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우 양평정신건강의학과 원장

 

▲ 안정우 양평정신건강의학과 원장

다른 사람이 이러이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추측을 전혀 할 수 없다면 우리는 살기가 매우 힘들 겁니다. 나의 이런 예측에서 다른 사람들이 모두 벗어나 있다면 사람들에게 생일 선물을 사주기도 힘들 것이고, 경조사 등에서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할지도 전혀 모르는 상태가 계속 되겠지요. 타인의 마음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어서 매사가 너무나 스트레스일 겁니다.

사람들은 타인의 마음을 예측하기 위해서 갖가지 정보를 획득하려 노력하죠. 아마 이것이 학연, 지연, 인종, 민족, 지역감정 등이 생긴 가장 근본적인 원인일 겁니다. 조금이라도 공통점이 있어야 타인을 예측하기가 쉬워져서 같이 무슨 일을 도모하기가 쉬어질 거니까요. 또 스파이나 007같은 첩보영화도 사실 국가 미래에 대한 예측을 위해서 정보 수집을 해야 하는 현실에 대한 반영일 것입니다. 

이런 얘기를 꺼낸 것은 단 한 가지 이유입니다. 우리가 초능력자가 아닌 이상 다른 사람의 마음을 정확히 알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쉽게 이걸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실수와 오류에 빠지게 됩니다. 똑똑하고 영리하다는 사람들이 더 이런 실수에 빠지게 되기도 합니다. 객관적인 점수를 측정하는 공부, 시험 등에서 남들보다 뛰어나고 실패를 경험하지 못하다 보니 자신이 오류를 범할 확률을 낮게 예측하는 오류를 범하는 것이지요. 

이런 잘못된 자기 확신은 살아가면서 사소한 일부터 큰일까지 자기 자신을 다양하게 괴롭히게 됩니다. 직장 상사가 피곤해서, 혹은 중병이 생겨서 찌푸린 표정으로 자신의 보고를 받는 것을 보고 이직까지 생각하게 되기도 하지요. 야근으로 피곤에 찌든 아빠는 학교에서 친구와 싸워 스트레스 받은 아이의 말 한 마디에 서로 몇 달간 말을 하지 않을 정도로 언어의 창을 교환하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약하고 힘들어졌을 때 더욱 다른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을 확신을 가지고 예측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내가 “저 사람은 지금 이렇게 생각해서 저런 행동을 한 것이 틀림없어!”라고 생각하지만, 이 세상에 그걸 증명할 수 있는 증거는 단 하나도 없다는 진실을 인식하기가 힘들어지는 것이지요. 어떤 결정을 하거나 특히 대인관계에서 갈등이 반복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면 내가 타인의 마음을 추측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봐야합니다.

앞부분에 스파이 얘기를 했는데요, 국가가 자신을 들여다보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지는 베트남전의 상황을 보면 됩니다. 강국으로서의 자신감과 믿음 때문에 미국은 북베트남의 전략이나 전술을 모르면서도 다 알고 있다는 듯이 행동하다가 결국 철수하게 된 것이지요.

한 발 떨어져서 자신을 바라봐 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고 객관적인 판단을 해줄 수 있는 사람에게 상황을 물어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가장 큰 용기는 자신의 마음을, 생각을, 믿음을 열어 보일 수 있는 용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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