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마을, 왜 만들어야 하는가> 성종규 서종면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

아름다운 마을을 찾아가는 여행 7

 

 

일본 나가노현(長野縣)의 동북부에 오부세라는 인구 1만2000명 정도의 면단위 마을이 있다. 아름다운 바다가 있다든지 유명한 강이나 산을 끼고 있는 마을도 아닌데 일본에서는 ‘마을만들기의 교과서’로 불리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제 마을만들기가 단순한 주민운동을 넘어서 마을의 전체적인 발전계획을 대신하고 심지어는 산업분야에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오부세이고, 오부세는 진정한 6차 산업이 무엇인가까지도 보여 주고 있다.

오부세는 다른 농촌과 마찬가지로 1970년대 중반까지는 인구가 나날이 감소했다. 정부는 인구가 감소하는 마을들의 통폐합방침을 세웠고 오부세 또한 통폐합의 위기에 놓였다. 위기감을 느낀 오부세의 주민들은 심각한 논의의 장을 열었고 열심히 토론한 끝에 정부에 통폐합 거부 방침을 전달하고, 자력으로 마을을 다시 일으켜 세울 것임을 천명했다. 그러나 통폐합을 피하기 위해서는 정부를 설득할 수 있는 자력방침이 확실해야 했다. 

주민들의 논의 결과 오부세의 재산은 세 가지였다. 지역특산물인 밤, 그리고 일본 근대회화의 대표적 양식인 우키요에(浮世繪)의 유명한 화가 가츠시카 호쿠사이(葛飾北斎)가 오부세에 거주하면서 그림을 그렸다는 문화적 유산, 그리고 오부세의 주민 스스로의 의지, 이렇게 세 가지였다. 시내에는 특산물인 밤을 이용한 과자 등을 파는 선물용품 가게가 몇 군데 영업하고 있었다. 

▲ 오부세 밤나무길(栗の小徑). 밤나무를 이용하여 골목길 바닥을 정비했다.

마을을 일으키기 시작하는 출발점은 행정담당자와 밤 과자 영업점주 및 주민 몇 명으로 이루어진 모임에서부터였다.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아 호쿠사이 미술관을 건립하는 일이었는데, 첫 단추를 잘 끼운 건 이 때부터였다. 미술관의 설계와 미술관 주위의 경관 조성에 철저히 오부세의 역사적 특징의 아름다움을 살려냈다. 미술관 건물과 정원의 설계를 오부세 특유의 양식에 따르고, 미술관 주변의 골목길이나 인도를 특산품인 밤나무로 바닥을 정비해 ‘밤나무길(栗の小徑)’이라고 이름 붙였다. 밤나무길은 특산품을 이용했다는 특징을 넘어 특유의 아름다운 길로 소문이 퍼졌다. 

호쿠사이의 작품을 보러 방문했던 여행객들은 미술관의 전시작품뿐만 아니라 주변의 경관에 이끌려 그 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밤나무길의 경관 영역도 조금씩 확장됐으며, 특산품인 밤을 이용한 제품은 과자를 넘어 밥, 빵, 아이스크림 등 종류와 규모가 확대됐다. 행정기관과 주민 그리고 무엇보다도 점점 성업하기 시작한 상인들은 이제 마을 전체의 발전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오부세는 본격적으로 마을만들기 2단계에 진입했고, 지금은 연간 오부세 인구의 100배에 이르는 100만명 이상의 여행자들이 찾는다.

▲ 호쿠사이(葛飾北斎) 미술관

6차 산업이란 ‘1차 농림수산업, 2차 제조·가공업, 3차 서비스업을 복합한 산업으로, 농산물을 생산만 하던 농가가 상품을 가공하고 향토 자원을 이용해 체험프로그램 등 서비스업으로 확대시켜 높은 부가가치를 발생시키는 산업’을 말한다. 우리 주변에서는 보통 ‘체험마을’이라는 형태로 진행되는데, 체험관광객의 취향에 맞춰 생산품을 직접 수확하게 하고 숙박을 제공하는 정도의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아직은 체험관광객과 마을주민들의 문화적 결합과 결합의 지속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안다.

오부세는 호쿠사이를 앞세운 문화적 유산과 마을의 아름다운 경관, 그 위에 밤이라는 특산품을 올려 세워 자립적 마을을 달성한 대표적인 6차 산업의 마을이다. 진정한 6차 산업이란 단지 생산품과 가공과 숙박을 단순하게 결합시킨 평면적인 결합이 아니라, 그 마을의 진정한 역사와 문화를 아름다운 경관과 함께 특산물과 접목시켜 그 지역만의 특화된 긍지를 가지는 입체적인 마을로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언젠가 경기도 마을만들기 콘테스트의 발표 때 서종면의 경관 만들기 사례를 두고 체험소득분야로 참가한 여주시의 한 마을 사람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경관만들기는 다 먹고 살만할 때 하는 일 아니요?” 그 때 나는 이렇게 대답해 주었다. “체험관광도 마을이 예뻐야 더 많이 더 오래 지속적으로 오지 않겠어요?” 라고. 

다음 회에서는 오부세가 본격적인 2단계 마을만들기로써 얼마나 아름다운 마을 경관을 만들어왔는지를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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