학교는 건물도 없고 이력서 한 줄 늘릴 ‘스펙’도 제공하진 않지만 바른 역사를 아는 데서 오는 힘과 의식은 확실하게 키워주는 듯하다. 
양평시민학교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교감을 맡고 있는 유영표 선생을 만났다. 유영표 선생은 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상임부이사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양평경실련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 유영표 선생은 한국 근대사에서 가장 선구적인 의병 투쟁을 하고 경기지역에서 가장 빨리, 그리고 가장 큰 규모로 일제에 맞서 3·1운동 시위에 참가한 양평은 자랑스러운 역사를 지진 잠재력 높은 고장이라고 역설했다.

- 양평시민학교는 어떤 걸 가르치는 곳인가요.

“대부분의 교양, 역사 강좌들은 관에서 주도하잖아요. 그런데 그런 거 말고 시민이 주인이 되는 학교 한번 해보자 해서 몇 분이 뜻을 모아 시민학교를 만들었습니다. 첫 수업을 지난해 4월 양평경실련 사무실에서 시작했고 7월 양평경실련이 출범하면서 경실련의 분과로 제휴하게 되었습니다. 시민학교의 주요 사업이 역사교실인데 주부들이 책으로 공부하기를 어려워해서 선별한 동영상으로 역사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 ‘이제는 말할 수 있다’와 같은 다큐멘터리에서 현대 과거사를 밝히는 내용을 많이 방영했거든요. 주제별로 혹은 연대별로 분류해서 한 학년에 12강좌씩 나눠서 공부합니다. 역사를 알아야 오늘의 우리도 알게 되니까요.”

 

- 일반 학교처럼 운영되는지요.

“지역별로 역사교실이 있는데 현재 양평, 강상, 용문, 용문청소년, 지평, 지평청소년, 덕평, 서종 교실이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12강좌를 한 학년으로 정하고 3학년까지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3개월이면 한 학년을 수료하게 됩니다.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게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어 3개월 안에 딱 마무리되지 않기도 합니다. 그리고 분기별로 초청강좌를 여는데 지난해 11월 한홍구 교수와 올해 3월 김삼웅 선생에 이어 이달 28일에는 서중석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다시 6월, 민주주의의 함성으로’라는 주제로 강연을 합니다. 이번에 오실 서 교수는 한국 현대사 분야 최초로 박사학위를 받은 분인데, 이번 강좌에서 해방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민주화투쟁의 과정과 시기별 쟁점이 됐던 사건과 이슈들을 총 정리해주실 겁니다. 그 외에도 <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라는 책으로 발제하고 토론하는 공부모임도 매주 월요일 양평경실련 사무실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 유영표 선생은 책도 읽고 그 속에서 문화도 함께 누리는 양평시민학교에 마음바탕이 좋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찾아주기를 바란다.

- 이런 일들을 하기에 양평은 보수적 성향이 강한 곳인데요.

“사람들이 자조적인 말로 ‘경상북도 양평군’이라고, 수구꼴통이라고 말하지만 역사적 전통이 있는 지역입니다. 양평이 근대사회에서 가장 선구적으로 의병 투쟁을 했고 3·1 운동도 경기 지역에서 가장 빨리, 제일 많이 참가한 지역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해방 후에는 몽양 여운형 선생이라는 가장 훌륭한 지도자를 배출한 땅입니다. 독립 의병 해방 당시 우리나라를 이끈 가장 큰 지도자였고 중도적인 분이었지만 이쪽에서는 회색분자로 저쪽에서는 좌익 빨갱이로 매도했지요. 내년이 암살 70주기인데 온 국민이 이분을 재평가하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는 용문산관광지 내에 한국민족독립운동발상지비, 화서연원독립운동기념비, 양평의병기념비, 용문항일투쟁기념비, 위정척사비, 애군우국비, 기념비 등 7개의 한국독립운동기념비(碑)를 세웠는데 참 잘 된 일입니다. 뿐만 아니라 올해 3·1운동 기념행사를 양평군이 주최해서 양평물맑은시장에서 진행하지 않았습니까. 군이 주최하니까 면장님들도 다 오시고 지역 산하기관들이 다 나와 3·1운동을 재현하니 참 뜻 깊었습니다. 지역민들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게 군수님이 잘하신 거예요. 양평은 자랑스러운 역사를 지닌 잠재능력이 많은 곳입니다.”

 

- 시민학교를 이끌어 가시는 분들은 누구신지요.

“현재 임승기(성균관대 은퇴) 교수님이 교장이고 네 명의 교감이 있는데 거주지에서 가까운 지역을 맡아서 함께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평과 용문, 정주영 교감과 김창현 교감은 서종, 정영수 교감은 양평과 강상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장에서 열심히 뛰시는 박민기, 서시온 실장과 여현정 팀장, 조재국, 조현주, 정경숙 지역장이 있습니다. 교감은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진 않았지만 연배가 있으신 분들이 주로 맡고 있습니다(웃음). 연배가 있는 분들은 현대사 경험을 이야기해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 양평에는 언제 오셨는지요. 인터넷을 검색하면 자료가 많이 나오는 유명인이던데요.

“집사람이 우연히 이곳을 발견하고선 완전히 반해서 저를 설득했어요. 자기 평생소원이 전원주택에 사는 거라고…. 제가 고생을 많이 시킨 게 미안하기도 하고 평생소원이라는 말에 2014년에 아무 정보도 없이 그냥 왔지요. 예전에는 생업에 종사하면서 참여연대 활동만 좀 꾸준히 했습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상임부이사장을 맡아 3년 정도 일했고, 지금은 민주화운동공제회 이사장을 6년째 맡고 있는데 어려운 사람들끼리 돈 모아서 하는 일이다보니 어렵네요. 양평에서는 우연히 세월호 집회 현수막을 보고 집회에 참석하면서 경실련 참가를 제의받게 되었어요. 경실련은 정치활동이 좀 불명확하고 해서 활동을 안 했는데 여기서는 경실련 정도가 맞겠다 싶어 작년에 새롭게 창립대회를 할 때 참여했어요. 올해는 서상섭 전 의원이랑 몽양기념관 이사로 선임되었습니다.”

 

- 시민학교에 어떤 분들이 오면 좋을까요?

“역사공부로 시작했지만 어떤 교실에서는 책읽기를 하고 또 그 속에서 문화도 함께 누리고 하더군요. 얼마나 좋습니까. 저는 마음바탕이 좋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와서 잘 배우고 흡수해서 점점 자라가면 좋겠습니다.”

 

시민학교를 다니며 변화된 게 무엇이냐는 물음에 안정희(양평교실)씨는 “역사를 너무 모르고 살았어요, 무지가 죄인 걸 알게 됐습니다. 지금도 수많은 착한 사람들이 이 무지의 죄를 짓고 사는 게 안타까워요. 바른 정보를 제공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라고 고백했다. 그리고 이효정(서종교실)씨는 “역사를 배우며 내 나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커지고 존경하는 인물이 많아졌어요. 그분들의 삶을 본받아 살려고요. 또, 어른으로서 어린이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쳐야한다는 책임감이 절실해졌어요”라고 답했다.

 

▲ 이경희 객원기자는 소싯적 의상디자이너, 출판기획편집자, NGO 홍보팀장으로 일했다. 경남산청 시골 출신이라 서울서 늘 흙을 그리워했다. 5년 전 양평으로 이사해 놀멍쉴멍 글도 쓰고 책도 만들며 남편과 두 딸 아이와 지지고 볶으며 잘 살고 있다.

옛 속담에 “아는 놈 당하지 못 한다”는 말이 있다. 시대를 막론하고 진실을 은폐하고 자기 배 불리려는 자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이들이 있다면 바로 ‘아는 놈’이 아닐까 싶다. 양평시민학교가 부디 ‘아는 놈’을 많이 배출해서 우리 어린이들에게 더 깨끗하고 정직한 세상을 물려주는 데 앞장서면 좋겠다. 그 ‘아는 놈’이 되고 싶은 분들은 가까운 역사교실로 띠링띠링 전화해보시길.

 

<각 지역 역사교실 담당자 연락처>

시민학교 박민기 010-2871-6022
양평 안은경 010-6789-9657
강상 이유원(임시반장) 010-4927-1270
용문 문희정 010-4818-3006
용문청소년 최미향 010-3319-1299
지평 김명주 010-5220-0217
지평청소년 서시온 010-4949-4744
덕평 유현정 010-2880-5533
서종 김지혜 010-7231-7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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