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째주(4월 10일~16일) 디지털 성범죄 함께 읽기

 

디지털 성범죄, 발생부터 선고까지

 1) 발생

지난 2월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국토정보공사의 지사 내 직원 탈의실 및 화장실에서 불법촬영 카메라가 발견되었습니다. 공사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였으며, 경찰 수사 결과 내부 직원에 의한 범행으로 밝혀졌습니다. 공사는 인사위원회를 열고 가해자를 중징계할 예정이라 밝혔고정신적 충격을 받은 피해자들에 대한 심리치료 및 성범죄 예방을 위한 교육 등의 대책을 내놓았으나 내부에서는 이같은 대책들이 '사후약방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1월 교수실장으로 근무하던 남성이 성범죄를 저질렀으며 지난해에도 팀장급 남성이 직원을 성희롱 한 것으로 확인되었기 때문입니다.

2017년 또한 공사 내 성희롱 논란이 불거져 고용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에 들어갔으며 이듬해인 2018년 또한 국가인권위원회가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전옥희 진주여성회 대표는 “한 조직에서 성범죄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은 제대로 조치가 안 되고 있다는 말”이라며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엄벌하는 문화가 형성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이 같은 성범죄가 조직 분위기나 문화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간부들이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고 비판했습니다.

공사 측은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관련 교육을 강화할 것이며, 피해자를 위한 심리치료도 이어나갈 방침이다"고 말했습니다.

2) 입건

경남의 한 정부 부처 산하 공공기관 여자탈의실에 초소형 카메라를 설치한 30대 남성 직원이 경찰에 입건되었습니다. 가해자가 카메라를 설치한 지 약 일주일이 지나 해당 기관에 근무하는 직원이 여자탈의실 내 화장실 변기에 검은 물체가 떨어져 있는 것을 수상하게 여겨 신고했고, 추가적으로 탈의실을 살펴본 결과 초소형 카메라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카메라에는 메모리카드가 빠진 상태였으며 가해자는 카메라가 들통나자 자신이 갖고 있던 메모리카드를 쓰레기통에 버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찰이내부직원이 범행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인 결과 가해자가 해외에서 불법촬영 카메라를 구입한 사실을 확인했고, 현재 가해자를 상대로 여죄가 있는지 등을 조사 중입니다.

3) 구형

서울, 인천, 부산 등지 숙박업소 10곳 객실 내부에 불법촬영카메라 14대를 설치하여 투숙객 100여명의 신체를 69차례에 걸쳐 불법촬영한 30세 남성에게 징역 10년이 구형되었습니다. 가해자는 인터넷 공유기로 위장한 카메라를 설치하여 침대 쪽을 촬영하였으며, 본인이 성매매 여성과 성관계하는 장면을 불법촬영하여 이를 보관하기도 했습니다.

가해자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성도착증 진단을 받고 약을 먹다가 졸음과 마비 증상으로 끊었다”, “경찰에 범행을 자백하고 협조한 점 등을 고려해 선처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가해자 또한 "다른 사람의 성관계 모습을 보고 싶어 촬영했다"면서도 유포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고, 최후 진술을 통해 "형을 마치면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검찰은 "피고인의 범행 사안이 중대하고 죄질도 불량하다"며 "같은 범행으로 처벌받고 또 범행해 재범 위험성이 높은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4) 1심

지인의 신체를 불법촬영하고 유포한 37세 래퍼 뱃사공이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었습니다. 앞서 뱃사공은 피해 보상금 취지로 2000만원을 공탁하고, 100장이 넘는 반성문과 지인들의 선처 탄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자수에 이른 경위와 그간의 태도로 봤을 때 진심 어린 사죄와 반성을 한다고 보기 어렵다. 피해자가 여전히 정신과 치료를 받을 정도로 힘든 상황을 호소하고 있다. 끼친 사회적 폐해와 사안의 중대성을 보았을 때 징역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범행 일체를 자백하며 반성하고 2차례 음주운전 외 형사 처벌 전력이 없다고 해도 사건의 중대성과 회복되지 않는 피해자의 고통을 감안하면 그에 상응하는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라고 실형 선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한편 뱃사공과 검찰 양측 모두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입니다.

지난해 7월 대전 유성구의 도로에서 사회적 연령이 6세 수준인 지적 장애인 피해자를 집으로 유인하여 성추행 및 불법촬영하고 이를 지인들에게 유포한 70대 남성이 징역 5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재판부는 가해자의 죄질이 나쁘고 추행 정도가 무거움에도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으로 범행을 부인하는 점, 피해자의 집 주소를 알아내 찾아가고 CCTV 영상을 수집하는 등 2차 가해까지 했다는 점을 들어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5) 항소심

자신의 주점에서 일하던 여성 두 명을 성폭행하고 휴대전화로 불법촬영한 남성 사장이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확정받았습니다. 가해자는 지난해 6월 피해자를 성폭행 및 불법촬영하고, 2021년 또 다른 피해자를 강제추행하고 불법촬영한 혐의를 받았습니다.가해자는 피해자들과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술에 취해 항거불능인 상태를 이용해 성폭행을 했고, 그러한 장면을 촬영까지 했다”면서 “피해자들이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검찰과 가해자가 모두 항소하였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사건 범행의 결과나 피해자에게 미친 영향 등을 종합해 보면 형이 너무 가볍거나 무거워서 부당하지 않다”면서 가해자와 검찰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아파트 주민에게 마약을 탄 음료를 먹인 뒤 성범죄를 자행한 49세 남성이 항소심에서 감형받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지난해 1월,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인 가해자는 향정신성 의약품인 '졸피뎀'을 쌍화탕에 섞어 피해자에게 건넸으며, 이를 마신 피해자가 정신을 잃자 성관계를 시도하고 휴대전화로 불법촬영을 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이에 1심 재판에서는 가해자가 용서받지 못한 점과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 등을 고려하여 1년 8개월의 실형을 선고하였고 가해자측은 형이 무겁다며, 검찰측은 형이 가볍다며 각각 항소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죄질이 불량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피고인이 각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 동종 전과가 없는 점,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응하는 유관기관의 모습

 

1) 불법촬영 카메라

해외직구를 통해 중국산 초소형 카메라와 녹음기 등 총 4,903점을 밀수입한 2개 업체가 관세법 위반 혐의로 적발되었습니다. 적발된 업체는 정식 수입신고가 면제되는 해외직구 제도를 악용하여 지난 2018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시가 1억 3000만원 상당의 물품을 위장하여 밀수입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들이 밀수입한 카메라는 시계, 스마트폰, 보조배터리, 공유기, 면도기 등 일상 생활용품으로 위장되었거나 옷이나 액세서리 등에 장착할 수 있는 제품들로 영상 촬영이 가능한 카메라라고 알아보기 힘들었으며, 촬영 렌즈 크기가 1mm 정도로 매우 작고 무선통신을 통해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등 실시간 영상 재생 및 녹화 등 원격제어가 가능해 사생활 침해 우려가 매우 높은 물품들이었습니다.

부산세관은 현품 255점을 압수한데 이어 소비자 피해 방지를 위해 중앙전파관리소에 이들이 판매한 물품에 대한 파기 및 판매 중지 등을 즉시 요청했습니다.

2) 인천의 불법촬영 통계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인천에서 발생한 불법촬영 건수는 2018년 358건, 2019년 353건, 2020년 305건, 2021년 399건, 2022년 401건으로, 매년 인천에서 300~400건 가량의 불법촬영 범죄가 발생하는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불법촬영이 가장 많이 발생한 장소는 아파트·다세대주택(18.7%)이었고, 지하철역(13.6%)과 숙박업소·목욕탕(5.9%)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카메라를 인터넷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보니 불법촬영이 계속 적발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시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전파탐지기와 렌즈탐지기 등 전문 장비를 활용해 불법 카메라 적발에 힘쓰고 있다”고밝혔습니다.

 

기타 디지털 성범죄 관련 이슈들

 

1) 해외 네티즌

한 해외 네티즌이 '한국 에어비앤비 숙소에 머무를 때 당신은 이렇게 한다'는 자막과 함께 한국 숙소 이곳저곳을 종이테이프로 막고, 적외선으로 불법촬영 카메라를 찾아낼 수 있는 기기를 소개하는 영상을 업로드했습니다. 이 영상은 14일 기준 158만회 이상의 조회수와 2,000회에 가까운 리트윗 수를 기록하며 한국 내 불법촬영과 디지털성범죄의 심각성을 해외까지 전파하였습니다.

국내 네티즌들은 "나라 망신이다", "불법촬영 선진국으로 박제된 것 같아서 부끄럽다",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숙소나 화장실에서 불법촬영범죄가 일어나니 누가 한국을 찾고 싶어하겠나"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나라가 불법촬영 범죄가 만연한 나라라는 오명을 쓴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닙니다. 2021년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내 인생은 당신의 포르노가 아니다: 한국의 디지털 성범죄’라는 보고서를 내고 디지털 성범죄로 한국 여성들의 삶이 파괴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으며, 외신에는 '몰카'를 발음 그대로 쓴 'molka'라는 표현이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한편 경찰청에서는 2017년부터 2022년 10월까지 약 6년간 경찰청에 신고된 불법촬영 건수는 3만 9,957건으로 하루 평균 18건 정도의 범죄가 일어난다고 조사하였습니다. 범행은 공중화장실, 숙박시설, 학교, 탈의실, 기숙사 집 등 익숙한 장소에서 벌어졌으며 4건 중 1건은 관계인 소행인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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