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실 배기 문제 수차례 시정요구

▲ 세척온도가 100℃ 전후라 선풍기를 틀고 문을 열어놓아도 습기가 가득한 세척실 내부.
국립교통재활병원 구내식당 세척실이 배기문제로 고온 세척작업 시 급격히 온도와 습도가 상승해 조리실 근무자들이 고통을 겪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조리실 근무자들이 이 문제를 지난달부터 병원측에 지속적으로 제기했지만 문제가 개선되지 않다가 결국 지난 21일 오후 3시경 김 아무(41)씨가 과호흡으로 정신을 잃어 응급실로 후송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세척실은 조리도구와 식기 등을 고온으로 살균 세척하는 곳이다.

 교통병원 조리실은 지난 1월 조달청과 위탁계약을 맺은 (주)다원푸드서비스가 운영하고 있다. 근무자들은 한 달 전부터 배기문제를 병원 측에 꾸준히 제기했다. 지하에 위치한 세척실의 배기시설 성능이 미약해 여름으로 접어들면서 근무환경이 악화됐다. 세척기계의 세척온도가 95~105℃인데 배기가 원활하지 않으니 10여명의 근무자들이 열상을 입는 일이 다반사로 발생했다.
 
퇴근하면 얼굴의 허물이 벗겨지고 두드러기가 나는가 하면 높은 온도로 인해 시신경이 약해져 스키고글을 쓰고 일하는 근무자도 있었다고 한다. 시설관리를 맡고 있는 담당자가 몇 차례 현장점검을 나왔지만 보완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사건이 발생한 지난 21일은 근무자들이 세척실이 너무 덥다고 하자 시설팀장이 문을 닫고 환풍기가 잘 돌아가나 시현을 해보자고 해 통상 열어놓았던 문까지 모두 닫고 작업을 진행했다. 문이 닫힌 상태로 세척작업을 90여분(회사측 주장 30여분) 진행하다 몸의 이상증세를 느낀 김씨가 서둘러 세척실을 빠져나왔지만 곧 손발마비가 오면서 정신을 잃었다.
 
지난 27일 오후 3시경에 기자가 세척실을 방문해보았다. 김씨가 지난 21일 쓰러진 시간이다. 문을 세군데 열어놓은 상태에서 선풍기를 돌리며 작업자 2명이 세척 작업을 하고 있었다. 세척실 내부로 들어서자 사우나에 들어선 느낌이었다. 조리실 한 근무자는 “사고가 난 다음에 시설관리팀, 식기세척기회사, (주)다원푸드서비스 관계자들이 같은 상황에서 시뮬레이션을 하겠다고 세척실로 왔는데 10분도 못 버티고 모두 나갔다”며 “문제가 없다고만 할 게 아니라 대책을 세워달라”고 호소했다.
 
교통병원 관계자는 “설계상 문제가 없지만 체감 상 차이가 나는 점을 인정해 27일 시공사인 삼성물산에 AS요청 문서를 접수했다”며 “세척기납품사, 시설관리팀, (주)다원푸드와 협력해 방법을 찾는 동안 세척실 문을 일부 개방해 배기문제를 완화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병원 관계자들을 만나 진상을 조사했던 새정치민주연합 여주양평가평지역위원회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 신순봉 위원장은 “사람이 다쳤는데 교통병원, 위탁업체 모두 책임 회피에만 급급해 실망스러웠다”며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안전사고는 언제라도 재발할 수 있다. 교통병원은 계약관계만 따질 것이 아니라 책임과 감독을 다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응급상황매뉴얼…김씨에겐 왜 적용 안됐나
119구급차 도착까지 응급조치 못 받아
 
지난 21일 국립교통재활병원 조리실 근무자 김 아무씨가 과호흡증상으로 호흡곤란과 사지마비가 오는 응급상황이 발생했으나 병원 직원이 응급상황매뉴얼대로 조치하지 않아 외주업체 직원에 대한 차별이라는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김씨가 쓰러진 것은 오후 3시경이다. 김씨는 세척실에서 작업 중 호흡곤란 등 몸에 이상 증세를 느껴 주방으로 나갔는데 10여분 후 손발마비가 오며 정신을 잃었다. 조리실 근무자들이 손발을 주물러주고 손을 따주자 토하면서 정신이 차츰 돌아오고 마비도 풀렸다. 당시 병원 직원인 영양사 유아무씨가 현장에서 상황을 목격했으나 응급상황을 병원에 알리는 등의 조치는 없었다. 병원측 관계자는 “병원 영양사 유씨가 지시할 상황도 아니고, 근무자들이 쓰러진 김씨를 건드리지 말라는 등 분위기가 격해 응급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결국 김씨는 조리실 근무자들의 신고로 출동한 119구급차를 타고 양평병원 응급실로 후송돼 3시30분경 응급조치를 받았다.
 
교통병원 응급상황매뉴얼에 의하면 병원 내에서 응급환자 발생 시 직원은 응급상황 발생장소코드를 병원에 알리고 병원 내 의료진들이 출동해 응급조치를 취한 후 응급기관으로 이송하도록 돼있다.
 
조리실 한 근무자는 “교통병원에 응급실이 없다고 하지만 수많은 의료진이 있었다. 외주업체직원이라고 지켜보기만 했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병원측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응급상황에서는 외주업체직원에 대해서도 똑같은 메뉴얼로 대응하고 있다”며 “직원 간 반목으로 인해 응급처치를 받지 못한 것에 대해 병원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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