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선(禪) 판화가 통칙스님

현대인, 마음공부·자기내면 살펴야
작업이 곧 명상… 치유·배려 힘써
붓과 칼로 새긴 삶의 향기·깨달음

 

 

나무 판 위로 칼이 지나가면 마음을 일깨우는 경구(警句)가 되고, 그 구절에 맞는 치열한 삶의 순간과 깨달음의 그림이 새겨지면서 일순 마음이 고요해진다. 목판화는 그 유구한 전통만큼이나 담고 있는 의미가 깊고 넓다. 삶의 모순들이 강렬한 어조로 전해지기도 하고, 마음의 변화를 추동하기도 하며, 상처받은 마음이 치유되기도 한다. 이따금 철저한 각성을 요구할 때도 있다.

선(禪) 판화가인 통칙스님의 판화들은 화두를 던진다. 마음공부와 자기 안을 들여다보라는 권유다. 그림은 간결하기 이를 데 없고, 그림과 함께 전하는 메시지는 울림이 있다. 남을 밟고 일어서는 경쟁에 익숙한 현대인들이 잊고 지나치는 삶의 중요한 덕목을 보는 사람들이 직관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목판화다. 그래서 누구나 쉽게 그 의미를 마음에 새길 수 있다.

‘통칙’(洞則), 일반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법칙인 통칙(通則)이 아니다. 밝고 막힘없이 트여있어 진리를 꿰뚫어본다는 뜻이다. 통칙스님은 출가 후 줄곧 판화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1989년 경인미술관에서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매년 한차례씩 전시회를 통해 선(禪)의 세계를 그려왔다. 1996년 강하면 왕창리에서 장애인들과 16년간 목판화와 목공예를 했다. 이후 잠시 다른 곳에서 작업을 하다 2006년 지금의 지평면 수곡리에 자리를 잡았다. 수곡리에서 월명암 목판화연구소를 운영하던 스님은 지난 3일 법당 아래층에 어울림미술관을 열어 개관전시회를 가졌다.

 

 

 

 

‘사랑하는 마음도 쌓아두면 무겁다네’, ‘가질 것도 버릴 것도 없는 禪이라네’, ‘깊고 간절한 마음은 닿지 못하는 곳이 없다네’, ‘망상을 내지 마라’, ‘허공같이 뚜렷하여 모자랄 것도 없고 남을 것도 없다’…. 바람에 흔들이는 나뭇잎, 여전히 그 아래 점처럼 자리한 인간, 그럼에도 담아두는 것이 너무 많은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 ‘집착하는 마음이 없으면 자유롭다’고 했던가. 민들레 홀씨들이 하늘에 흩날린다. 

스님은 올해 5월 판화집 ‘보는 놈을 보는 것이 참나다’(맑은소리 맑은나라)를 출간했다. 판화그림을 보고 연신 메모를 하고, 마음이 정화된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 책을 내기로 한 것이다. 그림마다 가슴을 치는 깨달음의 메시지가 있고 영어로도 번역돼 있다. 

 

 

2013년에 펴낸 ‘열여덟로 가는 세상’은 판화작가로서의 통칙스님을 만날 수 있고, 수행자의 삶을 함께 엿볼 수 있는 판화집이다. 열여덟은 감각기관인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 6근(根)과 감각기관으로 보는 바깥경계 ‘색성향미촉법’(色聲香味觸法) 6경(境), 감각기관을 통해 보고 아는 바깥경계 6식(識)을 뜻한다.

스님은 지난 5월, 지진으로 힘겨워하는 네팔의 오지 학교를 위한 기금을 모아보고자 ‘안나푸르나에 달이 뜨면’이라는 주제의 출판기념회 및 전시회(팔레드서울)를 열었다. 다정(茶汀) 김규현 작가, 소우재 강신봉 작가, 태황스님, 원정스님과 함께 뜻을 모아 마련한 전시회다. 스님은 오는 24∼30일 서울 송파구 불광사 갤러리에서 목판화 전시회를 갖고, 다음달에는 수곡리 어울림미술관에서 도마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 통칙스님은 밀랍과 머리카락으로 만든 전통 밀대를 30년 넘게 사용하고 있다.

통칙스님은 “앞으로의 세상은 지식이 아닌 마음공부를 해야 살아갈 수 있다”며 “판화를 보는 사람들이 내면을 관조할 수 있고 자기를 찾을 수 있도록 안내자 역할을 할 뿐”이라고 말했다. 

(통칙스님이 걸어온 길)

 

▲ 선(禪) 판화가 통칙스님은 최근 ‘배려’를 주제로 한 작업을 하고 있다. 배려의 실천을 추동하기 위해 화두처럼 공부하고 있다.

목판화 개인전(1989·서울 경인미술관), 불교 목판화 초대전(1990·대구 동아쇼핑), 연(1991·대구 갤러리 큐), 프랑스 문화원 초대전(1992), 불교 목판화전 ‘선으로 가는 길’(1995·광주 갤러리 탑전), 서울 불교방송 창사 7주년 목판화 초대전(1997), 불표 판화작가 초대전(1997·서울 한수경 갤러리), 한마음전(2000·서울 덕원 갤러리), 불교 목판화 초대전(2004·서울 봉은사), 통칙스님 목판화전(2005·양평맑은물사랑 미술관), 통칙스님 목판화전(2008·양평 맑은물사랑 미술관), 통칙스님 목판화전(2009·광주 무등갤러리), 통칙스님 목판화전(2010·광주 무각사 로터스갤러리), 통칙스님 목판화전(2011·서울 운현궁), 통칙스님 목판화전&소장작품전(2011·부산 영광도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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