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19일 ‘2015 사회적경제 나눔장터’ 첫날 행사가 양서문화체육공원에서 열렸다. 행사장이 한산하다.
양평군은 지난달 19일부터 양서문화체육공원에서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 기업이 참여하는 ‘2015 사회적경제 나눔장터’를 3주간 주말마다 열었다.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한자리에 모인 첫 행사라는 의미에도 불구하고, 6일 동안 8488명의 관광객이 다녀가 홍보와 판매효과는 적었다.

이번 행사는 경기도에서 주관한 사회적경제 나눔장터 공모사업에 선정돼 진행됐다. 지역의 사회적경제 기업홍보 및 제품판매를 목적으로 20여 사회적경제 기업이 참여해 부스를 운영했다. 문화공연과 기증받은 제품을 반값에 증정하는 ‘나눔 하프마켓’, 경매를 통해 판매하는 ‘나눔 경매행사’ 등의 부대행사도 열었다.
 
지난달 19~20일 열린 첫 주 장터는 판매·홍보부스와 문화공연을 열었지만 관람객들의 참여는 저조해 맥 빠진 모습이었다. 첫날인 19일에는 오전에만 관람객이 있었을 뿐 오후에는 찾는 사람이 적어 관객 없는 장터에 무대공연만 이어졌다.
 
양평군 사회적경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첫 사업이라는 의미에도 불구하고 참여기업들은 행사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위치 선정부터 문제였다. 나눔장터는 세미원 정문 옆 양서문화체육공원에서 진행됐는데, 세미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경우 정문으로 입장해 배다리를 건너 두물머리로 동선이 이어진다. 입장 전에 잠시 나눔장터를 둘러보긴 해도 물건을 구매해 들고 다닐 사람은 많지 않다. 군 담당자는 배다리 쪽 출입구는 공연으로 인한 주민민원이 우려돼 양서체육공원을 택했다고 했다.
 
행사참여기업의 한 관계자는 행사장소인 세미원을 방문하는 고객들의 목적과 취향이 물품구매와는 다르다며 장소 선정이 근본적으로 잘못 됐음을 지적했다. 판매와 홍보 촉진을 위해서라면 차라리 구매를 목적으로 관광객들이 찾는 오일장 인근 등에서 행사를 열어야 했다는 주장이다. 참여업체들은 홍보문제도 많이 지적했다. 사회적경제라는 용어 자체가 일반인들에게는 생경스러운 말인데, 도로변 행사현수막 외에는 적극적인 홍보가 없었다.
 
실제로 신문사나 군청게시판에 사회적경제가 무엇인지 문의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SNS를 포함한 다양한 매체를 통해 사회적경제를 알리는 전략이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행사기간 동안 인근 양수리 IC입구나 관광객이 오가는 양수리 도로변 등 현장홍보도 부족했다.
 
참여한 사회적기업만으로는 행사콘텐츠가 빈약했다는 점은 보다 근본적인 한계다. 홍보부스 외 돼지감자차, 생들기름, 약초, 선인장팩 등 몇 가지 특산물과 커피, 떡 등의 간이음식을 파는 부스가 전부였다. 문화공연에 전체 예산 7000만원 중 40% 정도가 소요됐지만 공연으로 인한 관객 유입효과는 미비했다.
사회적경제 업무를 담당하는 군 담당자는 “조례가 제정되지 않아 예산편성, 인원충원이 안 된 상태에서 담당자 혼자 모든 업무를 감당하기에 한계가 많다”고 말했다.
 
사회·지역적 약자 위한 경제대안
 
사회적경제라는 말은 1900년경 프랑스 사상가 샤를 지드가 시장경제를 더 사회적이고 공평한 체계로 전환할 대안으로 처음 제시한 개념이다. 이후 1970년 경기침체와 실업으로 유럽의 복지국가들이 위기에 처하고, 1980년 신자유주의 여파로 실업률이 증가하고 복지국가 개념이 쇠퇴하면서 사회적경제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로 확산됐다. 벨기에 자크 드푸르니 교수(2006)는 사회적경제를 ‘이윤창출보다는 구성원이나 공공에 대한 공헌을 목적으로 경영의 자율성, 민주적 의사결정, 수익분배에 있어 자본보다는 사람과 노동을 중시하는 4가지 원칙을 따르는 이해 당사자 경제’라고 정의했다.
 
 
우리나라의 사회적경제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2000년 IMF 외환위기에서 벗어났으나 소득 양극화 현상이 지속되고,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며 또 다른 사회 문제가 발생했다. 신자유주의가 확산되며 저소득층과 취약계층, 노인 등 사회적 약자와 중소기업, 소상공인, 지방 및 소외지역의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이에 정부는 2007년 사회적기업 육성법 시행, 2013년 협동조합기본법 시행으로 사회적경제에 대한 요구를 정책으로 구현하고 부처별로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통한 지역발전을 목적으로 마을기업을, 고용노동부는 취약계층 고용창출을 위한 사회적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조합원의 경제적 이익과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협동조합사업을,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촌공동체를 활성화하기 위한 농어촌공동체회사를 돕는다. 또 보건복지부는 저소득층의 자활능력 배양과 일자리 지원을 위한 자활기업을, 문화체육관광부는 공동체문화 회복을 위한 생활문화공동체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각 부처별로 비슷한 사업이 진행되다보니 사업 중복으로 인한 예산 낭비와 비효율성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새누리당 유승민 전 대표는 지난해 사회적기업·협동조합·마을기업·자활기업·농어촌공동회사 등을 육성하기 위해 필요한 정부의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의무화하는 ‘사회적경제기본법’을 발의했다.
 
행복공동체 지역만들기 사업의 귀결점 ‘사회적경제’
‘양평군 사회적경제 육성 및 지원 조례안’ 계류 중
 
양평군에는 현재 (예비)사회적 기업 2개, 마을기업 10개, 협동조합 30개, 자활기업 2개, 농어촌공동체회사 10개 등 총 52개 사회적경제 기업이 운영되고 있다. 중앙부처별로 추진하는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을 통합해 효율적으로 지원하는 ‘양평군 사회적경제 육성 및 지원 조례안’이 지난 8월 군의회에 제출됐으나 예산 등의 문제로 계류 중이다.
 
군은 지난 2011년부터 행복공동체 지역만들기 사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마을단위 발전계획 수립 및 경진대회를 통해 뿌리마을 12개, 새싹마을 37개를 선정해 지속적인 행정, 재정 지원을 하고 있다. 새싹·뿌리·기둥·열매마을을 거쳐 성장한 마을에 대해서는 법인화를 지원해 마을기업을 만든다는 게 지역 자립경제 구상이다.
 
양평에 90여개의 기업체가 있지만 대부분 소규모 업체로 고용 창출이나 지역경제 기여 측면에서 지역경제를 떠받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농어촌공동체회사,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의 사회적경제 기업이 소득 증대와 고용창출의 실제적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들 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지자체의 관련 조례가 없어 중앙부처별 개별법과 행정절차에 의해 추진하다보니 혼란을 주기도 한다. 농촌체험마을의 경우만 보더라도 농어촌공동체회사냐 마을기업이냐에 따라 관련 부서가 농림축산식품부와 행정자치부로 다르고, 지원내용도 다르다.
 
 
군은 이런 혼란과 비효율적 행정 지원체계를 지역 실정에 맞게 통합해 효율성을 도모하기 위해 ‘양평군 사회적경제 육성 및 지원 조례안’을 만들었다. 조례안의 주요 내용은 사회적경제 육성위원회 구성, 사회적경제 육성 및 지원, 사회적경제 지원센터 설치·운영 등이다.
 
‘제2장 사회적경제 육성위원회’는 사회적경제 사업을 총괄할 위원회를 4개팀 21명으로 구성하는 안이었으나 예산문제로 현재는 1개팀 4명으로 수정안을 내놓았다.
 
‘제3장 사회적경제 육성 및 지원’은 사회적경제 육성·발전 및 자립을 위한 재정지원, 사회적경제 조직 간의 공동사업 등을 촉진하기 위한 민간네트워크 구축 및 활동에 대한 재정지원, 사회적경제 조직의 설립 또는 운영에 필요한 부지구입비·시설비 등을 지원·융자하거나 공유지를 임대할 수 있도록 했다. 사회적경제 조직에서 생산하는 재화나 서비스의 우선 구매를 촉진하고 지원하는 노력을 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제4장 양평군 사회적경제 지원센터’는 사회적기업·마을기업·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 조직의 발굴부터 자립단계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 양평군 사회적경제 지원센터를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지원센터는 창업지원, 사회적경제 조직 모델 및 정책 연구 개발, 주민교육과 홍보 지원, 민간네트워크 간의 협력 지원, 생산제품 구매 촉진 및 거래활성화 지원 등을 담당한다. 지원센터는 효율적 관리·운영을 위해 비영리법인이나 민간단체 등에 위탁해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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