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군 종합사회복지관 ‘웰빙건강요리’

 

▲ 요리강사 전옥자씨가 이날 사용할 식재료의 영양과 손질법에 대해 설명하자 수강생들이 귀를 기울여 듣고 있다.

#요리하는 남자, 낯설지 않다. 남자는 부엌 근처에 얼씬도 못하게 하던 시절이 언제였나 싶다. TV 프로그램에 남성 프가 나와 요리를 하는 모습이 익숙하고, 주부 못지않은 요리솜씨로 인기를 끈 한 남성배우는 식재료 광고 모델까지 꿰찼다. 양평에도 요리를 배워보겠다고 도전장을 내민 남성들이 있다. 양평군 종합사회복지관의 ‘웰빙건강요리’ 강습현장을 찾았다. 

3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남성회원
매주 한 가지 일품요리 배우며 기본기 다져
 
양평군종합사회복지관은 지난달 8일 사회교육사업으로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웰빙건강요리’ 강좌를 열었다. 매주 목요일 오후, 직장일이 끝나자마자 복지관으로 달려오는 수강생들은 모두 7명. 강습시간인 6시30분까지 도착하기가 빠듯한 지 7시가 조금 넘어서야 모든 수강생이 모였다. 
 
이날 배울 요리는 ‘표고버섯 탕수육.’ 요리강사 전옥자씨는 표고버섯의 효능과 종류부터 설명했다. 웰빙요리를 주제로 한 수업이라 표고버섯을 주재료로 탕수육을 만들지만 육류를 좋아하는 수강생들을 위해 돼지고기 탕수육도 함께 만든다. 
 
▲ 두 팀으로 나눠 표고버섯탕수육, 돼지고기탕수육을 만들었다. 이승진, 김현철, 최인철씨가 손질해놓은 야채를 썰고 있다.
강의는 식재료 손질법부터 시작했다. 말린 표고버섯 불리기, 돼지고기 핏물 제거, 피망씨 제거, 오이 씻기 등을 설명하며 각 식재료의 영양과 요리의 팁을 꼼꼼히 설명했다. 기본재료인 돼지고기, 표고버섯에 밑간을 해 양념이 베는 동안 양송이, 피망, 당근, 양파, 적양배추 등의 부재료를 사각·반달·은행잎 모양으로 썰었다. 수강생들은 강사의 설명을 듣는 중간 중간 메모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모든 재료의 기본손질이 끝나고 본격적인 요리가 시작됐다. 표고와 돼지고기에 전분가루를 묻혔다. 바삭한 식감을 원할 때는 튀김옷에 계란을 넣지 않는데 전분, 튀김가루, 밀가루 순으로 식감이 좋다. 여러 재료를 함께 튀겨야할 때는 기름이 지저분해지지 않도록 야채, 생선, 고기 순으로 튀겨야 한다. 전분을 털어낸 표고버섯을 기름팬에 넣으니 고소한 냄새가 실내에 금방 퍼진다. 강신규씨가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튀겨야하는지 묻자 전 강사가 표고는 안이 익었는지 절단된 부분을 봐야 한다며, 겉이 거뭇거뭇해서 타는 줄 알지만 그렇지 않다고 설명한다. 
 
▲ 가족이나 지인에게 자랑하는 재미도 놓칠 수 없다. 동갑내기 친구 김현철, 최인철씨가 직접 만든 탕수육의 인증샷을 찍고 있다.
처음 온 수강생이 중국집 탕수육과의 차이를 묻자, 보통 음식점에선 튀김의 양을 많게 하기 위해 전분을 물에 풀어 튀김옷을 두껍게 하지만 가정에서는 전분가루만 가볍게 묻혀 식재료 맛을 살리라고 답했다. 김길식씨는 튀김용으로 어떤 기름이 적합한지, 강신규씨는 판매되는 탕수육 중에 비린내가 나는 것은 무엇이 문제인지, 최인철씨는 기름을 재활용해도 되는지, 김현철씨는 요리 후 기름기를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꼼꼼히도 묻는다. 수강생들의 질문공세에 전 강사는 탕수육을 만들면서도 요리의 기초지식에 노하우를 곁들여 하나하나 설명해준다.
 
익는 순서에 따라 야채를 넣어 볶고, 두 번 튀긴 표고와 돼지고기가 준비되자 마지막 소스를 만드는 과정만 남았다. 식초, 설탕, 간장, 녹말물로 기본소스를 만들며 요즘 시중에 화제를 몰고 다니는 백종원씨 이야기가 자연스레 나왔다. 역시 관심은 설탕에 대한 것. 백설탕, 황설탕, 원당의 차이와 쓰임새에 대해 전 강사가 깔끔하게 정리를 해준다. 
 
▲ 요리는 만드는 재미 반, 먹는 재미 반이다. 늦은 저녁이지만 함께 만들어 먹는 재미가 솔찮다.
준비한 재료에 소스를 넣고 색이 예쁠 때 불을 끄니 탕수육 한 그릇이 금방 만들어졌다. 빨강, 노랑, 초록, 보라색의 갖가지 야채에 표고까지 곁들이니 화려하기 그지없다. 이젠 즐거운 시식시간. 전 강사는 간을 볼 때는 음식을 작은 접시에 한 스푼 정도 덜어 한 김 식힌 후 먹어봐야 정확하다고 강조했다. 또 탕수육은 반찬이 아닌 일품요리니 심심하게 만들라고 당부했다. 
 
전문강사에게 배우고 시식까지 했으니 두 팀으로 나눠 직접 만들어보는 일만 남았다. 방금 배운 것을 떠올리며 재료를 손질하고, 썰고, 튀기고, 볶으며 팀별로 뚝딱뚝딱 요리를 만든다. 순서가 조금 틀리면 어떠랴, 개의치 않고 다들 열심히 만든다. 이내 탕수육 한 그릇이 완성된다. 퇴근하자마자 달려와 오후 8시를 훌쩍 넘겼으니 어떤 음식인들 맛있지 않을까만, 손수 만든 음식을 함께 나누니 일류 레스토랑이 부러울까. 
 
 
수강생 일문일답
요리하는 재미, 이젠 이해가 가네∼
 
사는 곳도, 나이도, 직업도 제각각인 수강생들. 대체 이 남자들은 왜 요리 배울 생각을 했을까? 수강생 몇 명에게 물어봤다. 
 
△최인철(53)… 평상시에 안 해보던 거라 해보고 싶었는데 재밌다. TV 요리프로그램에서 요리 재미있다고 배우는 남자들이 이젠 이해가 된다. 
△이승진(33)… 교사인데 자취를 한다. 부모님이 주말에 밑반찬을 해주시지만 혼자 해먹을 수 있는 건 배워보려고 왔다. 인터넷에 레시피가 많지만 눈으로 안보고는 따라 만들기가 힘들다. 요리 노하우를 배우고 싶다.
 △김현철(53)… 친구가 가자고 해서 따라 왔다. 요리는 못 한다. 라면은 끓일 줄 안다. 강좌에서 요리를 세 가지 정도 배웠는데 해보니 재밌다. 
 
△김길식(51)… 맞벌이 부부라 아내와 가사 일을 함께 한다. 닭볶음탕, 김치찌개 등 딸아이가 아빠가 만든 음식을 좋아한다. 식품의 영양가, 요리순서 등 몰랐던 기초지식을 많이 알게 된다. 
 △강상규(31)… 자취를 하는데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한다. 지인들을 초대해 즐기고 싶어서 여러 명이 함께 먹을 수 있는 일품요리를 배우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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