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경영인 탐방-팔당생협 생산자 이홍건 회원

매달 안정적인 수입 보장… “일은 많지만 보람 넘쳐”

머루포도 봉지가 가지런히 씌워져 줄선 듯 나란한 모습이 보기 좋다. 팔당생명살림 생산자인 양서면 이홍건 회원의 포도밭 풍경이 장맛비에도 상쾌하다.

 

▲ 양평군 최초 유기농사꾼인 이홍건 회원. 매달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는 팔당생협 생산자는 돈 보다 소비자와의 ‘정 나눔’이 더욱 큰 보람이라고 말한다.

이 회원은 양평군 유기농업의 시초다. 그의 유기농 인증번호 ‘01-1’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그가 1995년 일반농업에서 유기농으로 전환할 수 있었던 것은 유기농업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양평군에 불어온 유기농업의 바람은 이 회원의 농업에 대한 인식자체를 바꿔놓았다. 사람이 먹는 음식을 생산하는 농부가 화학비료를 사용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 자리 잡았다.

당시 유기농산물을 납품할 곳이 없던 이 회원은 1995년 설립된 ‘팔당생명살림’(이하 팔당생협)에 생산자로 등록해 지금껏 활동 중이다. 협동조합 형태인 팔당생협의 생산자는 보통 농가의 농산물 납품과는 체계가 완전히 달랐다. 이전에는 단일 품목을 박스단위로 대량납품 했지만 팔당생협 생산자는 다품목 소량생산을 해야 한다. 매주 미리 정해진 10여 가지의 농산물을 함께 묶어서 소비자에게 직접 보낸다. 매년 초 소비자들과 회의를 통해 납품 양과 종류를 정해 계약생산을 한다. 이 회원은 “단일 품목 대량납품은 시세가 좋을 땐 돈을 많이 벌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쫄딱 망하는 등 도박성이 강했다”며 “팔당생협 납품은 비록 돈은 적게 벌지만 매달 월급처럼 입금되고 농산물 가격도 연초에 정해져 예전처럼 불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회원의 또 하나의 즐거움은 소비자와의 ‘정 나눔’이다. 간혹 날씨 등의 이유로 농사가 잘되지 않는 경우가 생기면 이 회원은 소비자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물건을 보내준다. 대신 잘 된 농산물을 조금 더 넣어준다. 소비자들은 생산자를 믿기에 이런 상황을 충분히 용납할 수 있는 것이다. 시장납품에서는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정 나눔’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수확철 일손이 딸리면 이 회원은 따로 일꾼을 구하지 않고 소비자들에게 도움을 청한다. 거짓말처럼 소비자들이 몰려와 함께 일을 한다. 말 그대로 소비자-생산자 간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다.

생협 생산자의 가장 큰 어려움은 다품목 소량생산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회원도 12가지 이상의 작물을 키운다. 작물이 많다 보니 신경 써야 할 일도 많고 각 작물별 특성도 익혀야만 한다. 오전에 밭에서 일을 한 뒤 집에 오면 각 작물들을 꾸러미로 묶어 소비자에게 보내는 일이 기다린다. 그래서 이 회원은 생산자들과 연대해 ‘소품목 대량생산’을 할 수 있는 작목반 구성을 시도하고 있다. 4명 이상 생산자가 각각 4~5가지의 작물을 대량생산 해 꾸러미 묶음을 함께 만들면 지금보다 훨씬 일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생산자-소비자 간의 공동체 형성을 통해 소비자는 믿을 수 있는 밥상을 차리고 생산자는 안정된 농사를 지을 수 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을 나누며 사는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사)한국농업경영인양평군연합회 사무실장 최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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