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8일 국토교통부가 서울-양평 고속도로(고속국도) 환경영향평가 항목 등을 공고하며 촉발된 강상면 종점부 논란이 윤석열 대통령 처가 특혜 의혹으로 번지자 6월 29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병산리를 종점부로 판단한 근거와 추진 과정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는 한 논란은 계속될 것이며, 종점부를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을 설득하는 문제 또한 여전히 양평군의 과제로 남아있다.

지난 5월 19일 본지가 보도한 <국토부,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강상면 병산리로 공개… 주민의견 수렴은 들러리?> 기사는 지역사회에 큰 반향을 가져왔다. 추가 기사에도 관심이 쏠리며 주민들의 댓글도 이어졌다. 초반에는 양평군청과의 소통 창구가 없으니 신문사 댓글창에라도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모습이었는데, 정치 쟁점화되면서 댓글의 내용도 본질과는 멀어지고 있어 안타깝다.

초반에 달린 댓글들은 양평지역의 관점에서 어디를 종점부로 하는 게 이로운지에 대한 의견이었다. 양서면을 주장하는 주민들은 고속국도의 목적 중 하나가 6번국도 교통정체 해소였던 만큼 당연히 양서면이 종점부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상면을 주장하는 주민들은 양평읍·강상면 인구 증가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강상면이 종점부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이들의 주장은 제대로 된 데이터를 근거로 하고 있지 않다. 서울-양평 고속도로가 오는 2030년경 개통되는 만큼 현재가 아닌 2030년 이후가 판단의 근거여야 하는데 현재 인구수나 교통량을 근거로 나름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2029년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가 완전개통 할 즈음엔 양평군 인구가 17만명으로 인구정점을 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때의 지역 인구분포도나 교통량도 지금과 같을까? 아쉬운 것은 양평군이 이런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양평군은 지난달 28일 생활문화센터에서 2030년 서울-양평 간 고속도로 개통 이후 양평의 미래를 주제로 “23-30 매력 양평 만들기” 정책세미나를 개최했다. ‘고속도로 개통에 따른 양평군 도시공간구조 구상’이라는 주제발표 내용이 궁금해 참석했던 기자는 평이한 내용에 크게 실망했고, 참석했던 주민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군은 지난해 7월 국토부에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안) 협의로 3가지 대안을 보냈다. 지난달 취재를 위해 기자가 도로과에 관련 자료를 요청했지만 기밀문서라며 공개하지 않았다. 세부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못하더라도 판단 근거가 됐던 교통량, 인구수, 도시환경 등의 데이터는 존재할 것이다. 그런 정보들이 주민들과 언론에 공개되지 않는다면 주민들은 군이 제시한 노선안이 합당한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이런 데이터가 정책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했던 교수에게 제공됐는지도 의문이다.

한편 댓글들을 살펴보면 양평에서 서울로 진입하는 것을 기준으로 주장을 펼치는 경우가 많다. 고속도로 개통 이후 수도권이 소비자를 빨아드리는 빨대현상이 가속화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경의중앙선 양평역 개통 이후 읍내 상권이 위축됐던 것을 상기해보면 괜한 걱정은 아닐 듯하다. 얼마 전 2028년까지 대학병원 9곳이 수도권에 분원 11개를 설립해 지역의료 붕괴가 가속화될 것이란 언론보도가 나왔다. 송파 위례신도시에 가천대, 하남시에 경희대, 남양주에 고려대가 분원을 개원하면 양평 의료계는 어떤 변화를 맞이할까? 수도권 집중 현상의 한가운데 고속도로가 개통하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 처가 특혜 의혹은 국회에 맡기면 될 일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토부, 기재부, 환경부, 양평군 등 관련 기관에 자료를 요구해 행정이 적법하게 이뤄졌는지 밝히겠다고 한 만큼 국회에서 밝히고 정치권에서 바로잡으면 될 일이다. 양평군은 양평의 관점에서 고민하고 정책으로 대처해야 한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로 주민 갈등의 골이 깊어지지 않도록 제대로 된 정보를 공개하고, 2030년 이후 양평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며, 주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조율해 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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