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양쪽 눈으로 본 사람… 여운형, 그는 양평사람”

 

▲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교육홍보실장, 김성동 작가가 방송인 박경호씨의 사회로 토크콘서트를 했다.

몽양여운형생가·기념관 개관 3주년을 기념하는 뮤지엄콘서트가 지난 13일 오후 3시30분 몽양여운형기념관 전시실에서 열렸다.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교육홍보실장, 김성동 작가, 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 이부영 회장, 여원구 양서농협장, 유족대표 여인성 등 각계 인사와 시민 13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방송인 박경호씨의 진행으로 1부 기념식 및 시상식, 2부 토크콘서트 순으로 진행됐다. 이만열 선생의 축사로 기념식이 시작됐다. 이 선생은 “남북관계가 이렇게 어려웠던 적은 없었다. 땅굴이다 전쟁이다 유언비어가 난무하는 세태를 맞고 보니 70여 년 전 이미 국제관계를 활용해 남북의 자주독립을 주장했던 몽양 여운형 선생을 추회하지 않을 수 없다”며 여운형 선생의 연보를 상세히 소개했다. 
 
김성동 작가는 해방 이후 상황을 애기하며 “몽양은 정치가형 지도자다. 국호, 정부 수립, 구황실 우대 등 자신의 의견과 다르더라도 다수의 의견을 따랐다. 진정한 민주주의자”라고 회고했다. 몽양의 조카손자인 유족대표 여인성씨는 “할아버지가 총탄에 돌아가신지 67년이 지났다. 자기의 주장만을 고집해 서로 배타·불신하게 된다면 민족통일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다. 남·북 정부가 바뀌어도 자기주장만 계속하고 있다”며 현실을 개탄했다. 
 
축사에 이어 이부영 회장이 환영사를 했다. 그는 “일본이 평화헌법을 뒤집어엎고 군국주의, 군사대국으로 돌아가려 한다. 어느 때보다 몽양선생의 뜻을 이어받아 대안을 가져야 한다”며 “우리가 뭘 준비해야할지 생각하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준식 기념사업회 이사의 여운형기념사업회 연혁보고, 몽양여운형생가·기념관 2014년 활동영상 상영에 이어 시상식이 진행됐다. 첫 번째 수상자는 어린이몽양역사교실 엽서쓰기대회에서 입선한 어린이들이었다. 최서현(조종초5), 이동현(서운초4), 김단아(수원지기학교5), 김지현(수원지기학교2), 이제희(성일초5) 어린이가 상을 받았다. 몽양역사아카데미 수강생들이 어린이들을 격려하기 위해 책 선물을 준비했다. 
 
감사장은 자원봉사자 문대건, 홍석용씨가 받았다. 국수교회 노인일자리 자원봉사로 올 한 해 생가기념관 시설을 깨끗하게 관리해준 데 대한 감사다. 공로패는 몽양역사아카데미에 예산지원을 해준 여원구 양서농협조합장, 무보수로 해설자원봉사를 해온 전영애·장보금씨, 마완근 몽양아카데미 회원, 강대운 기념관 직원이 수상했다. 1년 동안 몽양여운형생가·기념관을 실질적으로 이끌어온 주역들의 수상에 따뜻한 박수가 쏟아졌다.
 
▲ 소리꾼 최용석씨가 손기정 선수와 여운형선생의 일화를 판소리로 만들어 들려줬다.
2부 토크콘서트는 최용석의 판소리로 문을 열었다. 그는 춘향전 중 ‘사랑가’과 몽양을 주제로 한 창작판소리를 열창했다. 몽양선생이 올림픽출전을 고민하는 손기정 선수에게 일장기를 달고 나가는 것이 가슴 아프지만 나가서 조선을 널리 알리라고 권유하는 이야기, 손 선수의 올림픽 출전현장, 조선중앙일보에 일장기 삭제 사진 게재로 신문사를 사직한 이야기가 판소리로 재현됐다. 감동적인 이야기와 시원스런 소리에 관람객들 사이에선 “잘 한다”, “소리 여물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판소리에 이어 박경호씨의 사회로 박한용 실장, 이만열 선생, 김성동 작가의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박경호씨가 올해는 다사다난한 해였다며 세월호 사고와 이에 대한 정치권의 대처방식에 안타까움을 이야기하며 말문을 열었다. 박 실장은 “세월호 사고 원인 중의 하나가 평형수 조절 실패다. 한국은 동아시아 안보균형지여야 한다. 지금 정부는 평형수의 역할을 하지 못 하고 충돌로 가고 있다. 대한민국의 정치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좌우갈등·분단갈등 균형을 잡은 여운형 선생이 그립다”고 말했다. 이만열 선생은 “해방 직후 좌우갈등이 심했다. 미소공동위원회도 한쪽으로 편향된 게 많았다. 몽양선생은 좌·우 균형, 미·소 균형을 잡아 같이 어우르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오히려 좌와 우, 미국과 소련으로부터 집중적인 공격을 받게 되었다”고 전했다. 
 
이만열 선생은 여운형 선생의 독립유공자 추서 과정을 자세히 소개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독립 이후 북한정권을 돕지 않은 사회주의계열 독립운동가는 유공자로 지정할 수 있지 않느냐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몽양여운형 선생에 대해서도 독립유공자 추서를 두고 오랫동안 격론이 벌어졌다. 대개 독립유공자 심사는 심사위원 전원 일치로 지정하는데 전원 일치가 안 돼 3차례 표결까지 가는 전무후무한 일이 벌어졌다. 결국 2등급인 대통령장을 추서 받아 여운형 선생의 공적에 대한 과소평가라는 비난이 제기됐다. 결국 2008년 참여정부 마지막 날 1등급 대한민국장으로 다시 추서됐다. 이만열 선생은 독립운동가 김원봉 선생의 경우도 북에서 숙청됐는데 아직도 유공자로 추서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쏟았다. 참석자들도 여럿 눈물을 훔쳤다. 박한용 실장은 “분단으로 북이나 남이나 독립운동유공자들께 반쪽 제사상을 차려주고 있는데 반쪽자리 제사상마저 못 받고 있는 분들이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 몽양여운형생가·기념관 개관 3주년 기념 뮤지엄콘서트에서 포크그룹 ‘노래하는 나들’이 여운형 선생의 연설문과 어록을 가사로 만든 창작곡 ‘우리가 건설할 국가’를 연주하고 있다.
토크콘서트에 이어 송두헌씨가 여운형선생을 추모하는 자작시 ‘우리들’을 낭송하고, 가수 이란이 여기에 곡을 붙인 창작곡을 기타 반주로 선보였다. 포크그룹 ‘노래하는 나들’이 여운형 선생의 연설문과 어록을 가사로 만든 창작곡 ‘우리가 건설할 국가’를 연주했다. 몽양여운형생가·기념관 학예연구사 장원석씨는 여운형생가·기념관 행사에 참여하는 예술인들이 해마다 만들어 선보이고 있는 창작곡들을 모아 음반으로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몽양역사아카데미 수강생 정숙항(54)씨는 “굉장히 의미 있는 행사였다”며 “세상을 오른쪽 눈으로만 보다 양쪽 눈으로 바라보게 됐다. 우리 후손들은 균형을 맞춰 역사를 볼 수 있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신영희(48)씨는 “몽양 여운형선생의 고향이 양평이란 걸 근래 알게 됐다”며 “지역에서 조명 받지 못해 아쉽다. 양평지역 아이들에게 널리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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