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 그들은 우리에게 누구인가 3) 다문화가정의 자녀교육

지원제도 있으나 마나…거리 멀다며 거절

▲ 다문화 가정에 대한 정부의 다양한 지원정책이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이런 저런 이유로 실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중심부와 떨어진 오지에 사는 경우 그 혜택을 누리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사례1-“다섯 살이 돼서야 말문이 터졌어요!”

김영숙(42) 씨는 2004년에 남편 맹덕열(48) 씨와 결혼하여 이곳 양평으로 결혼 이주한 조선동포 여성이다. 그녀는 하얼빈에서 한족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한국어를 약간 알아들을 뿐 할 수는 없어 한국에 와서 배웠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남편뿐만 아니라 가족들과의 의사소통이 잘되지 않아 어려움이 많았다. 특히 시아버지 때문에 무척이나 힘들었다. 지금은 따로 분가해서 두 아들 병규(6), 준규(2) 그리고 남편과 함께 시아버지 집 근처에 새로 집을 지어서 살고 있다.

그들 역시 농업에 종사하며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농사일에, 두 아이 돌보는 일에, 가사 일에, 여느 농촌 가정과 달라 보이는 것이 없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있지 않는 고민거리가 하나 있다. 큰 아들 병규가 다섯 살이 되어서야 말문이 터졌다고 한다. 이제 내년 3월이면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는데 아직도 한글을 깨우치지 못해 걱정이 태산이다. 

다행히 사는 곳에 양동초등학교 고송분교가 있어 학생 수가 적으니 선생님들이 잘 지도하여 주실 거라는 기대감에 위안을 삼고 있을 뿐이다.

그들은 아이의 언어문제가 생기게 된 원인에는 국가정책이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에 대한 배려가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양동면에 어린이 집이 한군데 있지만 거리가 멀다며 어린이 집에서 받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은 3세부터 보낼 수 있는데 아들 병규가 그때부터 교육기관을 다녔다면 말도 빨리 했을 것이고 지금은 글도 깨우쳤을 것이라며 원망한다. 지금은 병설 유치원에 다니고 있으나 교육법상 취학 전 아동에게는 한글 교육을 지도할 수 없게 되어 있어 이것도 문제다.

이들이 억울해 하는 부분은 어린이집은 아이사랑교육카드로 전액을 정부에서 지원해 주는데 이들은 읍내에서 멀리 떨어진 오지에서 산다는 이유로 자신들에게 부여된 권리를 사용할 기회조차 가져 보지 못했다. 더욱이 분통 터져하는 것은 양평군에서 지원하여 양평교육청에서 보내주는 방문교사제도가 있는데 이 또한 거리상의 이유로 보내줄 수 없다는 통보를 받고 망연자실해 했다.

이들은 읍내에서 살기만 했어도 이러한 푸대접은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푸념하면서 양평읍과 멀리 떨어진 농촌지역에서 농사짓고 사는 것에 대해 자괴감을 느끼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오지에 사는 다문화가정의 자녀교육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좀 더 필요해 보인다.

 

#사례2-다문화 가정, 한국 속에 용해되어야 

나수 준코(46) 씨는 1997년 일본에서 한국으로 결혼이민을 왔다. 한국생활이 15년째인 그녀는 대화를 하는데 있어서 한국 사람과 다를 바 없어 보였다. 중학교 1학년짜리 큰 딸, 초등 4학년 아들, 2학년 아들, 유치원생인 막내딸 모두 네 명의 자녀를 둔 다복한 가정이다.

특히 준코 씨는 양평군 다문화 어머니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학교 일본어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준코 씨는 큰 딸이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공부가 많이 어려워져서 자신이 봐주기가 어려운 점이 큰 걱정거리다. 그녀는 한국 엄마들과 비슷한 상당한 수준의 자녀교육에 대해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준코 씨는 최근들어 ‘다문화 다문화’하면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것을 도리어 자녀들이 어색해 하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다문화 행사도 한국 학생들과 다문화 학생들이 함께 참여하는 진정으로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준코 씨는 다문화교육은 다문화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한국 사람들에게도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녀의 걱정은 내년에 베트남 결혼이민자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많이 입학을 하니 입학 전에 다문화 엄마들과 교사들을 상대로 사전교육이 필요하다고 다문화 어머니 회장다운 면을 보여주었다.

위의 두 사례에서 본 바와 같이 다문화 가정의 자녀 교육 문제는 한글을 지도해 주는 원론적인 학습의 문제부터 우리 사회 속에 자연스럽게 동화시키기 위한 관계의 문제까지 전 방위적인 문제해결 방안이 절실한 실정이다. 특히 다문화에 대한 교육이 한국 학부모, 한국 학생, 교사들에게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인종적 편견을 버리고 ‘모두가 같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글로벌 교육이 절실히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홍유식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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