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서 놀자② 조현초 ‘숲속마켓’

 
주민끼리 동네에서 모여 장을 열며 노는 마을이 올해 여럿 생겼다. 정배리의 ‘배꼽마당’, 세월리의 ‘세월달시장’, 양수리의 ‘시시장’처럼 주민문화공간을 중심으로 모여 노는 곳이 있는가 하면 서종의 ‘리버마켓’처럼 지역을 넘어선 놀이터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들고, 모여 즐기는 건강한 놀이문화라는 점이 꼭 닮았다. 지난 11일 용문면 조현리에도 조현초 학부모들이 주축이 돼 ‘조현숲속마켓’을 열었다. 조현초 아이들과 학부모는 물론 지역 주민들이 함께 참여한 첫 마을장터다. 
 
▲ 제기차기, 딱지치기, 림보 등 놀이마당도 열렸다. 막대를 통과하는 아이들의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한낮 최고 기온이 35도를 넘어서 폭염주의보까지 내린 주말, 어떻게 행사를 진행할까 염려스러운 마음으로 학교에 들어서니 교문 오른쪽에 자리한 숲속에 아이들과 어른들이 가득하다. 소나무가 드리운 그늘 가운데로 아이들 벼룩시장이 펼쳐져 있고, 그 둘레를 어른들의 판매대가 둘러서 있다. 햇볕으로 달구어져 끓고 있는 학교 밖 도로와는 완전 딴 세상이다. 흥정을 하고, 먹을거리를 입에 문채 돌아다니며 모두들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조현숲속마켓’은 매년 봄·가을 정기적으로 열리는 아이들 벼룩시장에 처음으로 학부모들도 함께 참여해 열렸다. 지역농가와 단체가 함께 하고, 딱지왕·림보대전·제기차기 대회 등 아이들 놀이마당도 차려져 풍성한 마을시장의 모습을 선보였다. 
 
 
아이들 스스로 물건을 사고파는 벼룩시장은 옷, 악세서리, 신발류 등 실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이 대부분이다. 처음 벼룩시장에 참여한 1학년 예준이는 “머리띠 사세요”, “이거 하나만 사주세요, 제발” 호소작전으로 나와 지나가는 어른들을 미소 짓게 했다. 작아진 아이 옷과 신발을 파는 건너편 부스에선 판매가격을 놓고 모녀가 의견 차이를 보였다. 싸게 팔아도 그만이라는 아이와 옷에 담긴 추억으로 아쉬워하는 엄마 사이에 온도차가 확연했다. 
 
▲ 학부모 문선애·이미경·우민정씨도 난생 처음 셀러로 나섰다. 손수 만든 손뜨개제품, 소이캔들, 케익과 쿠키를 판매했다.
업으로 혹은 취미로 만든 공예품을 판매하는 학부모 셀러들도 여럿 있었다. ‘니어바이’공방은 놀이용도마·빵도마·벽걸이 등을, ‘블랙라벨’에서는 디자인 노트를, 한지공예공방 ‘도은’은 한지공예소품을, 디자인제품을 제작·판매하는 아트패밀리는 이날 직접 로스팅한 커피를 팔았다. 만들기 좋아하는 엄마들의 솜씨자랑도 이어졌다. ‘엄마솜씨’에서는 뜨개인형과 소품을, ‘콩초’에서는 소이캔들·석고방향제를, ‘놀부랑 꼼지락’은 주방패브릭소품, ‘별마루’는 앞치마와 피크닉돗자리를 판매했다. 
 
▲ 조현리에 위치한 ‘까치와 호랑이’ 카페에서 한국전통민화 체험코너를 운영했다. 이연우 학생이 민화 채색에 푹 빠졌다.
시장에선 뭐니뭐니 해도 출출한 배를 채워주는 먹을거리를 파는 곳이 제일 붐비는 법. 수연이 아빠 이석영(50)씨가 구워온 유기농 식빵과 하드롤은 두 시간 만에 완판됐고, ‘가온들찬빛농장’ 노효련(20) 양이 파는 슬러시도 일찌감치 동이 났다. 커피를 직접 볶아 더치커피를 내려온 유현성(44) 씨의 ‘백잔커피집’은 커피·음료를 판매하는 곳이 여럿 있어 경쟁 중이다. 단체나 모임에서도 먹을거리를 판매했다. 조현초 아빠들로 구성된 ‘조현아빠 합창단’은 컵떡꼬치와 망고스무디를, 청소년들을 위한 카페 ‘날개’에서는 또띠아피자와 날개버거를, ‘풀뿌리협동조합’에서는 빙수와 떡볶이 등을 판매했다. 
 
▲ 인근에서 농사를 짓는 조봉군 할머니가 아침에 딴 옥수수, 가지, 대추토마토 등을 판매했다.
프리마켓에서 빠질 수 없는 지역농산물 판매대도 운영돼 직접 키운 농작물이나 가공품이 거래됐다. ‘가온들찬빛농장’에서는 배추·당근·가지 등의 유기농 야채와 오이지·딸기잼 등의 가공품을, ‘신토불이’에서는 무말랭이·고추가루·된장을, 학교 옆에서 농사를 짓는 조봉군(77) 어르신은 아침에 밭에서 따온 옥수수·가지·대추토마토·양배추 등을 판매했다. 
 
▲ 정토회 양평법당에서 지구촌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 JTS 모금활동을 벌였다.
판매가 아닌 의미 있는 활동에 동참을 권유하는 학부모들도 있었다. ‘바람개비들이꿈꾸는세상’은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자는 의미로 노란 바람개비 만들기 행사를 진행했고, 정토회 양평법당은 지구촌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 JTS 거리모금을 벌였다. 
 
이제 첫 발을 내딛은 마을놀이문화가 어떤 모습으로 자라날지 가을 ‘숲속마켓’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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