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째주(11월 6일~12일) 디지털 성범죄 함께 읽기

 

이번주의 디지털 성범죄, 발생부터 선고까지

1) 입건

제주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남학생이 등굣길 버스에서 불법촬영한 혐의로 입건되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가해자는 지난 6일 오전 8시쯤 운행 중이던 버스 안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해 피해자의 신체 일부를 불법촬영하였으며,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가해자를 현행범 체포한 뒤 부모에게 인계했다고 전했습니다. 현재 경찰은 또 다른 불법촬영물이 있는지 등을 조사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20대 남성이 마사지 업소 여성 종업원의 신체를 불법촬영한 혐의로 입건되었습니다. 가해자는 화성의 한 마사지 업소에서 소파 위에 미리 동영상 촬영 기능을 켜놓은 휴대폰을 세워놓은 뒤 자신을 마사지하고 있는 피해자를 불법촬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장에 도착해 가해자의 휴대폰을 임의제출 받은 경찰은 피해자의 불법촬영물을 포함해 불특정 다수 여성들의 나체 영상 및 사진을 발견한 것으로 전해지며, 현재 가해자의 여죄를 확인하기 위해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 밝혔습니다.

30대 옷가게 직원이 고양시의 복합쇼핑몰 의류매장 탈의실에서 불법촬영하여 불구속 입건되었습니다. 가해자는 자신이 일하는 탈의실의 천장이 개방되어 있다는 점을 노려 매장 내에 있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휴대전화를 이용해 범행한 바 있습니다. 이를 본 손님이 가해자의 범행을 신고하여 경찰이 출동했고, 가해자는 경찰 조사에서 "호기심 때문에 범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 송치

30대 남성 세 명이 6년 동안 여성 21명에게 수면제와 마약을 투약해 성폭행하고 이를 불법촬영한 혐의로 송치되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중 친구 사이인 두 명이 2017년 11월부터 지난 10월까지 전국 각지 유흥주점과 주거지, 여행지 등에서 만난 피해자 21명을 주거지로 데려가 마약을 섞은 전자 담배를 피우게 한 뒤 집단 성폭행한 혐의를 받으며, 범행 때마다 서로 불법촬영한 동영상을 공유해온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가해자들의 휴대폰을 디지털 포렌식 한 결과 발견된 불법촬영물이 230기가에 달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주동자 두 명은 "성적 쾌락을 위해 범행했다"며 범행을 모두 인정했고, 경찰은 추가 피해자가 있는지를 수사하는 한편 마약 판매책 등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3) 기소

50세 남성 고 씨가 의붓딸을 13년간 성폭행하고 성착취물까지 제작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가해자는 의붓딸이 만12세이던 2008년부터 2020년까지 13년간 2,000여 차례 성폭행하고 성적 학대한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되었으며, 검찰은 고 씨가 미성년자인 피해자를 장기간에 걸쳐 심리적으로 지배해 성적으로 착취하는 소위 그루밍 수법을 쓴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고 씨는 한국에서 처음 범행한 뒤 가족이 뉴질랜드로 이민을 간 뒤에도 범행하였고, 피해자가 뉴질랜드 경찰에 신고하자 한국으로 도주하였으나 피해자가 다시 한국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검거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응하는 유관기관의 모습

 

1) 교육청

부산의 한 중학교 남학생이 휴대전화 공기계를 학원 여자화장실에 두어 같은 반 학생을 불법촬영하였는데, '학급 교체' 이후에도 피해자는 급식실 등에서 가해자를 마주쳤어야 했던 사실이 드러나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사건 당시 가해 남학생은 촉법소년으로, 부산 북부교육지원청은 이 사건 관련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열어 '학급 교체' 처분을 내리며 '분리'를 자신한 바 있습니다.

교육청 관계자는 등하교 시나 급식 시간도 치지 않도록 학급 시간대를 조정할 수 있다고 했지만, 피해자 측은 가해 학생이 학교로 돌아온 날 피해 학생이 급식실에서 가해자와 마주쳐 밥도 먹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운동장과 복도 등에서 계속해서 가해 남학생을 마주하게 되었다는데, 이는 교육지원청이 자신한 가·피해자 간 '분리'가 말뿐이었다는 것이 드러난 것입니다.

실제로 KBS가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부산 학교 성폭력 가해 학생 조치 현황을 살펴본 결과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리'되는 8호 처분인 전학을 받은 가해 학생은 전체 초·중·고 학생 555명 중 41명에 불과했고, 퇴학 조치는 3년 반 도안 단 한 건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번 사건 학폭위 회의록에서도 "성범죄인만큼 3년간 같은 학교에서 지내는 건 피해 학생에게 가혹하다"며 전학 처분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가해 학생 선도와 피해 학생 보호가 충분하다"는 의견이 우세하여 '학급 교체' 처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와중에 전문가들은 학교에서 성범죄가 일어날 경우 가장 중요한 가·피해자 분리가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피로를 호소하던 피해자가 결국 가해 학생을 피해 전학을 가게 되는 현실을 꼬집었습니다. 따라서 성 관련 학교폭력 문제는 특수한 유형의 형태로 보고, 성범죄임이 분명한 경우에는 가해 학생에게 전학 조치 등이 필수적으로 내려지도록 하는 등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2) 서울시

서울시가 디지털 성범죄 예방과 피해자 지원을 위해 AI 불법찰영물 감지 시스템을 도입한 지 7개월 만에 45만 7,000여 건의 영상을 모니터링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AI를 도입하기 전 사람이 일일이 모니터링했을 때인 3만 3,500여건에 비교하면 12배 가량 늘어난 양입니다.

서울 디지털성범죄 안심지원센터는 11명의 직원이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는데, AI가 도입되기 전에는 피해자에게 제보받은 영상이나 사진을 토대로 일일이 키워드를 검색하여 유사한 사진과 영상을 눈으로 찾아야 했고 평균 2시간 가량이 소요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AI 도입 결과 불법촬영물을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이 3분으로 줄어 검색 시간이 97.7% 감소하였고, 24시간 동안 영상을 모니터링할 수 있어 새벽 시간에 업로드되는 경향이 큰 불법촬영물의 특성상 유포 방지 및 근무시간 내내 불법촬영물을 봐야 하는 직원들의 트라우마 감소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해집니다.

현재 AI는 영상, 사진, 텍스트 세 가지를 기반으로 유사도 검사 및 텍스트 연계 등을 활용해 불법촬영물을 찾아내며, AI 기술 도입 후 도입 전인 2,000여 건에 비해 102% 증가한 4,141건의 피해 영상물을 삭제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한편 서울시는 연말까지 AI가 아동·청소년과 성인을 구분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기타 디지털 성범죄 관련 이슈들

 

1) 철도/열차 내 디지털 성범죄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최근 5년 10개월간 전국 철도 시설이나 열차 내에서 적발된 성범죄가 4,900건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형별로는 카메라 등을 이용한 불법촬영이 64.8%인 3,177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 995건(20.3%), 폭행·협박 등이 동반된 강제추행 468건 (9.6%), 성적 목적의 다중 이용장소 침입 58건 등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성범죄 발생 장소별로 보면 승강장을 제외한 역사 내에서 절반 가량인 2,425건이 발생했고, 열차 내에서 2,038건(41.6%), 승강장에서 437건(8.9%) 발생했습니다. 집계한 기간 성범죄가 가장 많이 발생한 역사는 수원역으로, 안양역, 부산역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2) 경상북도 학교 내 디지털 성범죄

최근 3년간 경주·경산·청도 교육지원청에 발생한 디지털 성범죄가 모두 19건으로 확인된 가운데, 그 중 불법촬영이 78%인 15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하였습니다. 교육 과정별로는 중학교가 11건(57.8%)으로 가장 많았고, 고등학교 7건(36.8%), 초등학교 1건으로 나타났습니다.

황두영 경북도의원은 행정사무감사에서 이러한 자료를 분석하며 “디지털 성범죄는 가해자를 처벌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피해의 결과가 지속되기 때문에 심각성을 인지하고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피해를 최소화하고 피해자의 회복을 지원하기 위하여 조례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저작권자 © 양평시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