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8월 접수마감하고도 두 달째 심사도 안 해
“예산이 없어서” 핑계… 용두사미의 표본 전락

양평군이 거액의 상금을 내걸고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지역만들기 공모전’이 시상금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용두사미로 전락할 상황이다. 주민들은 ‘민’이 주도해야 할 ‘지역만들기’에 ‘관’이 나서서 일을 그르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양평군은 지난 5월 대상 1팀 1억원을 포함 3억1000만원의 시상금을 내건 ‘지역만들기 공모전’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8월20일까지 접수를 마감하고 심사를 거쳐 9월 결과를 발표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군은 참가자들에게 어떤 사전양해도 없이 이 계획을 연기했다. 기획감사실 홍주표 주무관은 “올해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부득이하게 심사를 11월로 연기했다. 시상은 내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양평군이 다양한 지역만들기 교육을 하고 있지만 정작 행정 스스로 준비되어 있는지는 의문이다. 지난 3월 동부권 지역만들기 실무추진단 36명이 일본연수 평가보고회를 하고 있다.
공모전에 참여한 한 주민은 “공모전 발표 날짜가 지나서도 연락이 없어 탈락한 줄만 알았는데 아직 심사도 안했다고 들었다. 모두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데 연락은커녕 공지도 하지 않는 이유가 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군은 2011년부터 ‘비전 2020 주민참여 지역만들기’ 사업을 벌여왔다. 특히 올해 1~2월에는 군비 1억3000만원을 지원해 주민 60명이 포함된 대규모 일본연수를 다녀왔다. 이후 군은 읍․ 면별로 지역만들기위원회를 구성하고 12개 읍․면을 직접 찾아가 위원회와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장&장’ 지역만들기 교육을 실시했다. ‘지역만들기’를 민의 주도로 해나가겠다는 군의 주장과는 완전히 상반되게 일을 처리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에 참가했던 한 이장은 “마을일도 버거운데 ‘지역만들기’ 관련된 일로 너무 힘들다”며 “교육을 받아도 솔직히 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역만들기’에 별 관심도 없는 주민들이 군의 상명하달식 사업 추진에 울며 겨자 먹기로 이끌려가고 있다는 불만이다.
 
양평군에서 ‘지역만들기’를 담당하는 공무원은 단 1명이다. 그마저도 전담이 아니라 전문성을 갖추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사업계획수립이나 진행에서 깊이 있는 고민이나 민간주도 방식을 내세우지 못하고 있다. 이번 공모전 발표가 늦어지고, 그와 관련된 어떤 공지도 없었던 것은 이러한 상황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양평읍에 거주하고 있는 한 주민은 “군이 추진하는 ‘지역만들기’ 사업은 군수의 성과를 드러내기 위한 보여주기 사업일 뿐”이라며 “ 교육 받으라고 이장이나 새마을지도자들 괴롭히지 말고 전문가로 구성된 연구팀을 만들어 각 지역별 특성에 맞는 지역만들기를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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