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님 열전-한기중 이장 서종면 서후2리>

외지인 비율 70% 이상… 마을 지도자도 외지인 다수

청계산 중턱 분지에 위치한 서후리. 유명한 관광지는 없지만 마을 뒤로 중미산과 유명산, 청계산이 있고, 마을 앞으로 서후천이 흘러 일찍부터 전원주택단지가 들어설 만큼 뛰어난 풍광과 깨끗한 자연환경으로 이름난 곳이다.

 

▲ 10년 가까이 이장 일을 해온 한기중 이장. 서후2리는 원주민과 외지인의 갈등 자체가 생기지 않는다고 말한다.

150여 가구에 300여명이 살고 있는 서후2리는 외지인의 비율이 70%를 넘었고, 지금도 계속해서 전원주택단지가 들어서며 인구가 유입되고 있다. 주민 대부분이 논농사를 주로 했지만 2000년대부터 펜션사업으로 돌아서 13개 이상 펜션이 들어섰다. 지난 2009년에는 산림청에서 산촌생태마을로 지정받아 여름철에는 관광객들로 마을 전체가 들썩인다.

2004년 처음 이장을 맡았던 한기중(50) 이장은 중간에 2년을 빼고는 올해까지 계속 마을일을 맡고 있다. 서후리가 고향인데 학교 졸업 후 인천에서 안경점을 하다 IMF를 지나고 1997년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논농사와 소를 키우고 있다.

한 이장은 “마을에 외지인이 많아서 그런지 주민 간 갈등을 빚는 일은 없다. 요즘에는 원주민이냐, 외지인이냐를 따지는 것이 좀 덜떨어진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주민간 갈등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타 지역 이장들이 들으면 배가 아플 소리를 당연한 듯이 말하는 한 이장. 서후2리가 외지인의 비율이 높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말했지만 그 속에는 이장을 비롯한 주민들의 노력이 있었음은 당연하다. 

한씨가 이장을 맡은 후 가장 많이 한 일은 주민들 집에 찾아가 인사하는 것이었다. 새로 이사 온 주민과 한 번, 두 번 인사를 나누고 안면을 트면 마을회관으로 불러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게 한다. 이렇게 얼굴을 익히고 나면 자연스레 가까워지고 마을 일에도 동참하게 된다. 말은 쉬워 보이지만 실천하기에는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지만 한 이장은 지난 10년간 묵묵히 이런 일을 해왔다. 

마을 화합이 잘 이뤄지면서 마을일에 적극 동참하는 주민들도 늘었다. 3년 전 결성된 마을청년회가 대표적인 예다. 60세 이하 주민들로 구성된 청년회는 마을청소와 화단 정리, 눈치우기, 노인잔치 등 마을 대소사를 도맡아 한다. 젊은 사람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니 마을 전체가 활기로 넘친다. 

또 하나 이 마을의 특징은 외지인들이 마을의 중책을 맡고 있다는 점이다. 이장, 새마을지도자, 부녀회장 3명을 제외한 반장, 총무, 노인회장 등은 모두 외지인으로 구성됐다. 이미 이 마을은 외지인과 원주민의 구분 자체가 무의미해진 것이다.

올해는 마을 최대 숙원사업이던 마을 진입로 공사가 마무리돼 분위기가 더 좋아졌다. 한 이장은 “이장은 마을의 중심축이다. 이장이 어떤 생각을 가지냐에 따라 마을 분위기도 많이 달라진다. 그래서 이장은 주민 대다수가 원하는 일을 원만하게 처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주민들의 말을 귀담아 듣는 자세가 필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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