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성공기-NH농협은행 공채합격 전자고 김유리

 

▲ 양평전자고 김유리

중학교 졸업을 앞두고 진학문제 때문에 고민을 하던 중에 나는 문득 특성화고등학교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때마침 중학교 담임선생님께서 특성화고등학교 설명회가 있다는 걸 알려주셨고 난 선생님과 함께 설명회에 가게 됐다. 각 학교 홍보동영상을 보게 됐는데 그 중 내 눈길을 끈 것은 “양평전자과학고등학교”의 동영상이었다. 단순히 학교이름에 혹한 것도 있지만, 그 때는 영상제작에 관심이 있던 터라 멋있는 영상에 끌리면서 흥미가 생기게 됐다. 

농고, 공고, 상고, 인문계, 전문계, 실업계 구분도 못하던 나는 그냥 새롭게 시작해보자라는 마음을 가지고 졸업생들 중 유일하게 특성화고등학교로의 진학을 선택했다.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한 선택이라서 가족이나 친구들, 선배들 등 주변 사람들이 모두 나를 말렸다. 하지만 중학교 담임선생님께서는 유일하게 내 선택을 믿어주셨다. 난 그 믿음에 보답해 드리고 싶었고 당당히 양평전자과학고등학교 네트워크통신과 과 수석으로 입학했다.
 
입학 후 처음으로 여러 선생님들의 관심을 받게 된 나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애썼다. 매일 혼자서 1시간30분 걸리는 학교를 다니느라 힘들었지만, 대기업 취업을 목표로 삼아 학교생활도 열심히 하고 성적관리도 소홀히 하지 않아 높은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다. 때문에 주변 친구들과 선생님들께 신뢰를 받게 된 나는 네트워크통신과 과회장이 됐다. 그 후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난 내게 주어진 직, 과 회장으로서 최선을 다했고 학교를 위해 봉사하고 학생회를 위해 여러 가지 활동을 주도적으로 해나가며 성장할 수 있었고 인정받을 수 있었다.
 
학교에서 단기방학을 앞두고 있던 날, 담임선생님께서 다급히 나를 부르셨다.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싶어서 얼른 선생님께 찾아가보니 ‘NH농협은행’에서 채용공고가 떴는데, 한번 지원해보지 않겠냐는 권유를 받게 되었다. 몇 번 다른 곳에 지원해봤지만 서류전형에서 매번 불합격 통보를 받아서 자신감이 땅 밑 깊숙한 곳까지 떨어졌던 나는 망설였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기회가 찾아왔는데 지금 내가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싶었다. 비록 공업계열의 특성화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지만 나도 합격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고 최종합격을 목표로 삼았다.
 
1차 서류전형에 합격하고, 예전부터 준비하고 있던 인·적성 검사도 계속 틈틈이 공부하며 본격적으로 필기시험과 면접 준비를 했다. 운 좋게도 친구와 필기시험을 봐서 합격 했고, 같이 면접을 보러 갔다. 6월11일, 최종합격 통보를 받게 됐다. 학교에서 밤늦게까지 남아 매일 연습하고 준비했던 자격증 시험 날 하필이면 2주 동안 청주 인재개발원에 연수를 받으러 가게 됐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청주로 향했다. 그리고 전국에 있는 동기 50명과의 첫 만남이 시작되었다.
 
연수를 받으면서 전국의 동기들과 함께 지내며 하루하루가 즐거웠지만, 한편으로는 매일 걱정만 한 가득이었다. 공업계열의 지식만 갖고 있던 내가 회계의 기본조차 모르고 동기들에 비해 어느 면에서나 부족한 것 같았다. 하지만 연수원에서 하루에 한 번씩 감사노트를 작성하면서, 또 걱정해주시는 부모님과 친구들, 선생님의 격려를 받으면서 힘이 났다. 그 때는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 ‘어차피 배워야 하는데 힘들어하지 말자’라는 생각을 가졌던 것 같다.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즐겁게 연수를 듣다보니 동기들과도 처음보다 더 잘 지내고, 평가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게 됐고 즐거운 마음으로 수료할 수 있게 되서 정말 좋았다.
 
이렇게 새로운 경험을 해보면서 다른 동기들도 나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처음에는 나만 뒤떨어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전국 각지의 동기들과 얘기도 나눠보고 함께 지내다보니 다 나와 똑같은 고등학교 3학년 친구들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래서 그렇게 힘들진 않았던 연수 생활을 보냈다. 지금 생각해보면 관계자분들이 다 말했던 것처럼 그 때가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다. 
 
나는 지금 양평군지부 NH농협은행에서 근무하고 있다. 사실 아직까지 여기가 내 자리가 맞는지 미심쩍기는 하다. 난 아직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학생인데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니… 남들이 보기엔 어이없지 않을까 싶다. 주변에서 그런 생각을 갖지 않도록 난 내 자리에 어울리는 멋진 은행원이 되고 싶다. 나는 혼자 공고로의 진학을 선택했고 혼자서 새로운 학교생활을 시작했다. 지금도 똑같다. 사회생활을 친구들보다 먼저 시작하게 된 것 뿐이다. 예전에 고등학교 처음 입학하던 그 때처럼 열심히 내 자리를 찾아가다 보면 적응 할 수 있고,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 몇 가지가 있다. 나는 꿈이 계속 바뀌었다. 교사가 되고 싶다,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 PD가 되고 싶다, 평범한 회사원이 되고 싶다, 공무원이 되는 게 꿈이다… 솔직히 내가 은행원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청운중학교에서 20명중 9등하는 평범한 학생이 공고를 갔는데 은행에 취업할 수 있다고 누가 생각을 하겠나 싶다. 솔직히 나도 몰랐다. 내가 ‘일찍부터 꿈을 키워 와서 준비를 해왔다’라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일을 내가 해냈다.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 꿈이 뭐냐고 물어보면 당당하게 말 할 수 있는 사람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그런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지내면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학교에서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주변사람들을 귀찮게 하면서까지 해냈고, 성공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 그러다보면 주변 사람들은 나를 서서히 인정해준다. 그럼 내 꿈도 서서히 윤곽이 잡혀간다. 그냥 나처럼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열심히 준비하다보면 기회는 당연히 찾아온다고 생각한다. 다들 알다시피 기회는 준비가 돼 있는 사람에게 찾아온다. 그걸 잡는 게 당연한 사람이 돼 있으면 좋겠다.
 
하루하루가 지치고 힘들었지만 항상 내 주변사람들에게 좋은 말을 들으면서 많이 힘이 났다. 이번에 내가 간절하게 원하던 NH농협은행에 최종합격해서 내 학교생활의 결실을 맺을 수 있었고, 선생님들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된 것에 행복하고 만족스럽다. 간절하면 이루어진다. 난 이번에 정말 간절했고 그렇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나보다 더 멋있는 친구들은 계속해서 나올 거라고 난 믿는다. 
 
저작권자 © 양평시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