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행복 위해 ‘변하겠다’는 아버지 약속 필요

임진년의 1월이 벌써 스러져간다. 지난해 10월 「양평시민의소리」가 창간 특집으로 마련한 ‘가정행복경영’ 프로젝트, 『안병민의 ‘가정도 경영이다!’』도 이번 호로 끝을 낸다. 이번 최종호에서는 지금까지의 연재 내용을 다시 한번 정리하고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서는 결국 아버지가 변해야 한다는 진실에 방점을 찍는다. 독자들의 열렬한 환호 속에 연재된 본 기획시리즈를 통해 많은 아버지들이 ‘가정행복경영의 성공CEO’로 거듭 나는 계기가 되었기를 기대한다. <편집자 주> 

가족들 속에서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2012년 대한민국 아버지의 모습. 어릴 적 엄하기만 했던 아버지를 보고 자란 지금 이 땅의 아버지들은 변화하는 사회와 가족 관계 속에서 제 자리를 못 잡고 혼란에 빠져있다. 한 때 대한민국 경제활동의 주역이자 가정의 주춧돌이었던 한국의 아버지들은 어느 순간 가족들의 공적이 되었고 기피 대상이 되었으며, 가정 내 부재의 상징이 되었다. 실로 아버지의 위기다.

가족들과의 행복한 모습을 그리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아빠는 빼놓고 그리는 아이들, 다시 태어나면 지금의 남편과는 다시 결혼하지 않겠다는 아내들. 사회적 격변의 소용돌이 속에서 점점 위축되고 있는 아버지. 결코 쉽지 않은 숙제다. 하지만 걱정은 아직 이르다. 여기 그 해답, ‘가정행복경영’이 있다. ‘가정도 경영의 대상’이라는 콘셉트로 ‘행복한 가정, 행복한 아버지’를 만들기 위한 야심찬 프로젝트. 이제 다시 시작이다. 시간은 충분하다. 다만, 변해야 한다는 아버지의 인식, 변하겠다는 아버지의 약속이 필요하다. 

아버지가 빚어내는 아이의 인생
 

 
▲ 가정은 사회의 기본단위이자 사랑을 훈련하는 장소다. 아버지는 가장의 권위를 벗어던지고 한 가정의 최고경영자로서 가정을 경영해야 한다. 동장군도 놀고 간다는 양평의 한 저수지에서 가족들이 즐겁게 얼음낚시를 즐기고 있다.


‘폭력 아버지를 둔 아이들의 70% 이상이 나중에 자라서 또 폭력 아버지가 된다’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알코올 중독 아버지를 가진 아이들도 나중에 자라 알코올 중독이 될 확률이 일반적인 아이들의 네 배에 달한다고 한다. 부모의 영향력, 특히 아이들에게 미치는 아버지의 영향력은 특히 크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버지는 정서적 안정, 성격 형성, 성 정체성, 학업 성취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부지불식간에 아이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아버지의 삶에 대한 가치관, 태도, 습관 등이 아이들에게 각인되어 아이의 삶과 장래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이른바 ‘아버지 효과(Father Factor)’다. 더 이상 바쁘다고 핑계 댈 일이 아니다. 억지로라도 시간을 내어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한다. 아이에게 주어지는 좋은 영향은 극대화시키고 나쁜 영향은 그 악순환의 고리를 과감하게 끊어야 한다. 내 아이의 인생은 바로 아버지인 내가 빚어내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별만 바라보며 걷다가 웅덩이에 빠지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진정으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새로운 우선순위를 매겨야 한다.

행복한 아버지의 행복한 가정경영

행복한 가정의 특징인 가족들간의 친밀감, 뛰어난 문제 해결 및 위기 관리 능력, 원만한 대화, 공유된 가치. 이런 것들은 어느 날 마법처럼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행복한 가정은 가족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런 행복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이제 아버지가 나서야 한다. 누군가에게 맡길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스스로 ‘행복한 아버지’가 되어야 한다. ‘행복한 아버지’는 개인과 가정을 행복으로 이끄는 아버지다. 지금까지의 아버지는 경제적 부양이란 측면에서만 그 역할을 수행했다면 ‘행복한 아버지’의 역할은 실로 다양하다.

첫째, 가정을 경영하는 CEO로서의 아버지다. 둘째, 아내를 존중하는 수평적 파트너로서의 아버지다. 셋째가 친구 같은 아빠, 친구로서의 아버지고, 마지막이 자녀의 성장을 지원하는 코치로서의 아버지다. 이런 역할들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갖추어야 할 덕목이 있다. 무조건적인 사랑, 자녀에 대한 존중, 자기 사랑, 솔선수범이 그것이다. 사람과 행동을 분리하여 가족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해야 한다. 그들이 예뻐서, 공부를 잘해서, 내 말을 잘 들어서 등의 이유가 아니라 내 가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가족을 사랑하는 것이 무조건적인 사랑이다. “자기가 낳아 길렀다고 자녀를 소유하려는 것도 금물이다. 자녀는 고귀한 생명이며, 자연인이며, 어떤 구속도 받지 않고 스스로의 인생을 구가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라는 노자의 말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바로 자녀에 대한 존중이다. 자기사랑 또한 중요한 덕목이다. 스스로에 대한 자긍심이 없는 사람은 결코 행복할 수 없다. 행복한 가정의 행복한 아버지로서 가족들에게 행복을 나누어 주려면 스스로가 먼저 행복해야 한다. 끝으로 솔선수범이다. 어느 조직이나 리더는 솔선수범해야 한다. 리더가 움직이지 않는 조직은 죽은 조직이거나 죽을 조직이다. 아이들은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며 자란다. 
 

▲ 친구 같은 아버지, 동반자로서의 남편 등 우리 시대 아버지의 역할을 새롭게 조명해온 안병민 필자가 두 남매와 함께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다.


가정 경영의 행복 CEO

경영이란 과연 무엇인가? 경영은 기업의 비전과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경영 자원을 활용하는 것으로, 경영자가 수행하는 전략, 관리, 운영 활동을 이른다. 가정이란 조직에도 이런 경영의 관점을 도입해 보자. 가족이니까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든 해결되겠지 하는 주먹구구식 사고방식은 이제 그만. 그런 식의 가정 경영은 파산이나 도산이란 결과를 낳을 뿐이다.

가정이란 조직을 성공적으로 경영하기 위해서는 경영의 주체, 목표, 프로세스, 이 세 가지 요소를 잘 챙겨야 한다. 먼저 경영의 주체로서, 아버지는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런 일은 집안일을 담당하는 아내의 일이라고 미루어서는 안 된다. 아내와 함께 상호 파트너십을 가지고 공동 CEO가 되어 가정을 이끌어야 한다. 가정 경영의 목적에 대해서도 뚜렷한 방향이 있어야 한다. 가정도 조직이란 사실을 잊지 말고 가족 구성원 공동의 꿈과 비전을 설정, 공유하고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경영의 프로세스란 측면도 중요하다. 경영 활동은 정적인 것이 아니라 계획을 수립, 실행, 평가하는 동적인 활동이다. 가족과 함께 만든 계획은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그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항상 가족과 대화하며 피드백을 주고받아야 한다.

아내와 함께 만드는 행복 팀워크

나와 아내는 ‘천생연분’인가, 아니면 ‘평생웬수’인가? 남편인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양지차다. 부부는 수평적 관계의 동반자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가정은 부부란 단위에서부터 출발한다. 나와 배우자가 이루는 작은 관계가 자녀들이 생기면서 가족의 개념으로 진화한다. 그 가족과 가정의 구심점에 부부가 있다. 부부관계가 헝클어지면 행복은 저만치 멀어진다. 행복한 가정의 행복한 아버지가 되려면 부부 관계부터 살펴야 하는 이유다.

많은 스포츠 경기들에서 팀워크의 중요성을 우리는 봐왔다. 각 구성원들이 스스로의 역할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하고, 그 주어진 역할을 최선을 다해 완수하고, 그런 과정들이 서로간의 따뜻한 배려 속에서 이루어질 때, 그 팀은 승리한다. 이는 부부 간에도 마찬가지다. 부부도 팀이다. 내 아내는 우리의 가정을 행복으로 끌고 나가기 위한 나의 동료이자 팀원이다. 이런 아내와의 행복한 팀워크를 위해서는 기존의 성 차별적 역할 구분을 과감하게 뛰어넘어야 한다. 아내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신은 그녀의 눈물방울을 세고 있다. 

아버지의 진화, 프렌디

아이들이 가장 원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무엇인지 아는지? 아이들은 자신을 사랑하고 인정해주며,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공감해주고 자기와 함께 추억을 만들어 가는 아버지를 원한다. 이른바 친구 같은 아버지, 프렌디다.

자녀와의 놀이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워주고 사회의 규칙을 깨닫게 해주며 사회성을 개발해 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짧은 시간이라 하더라도 진심으로 아이들과 공감하며 놀아주는 게 중요하다. 아이와 함께 떠나는 여행도 좋다. 아시아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인도의 시인이자 철학자 타고르는 아버지와의 여행을 통해 지식에 대한 열정, 종교에 대한 이해, 인간에 대한 배려 등을 배웠다고 회고한 바 있다. 아이들에 대한 존중과 정서적 친밀감, 적극적 경청이 조화를 이룰 때 아이들과의 행복한 소통은 완성된다. 

코치로서의 행복한 동행

복잡다단한 현대의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이 나가야 할 방향을 같이 잡아주고 그들의 열정을 쏟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멘토이자 코치다. ‘행복한 아버지’가 자신의 경험을 통해 아이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를 전수해주고 자녀의 잠재력과 재능을 꽃피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코치여야 하는 이유다. 가정 경영의 CEO, 수평적 파트너로서의 남편, 친구 같은 아빠에 이어 행복한 아버지가 가슴에 달아야 할 또 다른 역할의 이름표, 코치! 많은 전문가들은 자존감과 품성, 그리고 꿈이란 열쇠 말을 놓고 아이들을 코치하라 얘기한다.

자존감은 삶의 거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준다. 자존감이 높은 아이가 인생의 역경을 극복하고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자존감이 중요한 이유다. 덕승재(德勝才)! 재주가 아무리 뛰어나도 결국에는 덕을 가진 이가 이긴다는 얘기. 교육부 장관을 지낸 서울대 문용린 교수는 자녀의 성공은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 도덕성에 달려 있다고 역설했다. 자존감과 함께 품성이 두 번째로 꼽히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꿈에 대한 이야기다. 꿈은 아이들을 몰입하게 한다. 꿈은 희망의 내일을 위해 힘든 오늘을 기쁘게 살아갈 수 있게 해준다. 꿈이 있는 아이는 쉽게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는다. 

아버지가 변해야 가정이 행복해진다

지금껏 우리는 본 기획연재를 통해 ‘아버지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가정행복경영’ 방법론에 대해 8회에 걸쳐 함께 살펴보았다. 하지만 관건은 아버지 스스로의 변화다. ‘아는 것’이 힘이 아니라 ‘하는 것’이 힘이다. 모쪼록 아는 데서 끝나지 않고 실제로 변화하는 모습을 통해 많은 분들이 ‘행복한 가정의 행복한 아버지’로 거듭났고, 또 거듭나길 기원한다. 이제까지 『안병민의 ‘가정도 경영이다!’』를 애독해주신 독자 제위와 소중한 지면을 할애해 준 「양평시민의소리」, 본 연재에 많은 도움을 준 휴넷의 「행복한 아버지학교(http://happyhome.hunet.co.kr)」에 감사 드린다. 아버지가 변해야 가정이 행복해진다. 나는 대한민국 아버지다.

필자 안병민은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헬싱키경제대학원(HSE) MBA를 마쳤으며, ㈜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자동차보험㈜의 마케팅본부를 거쳐 현재는 경영직무/리더십 교육회사 ㈜휴넷 이사로 고객 행복 관리에 열정을 쏟고 있다. (facebook.com/minop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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