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양평 전통시장 어떻게 살릴 것인가③
모범 전통시장에서 길을 찾다

위기에서 부활한 전통시장들… “이제 대형마트 겁 안 나”
상인 의식변화‧자발성이 원동력, 특화‧시설현대화도 필수

‘나눔’으로 이미지 변신, 익산남부시장

전북 익산의 남부시장은 1940년대 ‘구시장’으로 개설돼 한때 우시장과 한복, 주단포목점, 수산물, 건어물 등으로 호황을 누렸지만 세월의 흐름과 변화 속에 어려운 시절을 겪었다. 

 

▲ 익산의 초등학생들이 시장체험 행사 중 한 상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변화의 돌파구는 의외로 외부로부터 왔다. 2010년 시장과 근접해 있는 익산장애인종합복지관이 ‘장애인․전통시장과 함께하는 명절행사’를 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해온 것이다.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공동마케팅을 한다면 지역민들에게 시장 이미지가 재고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 상인들은 이 행사를 적극적으로 유치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후 상인들은 ‘장애인 시장체험 및 독거노인 나눔 행사’, ‘장애인 전통시장 체험’, ‘초등학생 전통시장 체험학습’ 등으로 발전시켰다. 기존 전통시장의 상업성을 탈피한 신선한 활동은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냈다.

이 행사를 통해 익산시장이 얻은 성과는 첫째 상인들의 의식변화였다. 아이들과 장애인들을 상대하다 보니 더욱 친절해졌고 주변의 관심이 커지자 의욕도 생겼다. 두 번째 성과는 소비자들의 시장에 대한 호감도 증가였다. 고객들은 ‘남부시장은 정이 있고 스토리가 있다’, ‘상인들이 친절하고 좋은 일을 한다’ 등 시장을 보는 눈길들이 달라진 것이다.

양평에도 많은 장애인시설이 있고, 양평시장과 멀지 않은 곳에 초등학교도 여럿 있다. 익산 남부시장이 시도한 마케팅 전략을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을 충분히 갖춘 것이다. 

리플릿으로 매출↑ 제주시활성화구역

포켓형의 시장 홍보물이 과연 효과가 있을까? ‘글쎄’라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상인들이 많겠지만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크기인 9x17cm의 16쪽 짜리 컬러 포켓 리플릿으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본 시장이 있다. 

 

▲ 6개의 시장이 합쳐진 제주시활성화구역의 포켓형 리플릿.

제주시 중심가인 중앙로 상권을 둘러싸고 1.5km 반경에 6개의 시장이 뭉쳐진 제주시활성화구역은 2010년 포켓형 시장 리플릿을 제작했다. 그 후 2년 만에 활성화구역 내 시장의 매출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동문수산시장의 경우 2009년 하루평균 8200명의 고객에 4500만원이던 매출액이 2년 후에는 5000만원, 8800명으로 증가했다. 6개 시장 평균 매출액이 8.7%나 증가했다.

리플릿에 실린 내용은 먼저 특화된 6개 시장에 대한 소개다. 의류, 중저가 브랜드, 잡화, 수산물, 농산물, 정육점형 등으로 세분화된 각 시장 설명이 한 눈에 알아보기 쉽게 펼쳐진다. 이와 함께 관광 특구인 제주도의 올레길 및 관광지도가 함께 실렸다. 2010년 접이식의 첫 리플릿이 나온 뒤 상인들은 10차례가 넘는 회의를 거쳐 2011년 포켓형 리플릿을 만들었다. 펼쳐보기 쉽게 책자 형태로 제작했고, 각 시장별 특색도 분명히 드러나도록 했다. 

서울인근 최고의 관광지로 각광받는 양평에서도 관광지도에 시장을 소개하는 리플릿이 만들어지면 어떨까? 물론 그전에 양평시장도 구역별 특성화 거리를 갖춘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혼수품 ‘전문시장’ 특화, 부산진시장

부산광역시 동구 범일2동에 위치한 ‘부산진시장’은 현대화사업을 통해 지어진 지하 2층, 지상 3층의 백화점식 시장이다. 대도시의 여건을 고려해 좁은 공간을 활용한 건물시장으로 탈바꿈했고, 현재는 주차빌딩을 건립해 고객편의의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시장번영회 직원만 55명에 이를 정도로 중소기업형 시장이다. 비록 현대식 시장이지만 전통시장이 배울 점이 있다. 바로 ‘특화형’이다.

 

▲ 부산진시장은 혼수용품 전문시장이라는 특화형 시장으로 일본에서도 많은 손님이 찾아온다.

부산이나 부산 인근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부산진시장을 ‘혼수용품 전문시장’이라고 알고 있다. 즉 결혼을 앞둔 혼주나 예비부부들이 꼭 찾는 시장인 것이다. 혼수용품뿐만 아니라 의류원단, 안감, 실·단추, 액세서리 등도 취급하고 있어 일본에서도 많이 찾아온다. 

양평군은 양평시장에 장옥지구를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 장옥지구의 올바른 모습을 부산진시장의 ‘특화형 전문시장’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인구가 10만명인 양평에서 특화된 시장을 만들기는 어려운 점이 많다. 하지만 주말 양평을 찾는 관광객을 감안하면 충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산나물, 부추, 비름, 한우, 수박, 버섯, 친환경농산물 등 양평의 특산물을 이용한 ‘특화형 시장’ 조성은 분명 고민해 볼 여지가 많은 사업이다. 또한 특산물을 이용한 다양한 가공식품 매장을 꾸민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장옥지구를 지역특성과 특산물을 고려한 ‘지역특화 매장’으로 꾸며보는 방안이 이제부터라도 검토돼야 한다. 

“마트보다 편하게” 청주육거리종합시장

 

▲ 비가림막이 설치된 청주 육거리종합시장. 많은 고객들로 활기찬 모습이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에 위치한 ‘육거리시장’은 여섯 갈래의 길이 만나는 중심에 위치했다. 조선 말기에 시장이 형성된 후 현재 1556개의 점포에서 3280명(자영업 1040명, 상용종사자 2080명, 노점 160명)이 일한다. 10개 상인조직이 하나로 합쳐진 ‘종합시장’으로 성장했다. 

육거리종합시장이 활성화되기까지는 상인들의 뼈를 깎는 노력이 있었다. 1996년부터 반경 2㎞내에 여러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시장은 최악의 상황으로 변했다. 이에 상인들은 1999년 10월 ‘육거리종합시장상인연합회(회장 최경호·충북상인연합회 회장)’를 만들고 시장 살리기에 나섰다. 

2003년 총 35억 원을 투입한 715m의 아케이드(비가림막) 설치를 시작으로 시장의 활기를 되찾았다. 2007년부터 3차에 걸쳐 CCTV 120대를 설치했고, 2009년에는 소방시설 설치를 비롯해 가로등, 노점좌판 제작, 쇼핑카트도 구비했다. 2008년에는 고객들의 편의를 위해 1500대를 소화할 수 있는 제2주차장을 준공했다. 

양평전통시장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상인들의 의식변화와 시장을 살리려는 노력이 기본이 돼야한다. 하지만 상인들의 의식변화만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시설현대화 사업’이다. 양평시장에 곧 설치할 아케이드도 필요하지만 부족한 주차시설, 전무한 휴식시설도 반드시 필요하다.

‘순대’로 틈새시장 공략, 수원지동시장

수원의 유서 깊은 ‘수원화성’의 남문인 팔달문에 인접한 1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전통시장이 ‘수원지동시장’이다. 

 

▲ 대형마트와 경쟁에서 틈새를 공략한 수원지동시장의 순대전문타운.

수원시의 대표적인 농․수․축산물 도소매 전문시장이던 지동시장은 1989년 인근에 농수산물도매센터가 들어서면서 큰 타격을 받았다. 1990년대에는 백화점을 비롯해 대형마트만 20여 개가 입점해 2002년에는 전체 247개 점포 가운데 20~30%인 80여 개 점포가 문을 닫는 상황에 이르렀다. 

지동시장은 농수축산물로 대형 유통점과 경쟁하는 것이 불가피해지자 대형마트가 갖추지 못한 틈새시장으로 품목을 차별화하기 위해 순대 특화 전략에 나섰다. 40여 곳에서 순대와 곱창 등을 직접 만들어 판매하고 진공포장이 가능한 순대는 다른 지역에서도 주문전화가 걸려올 정도로 인기가 높다. 

특화한 순대 판매를 위해서 지동시장은 2004년 약 9억7300만 원(국비 4억1300만 원, 지방비 2억4800만 원, 자부담 3억1200만 원)의 예산으로 시장 건물 2층에 콜센터를 설치했다. 전통시장 중 가장 먼저 시범사업으로 설치된 콜센터는 전화주문 시스템을 구축했다.

지동시장은 이미 형성된 순대타운을 더욱 특화시켜 화성관광 필수 코스로 정착을 유도해 테마관광시장으로 거듭났다. 양평전통시장도 올해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선정되면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지동시장이 대형마트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은 것은 주변 관광지와 지동시장만이 할 수 있는 틈새시장의 개발이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시장상인들의 적극적인 노력과 차별해야 살아남는다는 의식의 변화였다.

시장이 곧 관광자원, 정선오일시장

강원도 정선군의 정선오일시장은 불과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물물교환이 이뤄졌다. 정선시장은 2일, 7일에 열리는 오일장으로 30여 년 이상 옛 장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국내에서 보기 드문 시장이다. 

정선시장은 ‘정선오일장’과 주말에 열리는 ‘정선 주말장’이 정선의 주요 관광코스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3년에 걸친 꾸준한 시설현대화 사업과 민관의 적극적인 협조로 시행된 성공적인 관광 마케팅 덕분이다. 

 

▲ 특산품과 문화를 접목한 정선오일시장은 연간 20만 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다.

꾸준한 시설현대화 사업을 통해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정선시장은 민관의 철저한 분업 시스템을 구축했다. 정선군은 공격적인 홍보 마케팅과 환경개선 사업을 주도했고, 상인회는 상인과 상품을 철저히 관리했다. 정선시장은 분업 시스템에 따른 특색 있는 관광 마케팅으로 매출을 높이고 이미지를 개선한 모범사례가 됐다. 지난해 정선시장을 다녀간 관광객은 24만여 명으로 전년대비 약 8% 증가했으며, 자가용 이용 가족단위 방문객과 20~30대 젊은 층의 오일장 선호도가 점점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정선군이 추진한 마케팅 전략은 관광 코스와 연계해 접근성을 높이고 체류 시간을 늘리는 데 핵심을 뒀다. 우선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정선오일장 및 주말장 관광열차 운행(총 558회)으로 관광객을 시장으로 끌어들였다. 뿐만 아니라 레일바이크 및 풍경열차코스, 화암동굴코스, 향토음식 맛 체험코스, 정선아리랑 체험코스 등을 개발해 다양한 기호를 지닌 관광객의 발걸음을 시장으로 끌어들였다. 

양평전통시장은 관광 및 문화와 결합할 자원이 무궁무진하다. 의병의 고장, 남한강의 뗏목 재현, 수많은 예술가들과 다양한 특산물 등 결코 정선에 뒤쳐지지 않는다. 민관이 하나 돼 전통시장을 관광문화 상품으로 팔고 있는 정선시장은 양평이 배워야 할 좋은 본보기임에 틀림없다. 전통시장을 찾는 관광객은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넘쳐나기를 기대한다. 최근에는 가족단위가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체험도 원한다. 수많은 체험마을을 갖춘 양평은 그런 면에서 최고의 인프라를 갖춘 곳이다. 민과 관이 손잡고 함께 발맞춰 나간다면 전국 최고의 전통시장 만들기도 결코 허언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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