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서양화가 이강

인간과 창조물의 진정한 아름다움 일깨우기
‘생명’ 우선인 사회 바라는 ‘치유의 이야기’ 
그림 속 이야기에 어느새 마음의 평화 찾아 

 

▲ The naked soul, 유화

“8월이 오면 부러진 꿈을 펼치고 안락한 둥지를 흩트려 추락하자.” 서양화가 이강이 지난 15일 서종면 북한강 갤러리에서 전시를 마치고 한 말이다. 그는 “추락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려움과 절망, 진실이 아닌 모든 것으로부터…. 그에게 추락은 곧 ‘새로운 출발’을 의미했다.

이강의 작업은 자아와 타인, 나아가 창조자와의 관계를 표현하는 과정이다. 인류와 모든 창조물의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그 근원을 찾아가는 기나긴 여정과도 같다. 그는 “그림은 나에게 치유와 삶”이라고 했다.

‘이야기’에 기반을 둔 그의 작품을 보는 이들은 작가가 전하는 치유의 이야기를 읽게 되고, 어느새 자신이 치유 받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결국엔 마음의 평화를 찾는다. 이강이 편안한 둥지를 구태여 흩트려 떨어지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좋은 저녁, 유화
▲ The inner child, 유화

둥지는 한 번도 꿈을 부화해보지 못한, 익숙하다 못해 이골이 난 그런 곳이다. 그러나 둥지를 헤쳐 나락으로 떨어져야 비로소 자신이 비상할 수 있음을 알게 된다고 그는 믿고 있다. 그는 어쩌면 오랜 두려움과 상처로 꿈을 접은 내면의 상처 입은 아이에게 ‘너는 날 수 있어’라고 속삭이는 시간이길 바랐을지 모른다. 

여성과 어린아이는 이강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다. 땅 속의 실처럼 가느다란 뿌리가 그대로 드러난다. 여성과 아이는 곧 생명이다. 이들의 생명은 가는 실뿌리에 의존하고 있지만 생명에의 의지는 강함을 나타낸다. 그는 “생명이 우선인 사회를 바라는 기도”라고 표현했다.

이강이 추구하는 작업은 ‘어우러짐’이다. 작가의 치유 이야기를 읽고 보는 관람자들이 그림에서 마음의 평화를 얻는 것 역시 자아와 상대의 어울림이다. 이런 조화는 작품의 내용뿐만 아니라 그가 사용하는 소재도 마찬가지다. 

 

▲ The stranger among us, 나무에 유화와 도자
▲ 겨자씨, 유화

이강은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이미지를 위해 작업의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캔버스를 벗어나 나무, 천, 종이, 금속, 도자기, 칠보(七寶) 등의 이질적인 재료들을 혼합하는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칠보는 일곱 가지 보석이라는 뜻에서 유래된 한국의 전통공예로 다양한 색과 기법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같은 색상이라도 소성과정과 바탕재료에 따라 발색이 달라지기도 해 재료의 특성을 잘 활용하면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다. 작품 ‘모성’(母性)은 그의 대표적인 칠보 작품이다. 색채의 오묘함과 찬람함에서 빛나는 모성이 묻어난다. 

‘The Stranger among us’는 나무에 유화와 도자 작업을 했다. 평면이 아닌 입체감이 두드러진 작품이다. 작품의 제목처럼 ‘우리들 가운데 낯선 이’가 이질적인 재료들이 어우러져 조묘한 조화를 이룬다. 그는 “이미지가 사고를 배반하는 중에 나타나는 절묘한 조화를 좋아한다”고 했다. 

 

▲ 모성, 칠보(七寶)

 

 

(작가가 걸어온 길)

 

▲ 이강은 익숙한 둥지를 벗어나 추락해야 비로소 비상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의 작업은 두려움과 상처로 꿈을 접은 이들에게 치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과정이다.

이강은 1966년 출생해 1993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재 공립 예술대학인 OTIS College of Art and Design을 졸업했다. 한동안 미국에서 작품 활동을 하다 서울로 돌아와 동화작업을 하기도 했다. 2004년 서종면 수입리에 작업실을 차렸다.

1997년 갤러리 21(서울)을 시작으로 대안공간 풀(The Gallery Alternative Space Pool·2002·서울), 인사 갤러리(2006·서울), 아트링크 갤러리(2006·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 하우스(2007·서울), 노원문화예술회관(2009·서울), 주일(駐日) 한국문화원 갤러리 MI(2013·일본 도쿄), Salon Art Shopping(2013·프랑스 Carrousel du Louvre)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지난 3∼15일 서종면 북한강 갤러리에서 11번째 개인전 ‘8월이 오면’을 열었다.

Agora Gallery(2001·미국 뉴욕), KIAF(2008·서울), 인천가톨릭대(2008), 가나가와현(縣) 갤러리(2012·일본), 우에노 박물관(2012·일본), 양평군립미술관(2013), ART FAIR(2013·독일 쾰른) 등 국내외에서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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