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놀이㉖

▲ 미세한 감각과 집중력을 키워주는 얼음낚시놀이.

겨울이 되면 저는 어린 시절에 신나게 놀았던 세 가지의 탈것이 떠오릅니다. 눈이 오면 비닐포대에 지푸라기를 넣고 눈썰매 탈 곳을 찾아다녔습니다. 언덕도 좋지만 저는 뒷산에서 길게 내려올 수 있는 숲길을 더 좋아했지요.

때가 되면 아빠는 어김없이 얼음썰매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먼 길을 떠나신지 20여년이 다 되어 가지만, 넓은 판자로 앉음판을 만들고 나무막대기에 못을 거꾸로 박아 손잡이를 만들어 주시던 아빠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또 집앞 대나무를 1m쯤 잘라 반으로 쪼갠 후 불로 그을려 앞부분을 살짝 휘어 주셨습니다. 그러면 무척 간단한 한 쌍의 스키가 만들어지지요. 길쭉한 막대기 손잡이까지 손에 넣고, 눈이 내린 야트막한 언덕에 올라 양쪽 대나무 위에 발을 얹으면 씽~ 정말 신나는 스키장이 됩니다. 모든 썰매들을 다 좋아했지만, 저는 특히 균형 잡기 연습과 섬세한 기교가 필요한 이 대나무 스키를 제일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요즘엔 인터넷에서 썰매를 팔기도 하지만, 엄마 아빠가 아이와 함께 썰매를 직접 만들어 보면 그 추억이 더욱 값질 것 같습니다. 엄하고 입이 거칠어 무서웠던 저희 아빠셨지만 우리를 위해 열심히 썰매를 만드셨던 다정한 그 모습은 당신을 더욱 그립게 한답니다.

▲ 버려지는 플라스틱 그릇에 물을 담아 밖에 두면 얼음이 만들어집니다.

얼음조각으로 놀 수 있는 것들 역시 참 많습니다. 플라스틱 그릇에 물을 담아 집 밖에 놓아두면 다음날 아침 꽁꽁 얼어 있습니다. 저희는 현관 밖에 고양이 집이 있어서 아침마다 따뜻한 물로 갈아주는데 저희 아이는 그때마다 따라 나와 지난밤 얼었던 얼음을 쏙 꺼내 놀곤 합니다. 발로 차고 다니며 축구를 하기도 하고, 나무막대기를 주워와 아이스하키도 합니다. 땅에 홈을 만들어 골프처럼 홈에 넣기도 하지요. 요즘엔 아예 그릇 여러 개에 물을 부어놓고 얼음덩어리를 여러 개 만들어 놉니다. 집에서 잘 사용하는 그릇 대신 두부 케이스, 버섯 케이스, 마늘 케이스 등 버려지는 플라스틱으로 재활용 하면 마음도 뿌듯하고 얼음 모양도 더욱 다채롭습니다.

집근처에 물이 있는 논이나 계곡, 천이 있으면 멀리 축제하는 곳까지 갈 필요 없겠지요? 물이 깊지 않고 단단히 얼어서 안전한 곳임을 확인하고, 아이들에게 맘껏 놀 수 있는 시간을 주면 아이들은 그곳에서 나오기 싫어할 정도로 재미있게 놀 수 있습니다. 썰매가 없더라도 아이들은 스스로 놀 거리들을 찾아냅니다. 칡덩굴처럼 단단한 나무덩굴이나 줄을 준비해가면 서로 끌어줄 수 있어 더 재미있습니다. 빙판 양쪽에 나무나 큰 돌이 있으면 길게 줄을 매달아 놓고, 줄잡고 빙판 이동하기도 할 수 있지요.

▲ 재미있는 모양의 얼음판을 찾아보는 놀이.

저는 아이들과 밖에 나갈 때는 늘 주머니에 끈을 갖고 다니는데, 어느 날은 아이들이 얼음낚시 놀이를 하고 싶다 하네요. 맘에 드는 나뭇가지를 찾아오게 한 후 끈을 매달아주니 줄 한쪽 끝에 돌도 매달아 보고, 나뭇잎도 매달아 보는 등 자기만의 낚싯대를 만들더군요. 그리고는 돌로 얼음을 깨 구멍을 만들고 낚싯줄을 담가봅니다. 돌을 매단 친구가 진짜 낚시하는 느낌이라고 환호하니 다른 놀이를 하던 친구들도 우르르 

▲ 서은정 용문산힐링생태숲학교장

몰려와 낚싯대를 하나씩 만들어 갖가지 폼을 잡습니다. 얼음 아래는 미약하나마 물이 흐르고 있어서 줄에 매단 돌멩이의 무게감이 마치 물고기가 매달린 것 같습니다. 스스로 놀이를 창조하고 만들어가는 과정, 시끌시끌하던 아이들이 서로 조용히 하자며 낚시에 집중하는 그 모습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습니다.

한파가 주고 간 선물 얼음. 날이 더 풀려 빙판이 녹아버리기 전에 아이들과 좋은 추억 만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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