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사 에세이> 김창환 양평중 교사

 

성서에는 아담의 갈비뼈로 만든 최초의 여성 이브가 등장한다. 현대 분자생물학의 성과들은 이브의 유전자를 찾아 여성의 계보를 규명해나가고 있다. 바로 세포내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의 연구에서 시작된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내에 있는 엽록체와 같은 세포소기관이다. 세포의 핵 바깥에 위치하고 있지만 자체적으로 37개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원래는 산소호흡을 하는 독립된 세포였으나 숙주세포와의 공생을 선택해 세포내로 들어왔다. 미토콘드리아는 산소호흡을 통해 생명체의 생존에 필수적인 에너지를 생산하는 발전소 역할을 한다. 우리가 생존하는데 필요한 모든 에너지는 미토콘드리아에서 생산한 에너지 덕분이다. 호흡작용이 활발한 세포일수록 미토콘드리아의 수는 많아진다. 동물의 간세포에는 1000개 이상이, 식물에는 100개 이상이 있다. 모든 동식물 세포에 존재하기에 식물과 동물이 호흡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심한 운동 후에 푹 쉬면 회복되는 것도 미토콘드리아에서 끊임없이 에너지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자는 모계를 통해서만 유전된다. 장자와 난자가 수정 시 정자 속에 있는 미토콘드리아는 파괴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를 역 추적해 여성의 조상을 찾는 것이 가능하다.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정보는 세대가 이어질수록 뒤섞이게 되어 변이가 증가한다. 변이의 정도를 분석하면 나무의 가지 끝에서 거슬러 내려가면 뿌리가 나오듯이 여성의 유전적 뿌리를 찾을 수 있다. 연구결과 여성의 조상은 약 20만년 전 동아프리카에서 살았고 이후 전 세계로 이동했음이 확인됐다. 탄자니아나 이디오피아에서 살았던 어느 여성이 인류의 어머니인 이브의 후손인 것이다. 

▲ 미토콘드리아(사진=미 국립연구재단)

남자인 아담의 조상도 알아 볼 수 있다. 남자의 성유전자인 Y염색체는 남자만 보유하고 있어 정자와 난자가 수정 시에도 거의 변화하지 않는다. Y염색체를 추적하면 아담의 계보도 찾을 수 있다. 미토콘드리아는 간, 심장, 근육 등의 세포에 많아 미토콘드리아가 많아야 활력이 넘친다는 결론이 나온다. 운동 후 근육세포에는 건강한 미토콘드리아가 커지고 수가 많아진다. 운동을 하면 건강해지는 이유다. 또한 미토콘드리아가 기능이 저하되거나 호흡하는 과정에 필요한 영양분인 당을 잘 처리하지 못하면 당뇨병과 같은 성인병을 일으킨다.

최근 생명과학계에서는 치매, 비만, 당뇨 등 성인병과 난치병의 원인과 치료에 미토콘드리아를 이용해 규명해나가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생명의 기원을 찾아가는 연구도 미토콘드리아 덕분에 새롭게 쓰이고 있다. 

저작권자 © 양평시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