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파망에 낙엽을 넣어 축구공을 만들어 즉석 축구시합을 할 수도 있다.
시골로 이사를 와서 가장 신기한 것 중 하나가 아침에 눈뜰 때마다 늘 다른 자연 작품들을 만난다는 것입니다. 커다란 창틀이라는 액자에 펼쳐지는 예술 세계는 계절에 따라, 시간에 따라, 날씨에 따라, 심지어 새가 오고감에 따라 늘 다른 작품이 걸려 있습니다. 심지어 그 작품에 풍덩 빠져볼 수도 있지요. 요즘같이 나뭇잎이 하루가 다르게 색이 변하고 바닥마저 형형색색의 낙엽으로 물드는 날엔 정말 황홀해서 바쁜 걸음도 때때로 멈춰지곤 합니다.

아이들과 놀 때도 그렇습니다.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곤충 한 마리 그냥 쉬 못 지나칠 만큼 호기심 많은 아이들에게 바닥에 내려앉은 낙엽들이 어떻게 변신할 수 있는지 살짝살짝 알려주기만 해도 아주 신나게 많은 창작을 한답니다.
 
나뭇잎 모양을 활용하면 다양한 동물들을 만들어볼 수 있습니다. 나뭇잎 한 장을 세로로 들어봅니다. 양쪽 테두리 중 위쪽 3분의1 지점을 가운데 주맥을 중심으로 깊게 잘라 내려오다가 윗부분을 아래로 접으면 동물의 얼굴이 됩니다. 거기에 작은 나뭇가지로 핀 꽂듯이 찔러 넣어 눈, 코, 입을 만들면 더욱 실감나지요, 문구점의 눈 스티커를 붙여도 아이들은 무척 좋아합니다. 나뭇잎 모양에 따라 여우처럼 보이기도 하고, 사자, 강아지처럼 보이기도 하지요. 그렇게 만들어진 것들을 쪼르르 진열해도 좋고, 각자 만든 것으로 동물놀이를 해도 재미있습니다.
 
▲ 낙엽을 하나씩 뒤로 넘겨 반으로 접은 후 겹겹이 모으면 아름다운 꽃이 된다.
낙엽을 하나씩 뒤로 넘겨 반으로 접은 후 겹겹이 모으면 아름다운 꽃이 되기도 합니다. 반접은 낙엽을 돌돌 말아 가운데 심으로 세워놓고, 반접은 낙엽을 사방으로 두르듯이 여려 겹 모은 후 마지막엔 접지 않은 잎들로 두릅니다. 그리고 모아진 낙엽들 손잡이 부분을 긴 잎자루, 길쭉한 풀. 칡덩굴 껍질 등 조금 질긴 것으로 끈 삼아 묶으면 꽃 한 송이 완성입니다. 노란 부채모양의 은행잎은 접지 않고 그대로 모아도 앙증맞게 예쁘고요, 플라타너스 같은 아주 커다란 잎은 풍성한 부케 같은 느낌마저 듭니다.
 
다양한 빛깔의 낙엽들을 만나면 색상환을 만들어도 무척 아름답습니다. 하얀 손수건이나 보자기 같은 것을 펼쳐놓고 해도 좋고, 납작한 돌이나 다른 낙엽이 없는 공간을 확보해서 놓아두어도 됩니다. 둥글게 혹은 하트 모양으로 낙엽을 쪼르르 놓는데, 같은 색깔끼리 모으든지 옅은 색부터 진한 색 차례로 놓든지 하면 낙엽의 다양한 빛깔까지 한눈에 감상할 수 있습니다. 호수의 물수제비처럼 여려 겹의 원을 만들어 종류나 색깔별로 놓아두어도, 색깔별로 낙엽 무지개를 꾸며도 아주 근사합니다.
 
넓적하고 매끈한 낙엽에는 시를 써 넣거나 그림을 그려도 좋습니다. 편지를 쓴 후 돌돌 말아서 풀 끈으로 묶어 전해주어도 참 멋지겠지요?
 
▲ 아이들은 즉흥적으로 이야기를 꾸며 놀기를 좋아한다. 일본목련 낙엽으로 무사분장을 한 채 놀이에 빠진 아이.
아이들은 그때그때 만나는 나무와 나뭇잎들로 즉흥적으로 이야기를 꾸며 놀기를 좋아합니다. 처음엔 아이들 몸에 양면테이프로 낙엽을 붙여주며 호기심을 자극해주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들은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를 번득이며 스스로 이것저것 꾸며 붙이고 스토리를 지어내기까지 합니다. 그럴 땐 우리 어른들은 옆으로 한 발짝 물러서서 연발 탄성을 질러주면 됩니다. 그 안에서 아이들은 영화 속 주인공이 되었다가, 감독이 되었다가, 디자이너가 되었다가, 발명가도 되거든요. 자기가 만든 그 장식, 그 옷이 정말 좋아 집에도 걸치고 가고, 아마 꿈속까지 그렇게 들어갈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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