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유쾌한 상상 ‘김영란법’

공짜 해외취재·접대 금지
양평에 가장 필요한 법

# ‘김영란법’이 뭐 길래 정치권과 공직사회는 물론 언론계의 반응이 뜨겁다. 김영란 전 대법관이 국민권익위원장 시절 제안함에 따라 붙여진 별칭이다. 부정청탁과 공직자의 금품수수를 금지하는 내용이 법안의 골자다. 공공기관의 부정부패를 근본적으로 차단하자는데 왜 논란이 되는지 살펴본다.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지난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다음달 임시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적용 대상자인 ‘공직자’에 교직원과 언론 종사자가 포함됐다. 김영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어떤 변화가 올까. 멀리 갈 것 없이 양평의 현실에 빗대 보면 이해가 쉽다.

이 법은 당초 국회, 법원, 지자체 등 모든 공공기관의 장과 임직원과 그 가족에게 적용하기로 했다. 그러다 입법과정에서 사립학교와 유치원을 포함한 각급 학교의 장과 교직원, 방송, 신문, 잡지, 인터넷신문 등 모든 언론사 직원들을 추가했다. 

<김영란법의 요지>

 

 

적용 대상
국회·법원·정부와 정부 출자 공공기관, 국·공·사립학교 임직원, 언론종사자 등
금품수수 금지
직무관련성이 없더라도 1회 100만원원이 넘는 금품 수수 시 형사처벌, 직무관련성이 있을 경우 1회 100만원 이하 금품 수수 시 과태료
가족이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1회 100만(연간 300만원)이 넘는 금품 수수 시 공직자 본인을 형사처벌
부정청탁 금지
인·허가, 면허, 과태료 감경·면제, 채용·승진 등에 대해 부정 청탁을 할 경우 처벌

 

한국언론진흥재단 집계를 보면 언론기관 종사자는 2012년 기준 5만3991명이다.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직무 관련 여부나 명목에 관계없이 1회 100만원(연간 300만원)을 넘어선 금품(선물·접대·향응·초대권 등 포함)을 받으면 공직자는 물론 언론인까지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100만원 이하의 금품을 받으면 직무와 관련됐을 경우 과태료를 내야 한다.

다만, 직무와 관련이 없는 통상적인 의례나 선물은 처벌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법의 취지가 100만원이 넘는 금품수수를 포괄적으로 금지하자는 것이지 일상생활까지 제약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원활한 직무수행이나 사교·의례 또는 부조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과 경조사비, 선물 등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가액 범위의 금품’은 받아도 괜찮다. 구체적인 가액을 정하는 대통령령은 아직 제정되지 않았다.

부정부패 일소라는 법 제정 취지의 큰 방향성에 대부분 공감하면서도 그것이 불러올 파장을 미리부터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공직자나 기자 등에 대한 ‘접대 관행’을 대수술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본지가 보도한 군청 ‘A과장’의 경우 동료 공무원과 민원인들의 ‘인·허가 상납’ 증언이 잇따랐다. ‘건물 준공을 앞두고 몇백만원씩 받는 건 기본’이라는 복수의 제보자도 있었다. A과장의 사례를 이 법에 적용하면 그는 바로 형사처벌 대상이다. 

지금은 그런 일이 없겠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일부 인·허가 담당 공무원들이 민원대행업체로부터 접대와 향응을 받는 게 그리 놀랄 만한 일이 아니었다. 만일 그 공무원이 한번에 100만원이 넘는 음식물, 주류 등의 접대를 받았다면 형사처벌을 받았을 테고, 100만원 이하라도 인·허가 직무와 관련되므로 접대 받은 금품 가액의 2배 이상∼5배 이하의 과태료를 냈을 것이다.

 

 

기자도 마찬가지다. ‘공짜 해외취재’ 관행이 이 법에 적용될 경우 문제될 수 있다. 군은 지난해 6월 추경예산을 편성하면서 ‘언론보도 해외취재 지원’ 1000만원을 편성했다. 항공료와 숙박비 등 기자 1명당 200만원씩 5명에게 지원하는 것으로 돼 있다. 군정 기획홍보 사업에 기자 해외취재비 예산을 전례 없이 따로 편성했다. 김영란법이 통과될 경우 군의 지원을 받아 해외취재를 다녀온 기자들은 모두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이 법은 또 공직자 등에게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한 부정청탁을 금지하고 있다. 공무원 등이 직무관련자로부터 부정청탁을 받고 직무를 수행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부정청탁 행위 유형은 인·허가, 면허 등의 신청을 받아 처리하는 직무에 대해 법령·기준을 위반해 처리하도록 하는 행위와, 채용·승진·전보 등 공직자의 인사에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행위 등 15개로 구체화했다. 다만, 공개적으로 공직자에게 특정 행위를 요구하거나 정당이나 시민단체 등이 공익적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는 경우, 민원처리를 법정기한 안에 처리해줄 것을 요구하는 행위 등 7개 예외사유를 규정했다. 국민의 정당한 권리주장이 위축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브로커’ 인·허가 청탁, ‘해외취재비’ 모두 처벌 대상

언론계 만연 접대 관행… 이번엔 과연
‘청렴 꼴찌’ 양평군, 특단의 대책 요구
 
▲ 지난 2011년 7월1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부패방지법 제정 10년 반부패 정책의 성과 및 과제’ 심포지엄에서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무원을 잘 아는 사람을 내세웠더니 질질 끌어오던 인·허가가 단번에 처리됐다.’, ‘기자에게 해외취재 지원비를 제공하는 것은 동행한 기자가 공무원이 홍보하는 것보다 전문적이어서 군정홍보에 도움이 된다.’ 두 사례 모두 지난해 본지가 보도한 내용 중 취재원이 한 말이다. 김영란법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두 경우에 해당하는 공무원과 기자는 형사처벌을 받거나 과태료의 제재를 받는다.
 
앞의 사례는 양평군내 민원대행업체 종사자가 이른바 ‘인·허가 브로커’의 행태를 지적한 것이다. 브로커를 통한 인·허가 처리가 실제로 통용되고 있다는 증언을 보도한 것이어서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김영란법에 규정된 15개 부정청탁 행위 유형 가운데 인·허가 직무 처리가 포함돼 있다. 공직자가 수행하는 직무에 대해 제3자를 통해 부정청탁하는 것을 엄격이 금지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이해당사자가 제3자를 통해 부정청탁을 하면 1000만원 이하, 제3자를 위해 부정청탁을 하면 2000만원 이하, 제3자를 위해 공직자가 부정청탁을 하면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김영란법을 위 사례에 적용하면 공직자에게 브로커를 내세운 민원대행업체 종사자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하고, 브로커는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 받는다. 또 만일 공직자가 브로커의 청탁을 받아 직무를 수행했다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사회단체 보조금을 타내기 위해 군에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업무에 개입하는 경우도 행위 주체에 따라 형사처벌 또는 과태료 대상이 된다. 
 
기자가 군으로부터 100만원 이상의 해외취재비를 지원받았다면 이 법이 통과될 경우 해당 기자는 형사처벌을 받는다. 법 적용 대상자인 공직자에 언론 종사자도 포함된다. 직무관련 여부나 명목에 관계없이 100만원을 초과(연간 300만원 초과)하는 금품(교통·숙박 편의 제공 포함)을 수수하면 형사처벌 대상이다.
 
▲ 양평군은 2013년 1∼2월 ‘비전 2020 주민참여 지역 만들기’ 사업의 일환으로 군비 1억3000만원을 들여 군수와 군의원, 공무원, 기자 등 77명의 대규모 일본연수단을 꾸려 선심성 예산낭비라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군청 출입기자 5명도 군비를 지원받아 해외취재에 동행했다.

또 군이 현재 매주 금요일 실·과·소별로 실시하는 브리핑도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브리핑을 마친 부서장들은 참석한 기자들에게 으레 점심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직무와 관련한 100만원 이하의 금품수수의 경우 과태료 부과 대상이어서 여기에 해당할 수도 있다. 다만, 이 경우 기자들에게 제공하는 식사가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금품(제8조제3항)에 해당할 수도 있다. 원활한 직무수행 등의 목적으로 음식물을 제공할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가액 범위 안의 금품은 8조3항의 금품에 해당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현행 부서별 브리핑 후 식사 제공은 논란의 소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영란법 적용 대상 공직자에 언론인을 포함한 것을 두고 ‘언론자유가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와 ‘이번 기회에 언론인들이 자정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시각이 공존한다.
 
군청을 출입하는 한 기자는 “사이비 언론으로 지탄받는 언론인들에게는 경종을 울리고 언론의 사명감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군내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김영란법을 빌미로 언론을 탄압할 수도 있지만 언론 스스로 자초한 면이 있다. 해외행사를 취재할 때 숙소나 비행기표를 제공받는다거나 출입처로부터 고가의 선물을 받는 일이 아직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영란법’ 여야 2월 임시국회 처리키로
논란 많아 통과까진 변수 상존
  
‘공직자의 부정청탁과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지난 8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를 통과했다. 지난 12일 이번 임시국회의 처리는 연기됐지만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 이상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2월 임시국회에서 우선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국회 정무위는 의결안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적용대상과 내용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김영란법은 지난 2012년 8월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었던 김영란 서강대 석좌교수가 법안을 발의하면서 일명 ‘김영란법’이라 불리게 됐다. 대가성 및 직무 관련성과 무관하게 공직자가 금품을 수수하면 100만원 이상은 형사처벌, 100만원 이하는 과태료를 내도록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김영란 교수가 발의한 안을 수정해 지난해 8월 정부안을 내놓았고, 여야가 이를 다시 수정해 지난 8일 합의안을 내놓았다. 
 
정부안과 여야합의안의 가장 큰 차이는 적용 대상의 확대다. 여야합의안은 적용 대상에 헌법기관, 중앙행정기관, 지자체, 시도교육청, 공직유관단체 등 공공기관에 사립학교 및 언론인을 추가했다. 이럴 경우 적용대상자는 180만 여명, 가족까지 포함할 경우 1500만 여명으로 늘어난다. 국민 10명 중 4명이 이 법의 적용을 받아 과잉입법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합의안은 정부안의 포괄적인 부정청탁 개념을 삭제하고 청탁의 내용을 인허가, 처벌감경, 인사·계약, 직무상 비밀누설, 평가, 감사·단속, 징병검사 등 15개 유형으로 구체화하고, 부정청탁 예외사유를 4개에서 7개로 확대했다. 
 
금품 등 수수시 대가관계가 없어도 형사처벌토록 한 정부안과 달리 100만원 이하 금품수수에 대해서는 직무와 관련된 경우에만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으로 수정돼 정부안보다 후퇴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금품수수·부정청탁 금지와 함께 이 법의 주요 내용이었던 이해충돌 방지 조항은 주요 쟁점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분리 입법하는 것으로 수정됐다. 이 조항은 공직자의 직무수행과 관련된 자와 공직자의 배우자, 직계비속 간의 거래행위에 관한 조항이다. 직무 범위를 둘러싼 논란으로 논의 자체가 2월로 연기됐다. 
 
 
‘김영란법’ 주요 내용과 처벌 조항 
 
김영란법 주요 내용(자료=국민권익위원회)

적용대상

 
헌법기관, 중앙행정기관, 지자체, 시도교육청, 공직유관단체, 사립학교, 언론 종사자
부정청탁금지
 
부정청탁을 한 이해당사자
제재없음
제3자를 통해 부정청탁을 한 이해당사자
1000만원 과태료
제3자를 위해 부정 청탁을 한 자
2000만원 과태료
제3자를 위해 다른 공직자에게 부정청탁을 한 공직자
3000만원 과태료
부정청탁에 따라 직무를 수행한 공직자
2년 징역, 2000만원 벌금
금품등 수수금지
-동일인으로부터 직무관련 여부 및 명목에 관계없이 1회 100만원, 매 회계연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수수한 공직자
-가족이 수수한 금품 등을 신고하지 않은 공직자
-금품등을 공직자 또는 가족에게 제공한자
3년 징역, 3000만원 벌금
-직무와 관련해 대가성 여부를 불문하고 100만원 이하 금품등을 수수한 공직자
-가족이 수수한 금품등을 신고하지 않은 공직자
-금품등을 공직자 또는 가족에게 제공한자
수수금액 2배 이상 5배 이하 과태료
-기준초과 사례금을 수수한 공직자
500만원 과태료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
주요 쟁점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여 분리입법
*2월 임시회 심사 예정

 

공직사회의 부정부패와 금품수수를 막기 위해 제정된 김영란법은 공직사회 전체가 적용대상이다. 헌법기관, 중앙행정기관, 지자체, 시도교육청, 공직유관단체 등 공공기관은 물론 사립학교, 언론인 등도 포함된다. 
주요 내용은 부정청탁 금지, 금품 등 수수 금지,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로 나뉜다. 
 
부청청탁 금지의 경우 청탁 유형을 인허가, 처벌감경, 인사·계약, 직무상 비밀누설, 평가, 감사·단속, 징병검사 등 15가지로 구체화했다. 이와 관련해 부정 청탁을 하는 경우 청탁을 한 사람은 1000만원~3000만원의 과태료를, 청탁에 의해 직무를 수행한 공직자는 2년 징역 , 2000만원의 벌금에 처한다. 
 
부정 청탁을 받은 경우 공직자는 거절 의사를 명확히 표시하고, 거듭되는 경우 소속 기관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소속기관장은 수사 필요성이 있는 경우 수사 기관에 통보하고, 해당 직무 수행에 지장이 있다고 인정되면 부정 청탁을 받은 공직자에 대해 직무 참여를 일시 정지고 직무대리자 지정, 전보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금품 수수의 경우 직무와 관련해 100만원 이하의 금품을 수수한 공직자는 수수금액의 2~5배에 해당하는 과태료를 내야 한다. 1회 100만원 이상, 매 회계년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수수한 공직자는 직무관련 여부나 명목에 관계없이 3년 징역, 3000만원의 벌금에 처한다.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 조항은 주요 쟁점에 대한 검토가 필요해 2월 임시회에서 분리 심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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