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마을, 왜 만들어야 하는가> 성종규(서종면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

아름다운 마을을 찾아가는 여행2 

 

 

아름다운 자연이 있고 아름다운 거리가 있는 아름다운 마을에서 살아가는 행복이란 얼마나 소중한가. 나는 양평이 고향이 아니다. 귀촌을 궁리하던 중 우연히 서종의 북한강과 산수의 아름다움에 반해 문호리로 이사를 왔다. 그러나 실제로 살아가면서 서종이 지닌 자연풍경의 아름다움만큼 인간이 만들어가는 거리경관은 아름답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정확히 말하면 ‘아름답지 않다’가 아니라 ‘아름답지 않게 되었다’고 표현하는 편이 맞겠다. 재작년에 주민자치위원회의 주최로 열린 북한강갤러리 ‘옛날옛적전(展)’에 출품된 서종의 옛 사진들을 보며 본래는 서종의 거리 또한 자연만큼 아름다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서종의 옛 장터거리엔 조그만 개울이 흘렀고 여름에는 아이들이 발 담그고 놀기도 했었다. 정말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아름다운 마을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자연적으로 주어진 자연풍경이 아름다운 마을을 찾는 여행이 아니라 인간이 힘을 모아 그들의 주거지로 만든 마을 중 아름다운 마을을 찾아 가는 여행이다. 그런 마을에는 반드시 그 마을 누군가의 희망과 꿈과 노력이 포함되어 있다.

‘마을만들기’란 그 원류가 일본이다. 일본은 보통 글자에 한자와 히라가나를 섞어 쓰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마을만들기는 한문을 섞어 쓰지 않고 오로지 히라가나로만 ‘まちづくり’라고 쓴다. 섞어 쓸 때보다 친근함과 평이함을 주기 위해서다. 현장성과 실천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그 말이 우리나라에 들어왔고 우리도 한자어를 섞지 않은 채로 마을만들기라고 쓴다. 마을가꾸기라고도 쓰기도 하지만 마을만들기보다는 뜻이 좁다. 

‘마을’이란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여러 집이 모여 사는 곳’이다. 현재 양평군에서는 ‘지역만들기’ 운동이 한창이다. ‘지역’은 국어사전에 ‘일정한 토지나 사회의 구역’이다. 말하자면 ‘마을’이란 단위는 인간의 측면에서 바라본 것이다. 친근하고도 정감이 숨어 있는 심정적인 단위이다. 지역이 물(物)적 단위임에 반해.

아름다운 마을을 찾아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마을만들기란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보려고 한다. 나는 마을만들기라는 화두를 잡고 나서 마을만들기에 관한 책들을 읽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다무라 아키라(田村明)의 마을만들기 3종 세트는 그 기초를 잡아주었다. ‘마을만들기의 발상’, ‘마을만들기 실천’ 그리고 ‘마을만들기와 마을경관’이 그것이다. 마을만들기란 무엇인가를 생각할 때 빠져서는 안되는 몇 가지 기초 정신들을 짚고 넘어가자.

▲ 서종면 문호리 장터거리의 옛 개울 사진.

1. ‘우리마을’을 만들어야 한다

마을만들기란 바로 내가 사는 우리 마을을 만드는 일이다. 즉 우리 마을의 고유성과 정체성을 찾는 일이다. 마을만들기라는 개념과 운동이 탄생한 이유는 사회의 급속한 도시화와 공동체의 해체에서 비롯되었다. 1960년대에 들면서 세계적으로 급속한 도시화가 이루어졌고, 도시화는 물질과 금전만능주의 그리고 콘크리트 구조물 일색의 경관으로 진행되었다. 농촌은 급속히 해체되어 기존의 마을공동체가 사라져 갔고 다양한 이질적인 요소들이 혼재하기 시작했다. 이질적인 요소들은 제각각 자신만 편한대로 살기 시작했고, 마을 공간은 무질서해졌다. 그리고 그러한 모습은 거의 모든 농촌을 자기 색깔 없이 바꿔버렸다.

마을만들기에서 가장 중요한 하나의 정신은 우리 마을의 정체성과 고유성을 찾는 일이다. 마을만들기는 우리 마을의 고유한 특징, 장기적이고 미래세대까지 고려한 총체적 ‘브랜드’를 고민하는 데부터 출발해야 한다. 마을만들기의 역사가 깊은 곳에서는 이제 마을만들기가 ‘지역경영’ ‘지역브랜드 창조’의 차원까지 발전해 있다.

▲ 일본 고베시 마쓰모토지구(神戶市 松本) 거리에 흐르는 실개천.

2. 개발이 아닌 ‘만들기’이다

개발이란 국가와 행정 주도의 개념이다. 개발이란 물질적으로 부족한 것으로부터 풍요롭게 한다는 물질적 개념이 앞선다. 반면에 만들기란 계획이며 가꾸기이다. 마을만들기에는 보존과 창조, 개선, 재생 같은 개념이 포함된다. 물질적으로 부족한 시절 행정이 주도하여 개발하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다듬고 아름답게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 이제는 이왕이면 아름답게 우리 마을의 분위기에 맞게 독창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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