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리의 특별한 마을만들기

 

▲ 세월리 청·장년회와 노인회 회원 30여 명이 아침부터 마을회관 마당에서 썰매를 만드는 작업에 한창이다.

지난 10일 오전 10시, 세월리 마을회관이 아침부터 북적인다. 이날은 마을 아이들을 위해 세월리 청·장년회, 노인회, 부녀회, 세월모꼬지 회원들이 썰매를 만드는 날이다. 도착한 트럭엔 각종 공구와 썰매를 만들 목재, 인근 고물상에서 구해온 스케이트가 한 가득이다. 마당엔 ‘세월모꼬지’ 회원들이 간식으로 먹을 따끈한 어묵 준비에 분주하고, 부녀회원들은 일찌감치 주방에서 점심 준비를 시작했다. 

썰매 만들기 행사에는 심재준 세월리 이장을 비롯해 30여 명의 청·장년회, 노인회 회원들이 참여했다. 세월리는 지난달 23일 군청에서 열린 ‘제2회 행복공동체 지역만들기 콘테스트’에서 새싹등급으로 지정돼 500만원의 사업비를 받는다. 이날 행사는 지역만들기 사업의 일환으로 어르신들과 아이들이 행복한 마을, 소통하는 마을을 만들기 위한 올해 첫 사업이다. 
 
 
누가 지시하지 않아도 마을에 베테랑 일꾼들이 많은 탓에 분업이 척척이다. 정미소 앞에는 낡은 스케이트에서 날을 분리하는 작업장이 차려졌다. 스케이트에서 분리된 날을 연마하는 기계에선 파란 불꽃이 인다. 마당 한가운데엔 썰매판에 스케이트 날을 달아주는 작업이 진행됐다. 나무를 덧대고 스케이트 날을 썰매판에 고정하면 썰매가 완성된다. 
 
스케이트에서 날을 분리하는 작업을 한 정영수(68)씨는 “옛날에는 굵은 철사를 나무판에 감아 썰매를 만들어 탔지. 논에 물이 얼어 탈 수 있는 곳도 많았어”라며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썰매판에 못 박는 일을 하던 한 어르신도 “인근에 있는 얼음썰매장에서 파는 썰매를 사면 비용도 적게 들고 간단하지만 아이들 체험도 시킬 겸 썰매를 직접 만들게 되었다”며 흐뭇해했다. 
 
한쪽에선 썰매를 지치는 데 쓸 꼬챙이를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다. 둥근 나뭇가지를 잘라 못을 박은 후 못 대가리를 잘라내고 못 끝을 뾰족하게 다듬었다. 손잡이를 만들 때는 아이들 키를 고려해 긴 것과 작은 것을 골고루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하나하나 정성을 쏟았다. 다 만든 썰매에 직접 올라타 균형은 잘 맞는지, 위험한 부분은 없는지 점검도 이어졌다.
 
▲ 정동수씨가 썰매를 만들어 어깨에 걸쳐 보이며 장난스런 미소를 짓고 있다.
일을 하는 내내 방학 때 내려올 손자들 생각에, 겨우내 마을에서 얼음판을 지칠 동네 꼬마들 생각에 마을 사람들 얼굴에선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점심 준비를 하던 한 할머니는 작업장을 기웃거리더니 당신 손자 놀 썰매는 따로 하나 만들라며 할아버지를 채근했다.
 
‘세월모꼬지’모임에서 준비한 뜨끈한 어묵을 먹으며 두 시간여 동안 작업을 한 결과 썰매 20여 개가 만들어졌다. 마지막으로 썰매 모서리를 일일이 연마하고 썰매 뒤에 만들어주신 동네 어르신들 이름을 한 분씩 적었다.
 
점심 식사를 하면서도 흥겨운 분위기는 이어졌다. 오랜만에 동네 사람들이 모여 함께 일을 한 탓인지 국밥 한 그릇에도, 소주 한 잔에도 잔칫집 같은 훈훈함이 맴돌았다. 한 장년회원은 “오늘 사람 진짜 많이 나왔다. 이장, 이제 사람들 모을 때는 썰매 만든다고 해. 그럼 다 나오니까”라며 농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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