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놀이㉖
겨울이 되면 저는 어린 시절에 신나게 놀았던 세 가지의 탈것이 떠오릅니다. 눈이 오면 비닐포대에 지푸라기를 넣고 눈썰매 탈 곳을 찾아다녔습니다. 언덕도 좋지만 저는 뒷산에서 길게 내려올 수 있는 숲길을 더 좋아했지요.
때가 되면 아빠는 어김없이 얼음썰매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먼 길을 떠나신지 20여년이 다 되어 가지만, 넓은 판자로 앉음판을 만들고 나무막대기에 못을 거꾸로 박아 손잡이를 만들어 주시던 아빠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또 집앞 대나무를 1m쯤 잘라 반으로 쪼갠 후 불로 그을려 앞부분을 살짝 휘어 주셨습니다. 그러면 무척 간단한 한 쌍의 스키가 만들어지지요. 길쭉한 막대기 손잡이까지 손에 넣고, 눈이 내린 야트막한 언덕에 올라 양쪽 대나무 위에 발을 얹으면 씽~ 정말 신나는 스키장이 됩니다. 모든 썰매들을 다 좋아했지만, 저는 특히 균형 잡기 연습과 섬세한 기교가 필요한 이 대나무 스키를 제일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요즘엔 인터넷에서 썰매를 팔기도 하지만, 엄마 아빠가 아이와 함께 썰매를 직접 만들어 보면 그 추억이 더욱 값질 것 같습니다. 엄하고 입이 거칠어 무서웠던 저희 아빠셨지만 우리를 위해 열심히 썰매를 만드셨던 다정한 그 모습은 당신을 더욱 그립게 한답니다.
얼음조각으로 놀 수 있는 것들 역시 참 많습니다. 플라스틱 그릇에 물을 담아 집 밖에 놓아두면 다음날 아침 꽁꽁 얼어 있습니다. 저희는 현관 밖에 고양이 집이 있어서 아침마다 따뜻한 물로 갈아주는데 저희 아이는 그때마다 따라 나와 지난밤 얼었던 얼음을 쏙 꺼내 놀곤 합니다. 발로 차고 다니며 축구를 하기도 하고, 나무막대기를 주워와 아이스하키도 합니다. 땅에 홈을 만들어 골프처럼 홈에 넣기도 하지요. 요즘엔 아예 그릇 여러 개에 물을 부어놓고 얼음덩어리를 여러 개 만들어 놉니다. 집에서 잘 사용하는 그릇 대신 두부 케이스, 버섯 케이스, 마늘 케이스 등 버려지는 플라스틱으로 재활용 하면 마음도 뿌듯하고 얼음 모양도 더욱 다채롭습니다.
집근처에 물이 있는 논이나 계곡, 천이 있으면 멀리 축제하는 곳까지 갈 필요 없겠지요? 물이 깊지 않고 단단히 얼어서 안전한 곳임을 확인하고, 아이들에게 맘껏 놀 수 있는 시간을 주면 아이들은 그곳에서 나오기 싫어할 정도로 재미있게 놀 수 있습니다. 썰매가 없더라도 아이들은 스스로 놀 거리들을 찾아냅니다. 칡덩굴처럼 단단한 나무덩굴이나 줄을 준비해가면 서로 끌어줄 수 있어 더 재미있습니다. 빙판 양쪽에 나무나 큰 돌이 있으면 길게 줄을 매달아 놓고, 줄잡고 빙판 이동하기도 할 수 있지요.
저는 아이들과 밖에 나갈 때는 늘 주머니에 끈을 갖고 다니는데, 어느 날은 아이들이 얼음낚시 놀이를 하고 싶다 하네요. 맘에 드는 나뭇가지를 찾아오게 한 후 끈을 매달아주니 줄 한쪽 끝에 돌도 매달아 보고, 나뭇잎도 매달아 보는 등 자기만의 낚싯대를 만들더군요. 그리고는 돌로 얼음을 깨 구멍을 만들고 낚싯줄을 담가봅니다. 돌을 매단 친구가 진짜 낚시하는 느낌이라고 환호하니 다른 놀이를 하던 친구들도 우르르
몰려와 낚싯대를 하나씩 만들어 갖가지 폼을 잡습니다. 얼음 아래는 미약하나마 물이 흐르고 있어서 줄에 매단 돌멩이의 무게감이 마치 물고기가 매달린 것 같습니다. 스스로 놀이를 창조하고 만들어가는 과정, 시끌시끌하던 아이들이 서로 조용히 하자며 낚시에 집중하는 그 모습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습니다.
한파가 주고 간 선물 얼음. 날이 더 풀려 빙판이 녹아버리기 전에 아이들과 좋은 추억 만들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