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째주(9월 4일~10일) 디지털 성범죄 함께 읽기

 

이번주의 디지털 성범죄, 발생부터 선고까지

1) 검거

20대 남성 대학생이 인제의 한 야영장 샤워실에서 피해자를 불법촬영한 혐의로 검거되었습니다. 당시 가해자의 행동을 수상히 여긴 목격자가 '여자 샤워실을 촬영하는 사람이 있다'고 112에 신고해 경찰이 가해자를 현행범 체포하였습니다.

검거 당시 가해자가 "곤충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말벌을 촬영하려고 샤워실 뒤편으로 간 것”이라고 범행을 부인한데다 현장에서 휴대전화를 확인한 결과 불법촬영물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경찰은 정황상 범행이 의심되고 목격자의 진술이 일관된 점 등을 토대로 가해자의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받아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하려 했습니다.

그러자 가해자는 ‘주말 동안 등록금 등 개인 문제로 휴대전화가 필요하다’며 이틀의 말미를 얻은 뒤 휴대전화를 경찰에 제출했는데, 디지털포렌식 결과 휴대전화에서는 야영장 샤워실을 몰래 찍은 불법촬영물은 물론 증거인멸 흔적까지 발견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실제로 가해자는 휴대전화를 임의제출하기 전 ‘안티 포렌식’(휴대전화 복구를 무력화하는 데이터 파괴 기술)을 검색했고, 업체에 의뢰해 실제로 안티 포렌식을 받은 것로 조사되었습니다.

30대 남성이 가발과 원피스를 이용해 '여장'을 한 뒤 대전의 한 대중목욕탕 여자 탈의실에 침입해 탈의실 내부를 촬영한 혐의로 체포되었습니다. 당시 목욕탕 직원이 가해자의 행동을 수상하게 여겨 경찰에 신고했고 가해자는 현행범으로 체포된 바 있습니다.

경찰은 가해자의 휴대전화를 압수한 뒤 탈의실 내부를 찍은 것으로 보이는 영상을 찾아냈으며,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다른 불법 촬영물이 있는지를 파악하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경찰은 비슷한 전과가 있는 가해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도주 우려가 적다'는 이유로 기각하였습니다.

2) 입건

구미의 60대 남성이 같은 빌라 아래층에 거주하는 20대 피해자를 스토킹 및 불법촬영하여 입건되었습니다.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96건의 스토킹성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휴대전화를 줄에 매달아 피해자의 집 내부를 불법촬영한 혐의를 받습니다.

또한 가해자는 지난 7월 "경찰이니 문을 열어 달라"며 경찰을 사칭해 피해자에게 접근한 혐의 역시 받고 있습니다. 이후로도 집 유리창이 깨지고 방충망이 훼손되는 등의 일이 일어나 피해자가 가해자를 스토킹범죄로 정식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과 함께 가해자가 이전에 경찰을 사칭하며 집 문을 두드렸던 사람인 것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경찰 관계자는 "증거물인 휴대전화를 먼저 확보해야 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몇 번을 찾아가도 가해자를 만날 수 없어서 수사가 늦어졌다. 지금은 접근금지와 통신금지 등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라고 전했습니다.

3) 1심

18세 남고생이 일면식도 없는 20대 피해자의 사진을 "재미 삼아" 노출 사진과 불법합성하고 지인능욕성 해시태그 및 개인정보 등과 함께 SNS에 게시·배포한 혐의로 기소되었으나, 춘천지법 원주지원에서 이를 소년부 송치하였습니다. 소년법에 따라 소년부에 송치되면 감호 위탁, 사회봉사 명령, 보호관찰, 소년원 송치 등 1∼10호까지의 보호처분을 받을 수 있으며 전과기록은 남지 않습니다.

김도형 부장판사는 "누구든지 얼굴이나 신체, 음성을 대상으로 한 촬영물을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편집, 합성 또는 가공한 것을 의사에 반해 반포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다만 피고인이 학생이고 초범이며, 범행이 1건에 그친 데다 피해자를 위해 일정 금액을 공탁한 점 등을 두루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30대 남성이 약 2년간 초등학생 피해자를 의제강간하고, 영상통화를 하며 10명의 피해자들에게 신체를 노출하게 한 뒤 이를 녹화하여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제작한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재판부는 “나이 어린 다수의 피해자를 성적 만족의 수단으로 삼았고 피해자들에게 영상물이 유포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살게 하는 심각한 피해를 줬다. 또 피해자들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당시 가해자는 온라인 채팅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접근하였으며, '그루밍' 수법으로 신뢰 관계를 형성한 뒤 범행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응하는 유관기관의 모습

1) 시·도 관련 조례 신설

전국 17개 시·도 중 유일하게 디지털 성범죄 예방 관련 개별 조례가 없었던 인천에서, 장성숙 더불어민주당 (비례)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인천광역시 디지털성범죄 예방 및 피해자 보호·지원 조례안’이 상임위원회 심사를 통과했습니다. 해당 조례안에는 시장의 책무 규정과 함께 신고체계의 구축-운영 및 피해자 긴급 보호, 영상삭제 지원 및 사후 모니터링, 피해자의 심리상담 및 의료·법률·일상회복 지원 등의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또한 청주시에서도 이화정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청주시 디지털성범죄 예방 및 피해자 보호지원 조례안’이 8일 열린 81회 시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었습니다. 해당 조례안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위한 상담·치료, 법률지원, 의료지원, 영상삭제 지원, 예방교육 및 인식개선 사업 등을 진행할 수 있는 근거를 담고 있으며, 교육청, 경찰청, 의료기관, 언론기관, 유관기관 등과의 협력체계 구축을 명문화하였습니다.

한편 충남도의회 신순옥 국민의힘 의원이 '충청남도교육청 디지털 성범죄 예방 및 교육에 관한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으며, 디지털 성범죄 예방을 위한 계획 수립과 교육, 피해자 지원사업 등에 대해 근거 규정을 마련해 지자체와 교육 당국의 체계적인 대응이 가능하게 한 데 의의가 있습니다.

천안시의회 역시 15일까지 제262회 임시회를 열어 권오중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천안시 디지털 성범죄 방지 및 피해 지원에관한 조례안' 등의 안건을 심사할 예정입니다.

또한 대전 서구의회 신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제278회 임시회 제 1차 본회의에서 '대전광역시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설치'를 건의했습니다. 신 의원은 “대전에서는 여성성폭력 상담소 다힘에서 디지털성범죄 특화상담소를 운영하고 있으나 예산은 물론 전문 인력조차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고 지적하며, “서울·인천·경기도처럼 광역형 디지털성범죄 지원센터로 확대하여 피해자를 위한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의 실질적 피해 지원을 위해 여성가족부에는 관련 예산을 조속히 확보할 것을, 대전시에는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설치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강구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피해자 통합지원 기관인 '광역형 지원센터'는 서울, 경기, 인천, 부산 전국 4곳에서만 운영되고 있습니다. 대전시의 경우 디지털 성범죄 특화상담소 '다힘'이 피해자 지원을 하고 있지만, 두 명의 인원으로 7월 말 기준 올해 995건의 지원을 진행해 업무 부하가 큰 상황입니다.

 

기타 디지털 성범죄 관련 이슈들

1) 대법원장 후보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성범죄 줄감형'으로 성인지 감수성이 결여되었다는 논란에 휩싸인 와중에, 이 후보자가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즉 N번방 사건 당시 불법촬영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의 형을 집행유예로 감경해 준 사실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당시는 2020년 'N번방 특별법'이 통과되는 등 불법촬영 및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지고 전국민적 공분이 고조되는 중이었지만 이 후보자는 디지털 성범죄자들의 형량을 대폭 줄였던 것입니다.

해당 사건의 피고인 세 명은 술에 취해 항거불능인 피해자들을 준강간하며 이 과정을 불법촬영하고 이를 카카오톡 단체방에 전송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1심에서는 가해자 3인에게 각각 징역 7년, 징역 10개월, 징역 8년의 실형을 선고했지만, 이 후보자는 2심에서 이를 징역 4년 및 집행유예들로 절반가량 감경 한 것입니다.

감형 사유는 "피해자와 합의했고 깊이 반성하고 있어서"였으며, 불법촬영물 유포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엄중해진 당시 상황에서도 "친구들에게 자신을 과시하려는 충동적, 직관적인 행동"으로 치부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후보자는 이러한 비판에 "하급심의 양형 편차를 최소화하고 객관적인 양형을 실현해야 한다는 소신에 따라 양형기준을 참고해 적절한 형을 선고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범죄와 형벌 사이의 균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권고형의 범위 내에서 신중하게 형량을 정했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여성인권위원회는 이에 대해 "인식 부족을 개선할 의지나 가능성도 없음을 보여줬다"고 비판하였습니다.

이 외에도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다수 제작한 피고인이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자백했음에도 ‘특정 영상은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한 음란물이라 볼 수 없다’며 1심을 깨고 부분 무죄를 선고했던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당시 피고인이 혐의를 모두 인정했었기 때문에 성착취물에 나오는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인지는 항소 이유도 쟁점도 아니었지만, 이 후보자는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은 성착취물에 한해 ‘성인도 교복을 입을 수 있다’, '익명 채팅방에서는 자신의 나이나 학년을 실제와 다르게 말하는 경우도 있다'는 이유 등으로 ‘무죄’를 선고한 것입니다. 이 후보자가 문제 삼은 것은 신원이 특정되지 않은 4명의 피해자로부터 총 107회 촬영물을 전송받은 것으로 이 피해자들은 스스로가 고등학생이라고 직접 밝히기도 했고 가해자 역시 이들이 각각 고등학교 2·3학년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했던 바 있습니다.

이후 해당 사건의 피고인의 형량은 1심 징역 5년에서 그 절반인 2년 6개월로 줄어들었습니다. 이렇듯 이 후보자는 "깊이 반성하고 있고 초범"이라는 이유로 성범죄 피고인들에 대해 대체로 감형을 하는 경향을 보여왔고, '반성'을 이유로 법원의 양형기준에서 벗어나면서까지 형을 줄이는 등 과거 가정폭력 및 성폭력 항소심 사건에서 감형한 사례들이 잇따라 드러나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2) 취업 제한

성범죄자는 재범 방지 차원에서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을 비롯한 일부 직종에 취업이 제한됩니다. 다수와 접촉이 많은 업종도 여기에 포함되는데, 업종마다 제한 기준이 뒤죽박죽이라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택배 기사에게 적용되는 화물자동차법에는 카메라 등을 이용한 성범죄자의 근무를 제한한다는 내용이 없기 때문인데, 배달 기사 자격을 다루는 법률엔 성범죄자의 종사를 막는 규정이 아예 없기도 합니다. 불법촬영으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 택시를 몰 수 없는데, 이렇듯 똑같이 불특정 다수와 자주 접촉하는 일인데도 성범죄자 취업 제한 여부를 개별법에서 규정하다 보니 업종마다 제각각인 규정을 두고 있는 상황이 지적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성범죄자가 일할 수 없는 아동·청소년 시설을 명시한 청소년성보호법처럼, 재범 방지라는 성범죄자 취업 제한 제도의 취지를 달성하려면, 일관된 기준을 세우고 철저히 관리·감독해야 하기에 성폭력처벌법에도 취업 제한 업종을 한꺼번에 정리해 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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