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약자의 발이 돼… 전화 한 통이면 모시러 갑니다.

 

▲ YP행복콜 1호 이용자인 김규식씨는 재활치료를 위해 국립교통재활병원을 매일 방문한다.

지난 8일 오전 8시, 양평읍 창대리에 위치한 양평군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는 이른 아침을 시작했다. 8명의 YP행복콜 기사들은 저마다 차량운행 준비로 분주하다. 상황판 모니터엔 군내 도로와 운행하는 차량의 위치가 실시간으로 표시되고 있다. 

윤용찬 주임(기사)은 지평면 망미리에서 국립교통재활병원으로 치료를 다니는 김규식(53)씨를 태우러 센터를 나섰다. 규식씨는 지난 10월30일 YP행복콜이 개소하자마자 가장 먼저 센터를 찾은 1호 이용자다. 근육 강직으로 휠체어를 타기도 어려운 그는 병원 치료를 위해 이용예약을 했다. 
 
윤 주임은 예약시간인 오전 8시30분보다 10분 일찍 규식씨 집에 도착했다. 규식씨는 이날 국립교통재활병원 주간병동에 입원한다. 주간병동은 집과 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받는 병동이다. 윤 주임은 차량 후문을 열어 규식씨가 탄 휠체어를 조심스레 차량에 밀어 넣는다. YP행복콜 차량은 휠체어를 탄 채로 탑승이 가능하도록 개조된 그랜드카니발이다. 규식씨를 보조하는 장애인활동보조사 한복자(50)씨가 탑승하자 차량이 출발했다. 
 
규식씨는 지난해 12월 갑작스런 근육마비가 왔다. 그는 서울에서 유통업에 종사하다 10년 전 양평으로 귀농한 농부다. 지평면 무왕리에서 망미리로 표고농장을 옮겨 부모님까지 모셔온 상황이었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가슴에 쥐가 나면서 통증이 밀려왔다. 급히 119를 불러 들것에 실리는데 하반신이 없어지는 느낌이 왔다. 
 
양평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고 서울로 이송되는 중에도 마비는 계속 진행돼 배, 목까지 올라왔다. 이틀 만에 마비가 풀렸지만 하반신과 한쪽 손 마비는 여전했다. 병명은 척추경색, 병원에선 극히 드문 현상이라 했다. 의사는 수술을 권하지 않았다. 잘못하면 식물인간이 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서울로 대전으로 병원을 돌며 교통재활병원 개원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는 교통재활병원 1호 환자다. 
 
요즘 그는 교통병원에서 근육 강직을 풀어주는 보톡스를 가슴과 다리에 맞고 있다. 재활치료도 함께 받아야 효과가 있다 해서 이날 주간병동에 입원한다. 그는 “그간 이용했던 장애인심부름센터는 리프트 차량이 한 대라 일주일에 한 번 배정을 받았다. 보통 땐 택시로 병원을 오가는데 요금이 4만원가량 나온다”며 “YP행복콜을 이용하면 2100원이면 충분하다. 초창기라 이용 혜택을 많이 받는다”고 고마워했다.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교통병원에 도착했다. 윤 주임은 휠체어를 내려 병원 입구까지 밀어준다. 규식씨는 이날 오전 9시20분에 재활치료를 시작해 작업치료 2시간, 운동치료 6시간을 받고 오후 4시에 귀가할 예정이었지만 병원 일정이 변경돼 오후 7시에 치료가 끝났다. 피곤에 지친 그를 YP행복콜이 집까지 모셨다. 윤 주임은 “몸이 불편하신 분들이 많아 운행 중에도 신경이 많이 쓰이고 조심스럽다”며 “장애인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장애인 대신 장애우란 말을 쓰려 노력하고 있다”고 그간의 변화를 애기했다. 
 
▲ 양평군보건소 재활치료실을 이용하는 김대옥씨는 YP행복콜 덕에 치료를 거르지 않게 됐다
양평군 보건소에서 재활치료를 받는 김대옥(61)씨도 YP행복콜 단골 이용자다. 그는 이날도 오후 1시10분에 차량을 예약해 보건소에 왔다. 강상면 병산리에 사는 대옥씨는 7년 전 잔치에 갔다 귀가하는 차량에서 뇌출혈이 일어나 왼손과 왼발 편마비가 왔다.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 3개월 입원해 치료를 받다 보건소 물리치료실로 옮겨 치료를 계속하고 있다. 처음엔 15분 정도밖에 운동을 못했는데 지금은 한 시간 가량 운동을 할 정도로 중상이 호전됐다.
 
그동안 보건소에 오갈 때는 장애인심부름센터 차량을 자주 이용해왔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이 우선 이용대상이고 차량이 3대밖에 되지 않아 이용이 쉽지 않았다. 그는 “YP행복콜 8대, 장애인심부름센터 3대 모두 11대라 이용이 쉬워졌다. 요즘은 YP행복콜에 예약해 원하는 시간에 보건소에 온다”며 “치료를 거르지 않고 매일 받을 수 있어 좋다”고 흡족해했다.
 
오후 3시30분에 치료를 마친 대옥씨는 약국에서 약을 산 후 보건소 1층 휴게실에서 오후 4시에 오는 차량을 기다렸다. 치료를 받으러오는 지인들끼리 담소를 나누는 동안 예약된 YP행복콜 차량이 보건소 주차장에 도착했다. 
 
▲ 다리가 불편한 이용객들이 차를 오르기 쉽도록 발판을 별도 제작해 사용하고 있다.
YP행복콜이 운행을 시작한 지 한 달이 조금 넘었다. 12개 읍·면을 돌며 직접 홍보를 한 결과 시행 첫 달인 11월 한 달 동안 이용건수 618건, 장애인 등 교통약자와 보호자를 포함한 이용객 957명이 차량을 이용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어디든 교통약자들이 원하는 곳에 모셔가고 모셔온다. 토요일은 쉬는 날이지만 예약이 있으면 운행한다. 
 
지금은 운행 초기라 큰 문제가 없지만 원거리 운행이 많다보니 이용자가 늘어나면 효율적인 차량 배차가 필요하다. 문종묵 센터장은 “고객들로부터 오래 살다보니 세상 좋아졌다, 감사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며 “이용자가 늘어날 때에 대비해 차량용 무전기를 설치했다. 공차를 줄여 많은 이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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