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어제(14일) 오전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 예비타당성조사 통과 당시 종점부인 양서면을 찾아 주민의견을 들었다.

당일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청계2리 이장은 우리 지역으로 고속도로가 지나가는 건 피해달라고 말했고, 이에 김정재 국토위 국민의힘 간사가 "서울-양평고속도로는 지역주민 숙원사업인데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 들어 갑자기 변경됐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일가에 특혜를 주기 위해서다'고 주장하면서 정쟁화됐다"라고 말하자 한 주민이 “매스컴에서 수없이 들었어요. 그만 하세요"라고 고성을 질렀다. 간담회장 분위기가 어색해지자 김선교 국민의힘 여주양평당협위원장이 "우리는 강하IC가 설치되고 고속도로가 재추진되는 게 목표죠? 맞죠?"라고 호응을 유도했고, 김 간사는 ”(당초안을)반대하는 의견도 있다고 하니 17일 국토위 전체회의에 잘 임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사업 백지화 이후 국민의힘이 양평에 바라는 게 무엇인지 이 한 장면으로 명확해졌다. 오는 17일 예정된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주장에 무게를 실어주고 수정안대로 추진되게 명분을 만들어 주는 것, 그게 양평이 맡은 역할이다.

이런 그림은 지난 8일부터 시작됐다. 국민의힘 여주양평당협위원회는 양평군청 소회의실에서 전진선 군수와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 재개와 관련해 긴급 당정협의회를 갖고 ▲‘강하IC를 포함한 서울-양평 고속도로 재개 추진’으로 명칭 합의▲송파구·하남시·광주시 등과 공동대응 ▲당과 군의 역할 분담 및 범대위와의 지속적인 소통 ▲당초(안)과 관련된 양서면 증동리·청계리·국수리 주민들의 반대 주장 협의▲현수막 게첨 ▲서명운동 등을 협의했다.

이후 전진선 군수의 일주일 간의 일정을 살펴보면 당과의 협의는 충실히 실행됐다.

9일 오전,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치 공세로 고속도로 사업이 중단되는 사태를 맞았다며 양평군에 IC가 없는 예타안으로 회귀하는 것에는 결코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참석자는 군청 공무원들, 국민의힘 도의원과 군의원, 국민의힘 당협위원회 등이었지만 언론에는 양평주민들의 의견으로 보도됐다. 국토부부터 찾아갔어야 한다는 주민들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

10일, 양평군청 앞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추진 재개 범군민 대책위원회(범대위)’ 결의대회가 열렸다. 전세버스까지 동원하며 500여 명 참석을 예고했지만, 실제 참여자는 절반 수준이었다. 군청 공무원과 국민의힘 당직자, 범대위 소속 기관·단체장이 대부분이었다. 범대위가 “중앙정부와 정치권은 즉각 정쟁을 중단하고 고속도로 추진을 재개하라”고 요구하자 국민의힘 강성 지지자가 고성을 질렀다. 민주당 잘못이라는 항의였고 집회 이후에는 험한 말까지 오가며 갈등을 노출했다. 범대위의 정치적 중립 선언은 주목받지 못했고, 언론에는 주민들이 백지화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고만 보도됐다.

11일, 고속도로 당초안 종점부에서 양서면 이장협의회 대상 설명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백지화 사태 이후 처음으로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군의원들이 함께 참석했다. 청계리 이장은 “저희 실정을 이해해달라. 어디로 가란 얘기가 아니다. 정치적 입장과 상관없다. (고속도로)진입로, 교차로 다 필요 없다”고 말했지만 언론이 부각한 것은 양서면 주민들이 원치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양서면을 찾아 주민 의견을 듣는 것으로 당정이 원하는 제법 그럴듯한 그림이 그려졌다. 이후 한 의원은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대안 노선을 선호하는 사람이 90% 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장협의회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설명회에서조차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양평군에서 똑바로 해줘야지. 괜히 주민선동 하지 말고 한목소리를 내달라. 편 가르기 하지 말고”, “원희룡 장관이 백지화 선언한 건 잘못이다. 노선은 사업이 재개된 후 군민들이 가장 원하는, 지역에 이익이 되는 쪽으로 정하면 된다”, “이젠 지긋지긋하다” 등의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장명우 범대위 공동위원장은 청운면 설명회에서 “우리가 원하는 건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을 재개해달라는 것이다. 노선을 어디로 해달라는 게 아니다”라고 재차 말했다.

이 기간 더불어민주당 군의원들은 양평군청 앞에서 고속도로 백지화 철회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농성의 옳고 그름을 떠나 전진선 군수는 협치의 손을 내밀지 않고 있으며,  동료 군의원들은 의견을 조율하려는 노력 없이 도로를 막고 있다며 농성하는 의원들을 비난했다. 대화와 타협 없는 정치권의 극한 대립이 정치 혐오를 키우고 있다.

전진선 군수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인 정동균 전 군수를 5827표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약 3000표가 당락을 갈랐다. 당적은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 지지자는 물론 무당층 주민까지 모든 주민의 의견을 아우르는 정치를 해야 한다. 전 군수가 한쪽으로 기울면 주민갈등은 깊어지고, 양평사회는 두 동강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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