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늪지에만 가로등 41개 촘촘히 설치
주민들 “겨울엔 등 끄고 길 폐쇄해야”

두물머리 물래길 구간 중 양수역에서 세미원에 이르는 늪지 구간에 설치된 가로등이 자연경관을 해치고 철새를 쫓는 등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주민들은 “이름난 관광지답게 가로등 하나도 그에 걸맞게 설치해야 하는데”라며 양평군의 일처리를 아쉬워하고 있다.

지난 10월부터 시작해 지난달 마무리 된 물래길 가로등 공사는 2억9000만원을 들여 양수역 구간과 생태공원 구간에 69개의 태양광 LED등을 설치했다. 특히 양수역에서 세미원까지1.1㎞ 늪지구간에만 41개의 가로등이 세워졌다.
 
▲ 물래길 공사 전 백조가 쉬고 있는 양수역 앞 하천변(위). 주민들은 물래길에 과도하게 설치된 가로등으로 철새가 모두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구간은 해마다 겨울철에 고니(백조) 등의 철새가 찾아오는 곳으로 2011년 조성된 물래길 공사로 지난해부터 철새의 방문이 줄더니 가로등이 설치된 올해는 몇 마리가 찾아 왔다가도 다음날이면 모두 사라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한 지역 상인은 “‘물래길’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가로등 디자인에 신경을 썼다면 또 하나의 명물이 될 수 있었는데 아쉽다. 또한 가로등을 과도하게 설치해서인지 철새들이 왔다가도 다음날이면 모두 사라진다. 공사 전에 이런 부분에 대해 주민과 의견을 나눴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공사를 진행한 군 행복도시과 담당자는 “제주 올레길에서 불미스런 사고가 발생한 후 가로등 설치는 꼭 필요한 작업이었다. 특히 양수역 구간은 늪지고 해가 지면 사고 위험이 높아 가로등을 많이 설치해야 하는 구간”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설치된 가로등은 태양광 LED등으로 설치 시 주변 환경파괴를 최소화하고 별도의 관리비가 들어가지 않는다. 또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집중형 LED등을 설치했다는 것이 이 담당자의 설명이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겨울철에 물래길을 찾는 사람이 없는 점과 늪지가 빙판으로 되면서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는 만큼 12월~2월까지는 이 구간을 폐쇄하고 철새가 쉴 공간으로 배려하자는 의견도 제기됐다.
‘두물머리 물래길’은 지난해 ‘녹색길 베스트10’에 선정되고 ‘친환경 생활공간조성 사업평가’에서 행정안전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하지만 자연생태계는 인공적으로 조성된 길과 가로등으로 자신들의 쉼터를 빼앗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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