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준 세미원 신임 대표이사 인터뷰

봄을 맞아 남쪽으로 꽃나들이를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양평의 봄은 아직이지만 대표적인 관광지인 세미원도 새로운 모습으로 방문객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지난 23일 세미원에서 송명준 신임 대표이사를 만나 국가정원지정을 위한 준비와 세미원 리뉴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송 대표이사는 세미원은 교육·연구·공공전시를 위해 식물을 수집·유지하는 기관이며, 정원 리뉴얼의 중심은 ‘자연과 생태 그리고 인간이 함께하는 공공정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상수원보호구역내에 위치한 세미원은 이미 ‘국가정원’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국가정원 지정을 위해서는 두물머리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 인터뷰는 서면인터뷰를 기본으로 대면으로 추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송명준 세미원 신임 대표이사
송명준 세미원 신임 대표이사

 

Q. 세미원 대표이사 취임을 늦게나마 축하드립니다. 세미원 조성에 직접 참여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어떤 과정이었는지 말씀해주세요.

A. 30대 초반인 1999년에 사단법인 우리문화가꾸기회 창립 활동에 참여했습니다. 자연과 환경을 주제로 한 여러 사업을 하던 중 2002~2003년 ‘더 맑은 더 아름다운 더 풍요로운 한강을 위한 열린마당’을 하면서 세미원 조성을 위한 준비를 하게 되었습니다. 2003년 추운 겨울, 정말로 이곳이 이렇게 추운 곳인지 몰랐습니다. 2012년까지 세미원 조성과 동시에 운영하기까지 세미원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으니, 삼십대와 사십대 중반의 삶의 흔적은 세미원이었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주말도 없이 일만 하는 세미원을 탈출하고 다시는 관여하고 싶지 않았던 이후 십년 간의 시절에도 후배들의 요청과 배려로 저희 손길은 조금씩 갔습니다.

Q. 10여 년만에 돌아와 세미원이 경기도지방정원에서 국가정원으로 발돋음하려 하는 중요한 시기에 중책을 맡게 되셨습니다.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아요.

A. 2023년 1월 2일부터 세미원 대표이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작년까지는 제 자신을 소개할 때 ‘물의 요정 Nymph(님프)의 송명준’이라고 했는데 올해부터는 ‘세미원 대표이사 송명준’이라고 하는 것이 어색합니다. 농부이자 글도 쓰는 가드너이자, 전국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많은 일들을 하는 자유로운 영혼으로 생각했는데 올해부터는 세미원이라는 틀안에 갇혀있어 고유업무만 해야하니 조금은 불편합니다.

주변 지인들의 조언속에서 대표이사가 되는 매 과정을 선택하고 결정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 다시 생각해 봅니다. 작년 12월 14일 면접 날의 갑작스런 “왜 지금 이 자리에 왔습니까?”라는 질문에 좀 주저하면서 “모르겠습니다. 미련인 것 같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20년전 세미원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10년간의 조성기간에 대한 반성과 평가, 그리고 준비하고 시작할 때의 초심이 저를 세미원이라는 물속으로 밀어 넣은 것 같습니다. 이제는 선장이 되어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험난한 항해를 하고 있지만 제가 해야할, 세미원의 정원 기능과 과제를 제자리에 갖다놓고, 국가정원으로 가는 길에 조그마한 역할을 하면 저는 농부와 수생식물과 글쓰기를 좋아하는 정원사의 자리로 다시 돌아가고 싶습니다.

 

Q. ‘수생식물을 이용한 대표적인 자연정화공원’, ‘연꽃 군락지’ 세미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입니다. 팔당상수원보호구역의 토양과 수질오염원 제거를 위한 연꽃 식재와 지역주민들의 희생과 노력 등 세미원에는 풍부한 스토리텔링이 있습니다. 순천만국가정원, 태화강국가정원과도 상통하는 점이라고 생각됩니다. 정원으로써의 세미원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요?

A. 세미원은 일반적인 의미의 정원은 아닙니다. 한자로 볼때, 정원은 몇 가지가 있는데 세미원의 ‘원’은 울타리가 있는 밭인 ‘동산(園)’이 아니라 울타리를 쳐놓고 짐승을 기르는 임야라는 ‘나라동산(苑)’입니다. 식물원은 식물의 수집과 증식, 연구와 보전 그리고 전시와 교육의 기능을 한다는 의미인데, 세미원은 일반적인 의미의 식물원은 아닙니다. 하지만 수생식물이라는 단일 식물로 볼 때 국립수목원 이상의 목적의식적인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세미원을 수변생태와 수생식물을 주제로 한 공공정원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공공정원이란 무엇일까요? 도널드 A. 락코우(미국 코넬대학교 원예학과) 교수는 <공공정원이란 무엇인가?>에서 공공정원의 개념을 식물원(Botanical Garden), 수목원(Arboretum), 전시정원(Gardens), 역사적인 경관들, 동물원, 영리목적의 관광지(월트디즈니월드, 벨라지오 호텔) 등 여섯 가지로 구분합니다. 공공정원을 ‘교육, 연구, 보존 및 공공 전시를 위해 식물을 수집, 유지하는 사명을 가지고 있는 기관’으로 정의하면서 그 경계의 교집합에서 정원이라는 단어를 끄집어내었으니 일단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인터뷰를 진행한 세미갤러리. LED액자로 리뉴얼해 사진 출력만으로 다양한 전시를 할 수 있다. 시스템을 만들어주고 직원들이 알아서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송명준 대표의 스타일이다. 공공기관인 만큼 전시시간이 아닌 이른 아침이나 오후에는 단체에 무료 공간대여도 할 생각이다.
인터뷰를 진행한 세미갤러리. LED액자로 리뉴얼해 사진 출력만으로 다양한 전시를 할 수 있다. 시스템을 만들어주고 직원들이 알아서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송명준 대표의 스타일이다. 공공기관인 만큼 전시시간이 아닌 이른 아침이나 오후에는 단체에 무료 공간대여도 할 생각이다.

 

Q. 기본적으로 공공정원이라는 말씀이군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찾는 대표적인 관광지로 자리잡다보니 연꽃과 수련 만으로는 한정적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세미원 정원 리뉴얼 계획을 갖고 계신데요, 종합적으로 어떤 그림을 그리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A. 세미원을 찾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6월부터 10월까지 방문하는 분들입니다. 일년 방문객의 80%가 이 시기에 방문하며, 수치상으로는 적게는 16만명, 많게는 32만명이 방문합니다. 연꽃축제(개화기 7월~8월)와 수련축제(개화기 6월~10월)라는 소재 때문일 것입니다. 올해부터는 붓꽃축제(개화기 5월~6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붓꽃과 식물을 도입하려고 합니다. 올해는 습지형 붓꽃들을 가지고, 내년에는 독일붓꽃 계통과 자생붓꽃류를 가지고 좀더 소재를 넓히려고 합니다. 이렇듯 세미원하면 수생식물이라는 이미지를 더욱 부각시키고, 좀더 전문적으로 수생식물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규모있는 축제와 다양한 연구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려고 합니다.

2023년 세미원 정원 리뉴얼 계획
2023년 세미원 정원 리뉴얼 계획

세미원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수생식물을 가지고 산림생명자원기관과 서식지외보존기관 등록을 해 보려고 합니다. 이속에서 세미원 정원 리뉴얼 계획을 마련하고, 그 중심은 ‘자연과 생태 그리고 인간이 함께하는 공공정원’을 만드는 일입니다.

화려한 볼거리를 원하시는 분은 에버랜드로 가시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세미원을 100만명이 한번 오는 공공정원이 아니라 10만명이 10번 오는 곳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관건은 정원조성만이 아니라 정원을 통한 ‘교육, 연구, 보존 및 공공 전시를 위해 식물을 수집, 유지하는 사명을 가지고 있는 기관’으로 되어야 합니다.

Q. 정원을 구성하는 요소에는 식물뿐 아니라 상징적인 건축물, 편의시설 등 다양한 요소가 있습니다. 추사 김정희의 그림 세한도를 재현한 세한정, 정조대왕이 화성 행차 시 설치했던 배다리 등은 조성과정에서 탈도 많았지만 궁긍적으로는 역사 재현으로 흐르면서 세미원의 콘셉트와 화합하고 이미지 효과를 극대화했는가 하는 의문도 듭니다. 세미원의 환경친화적인 콘셉트와 어떻게 매칭해 통일감을 줄지 장기적으로 어려운 숙제일 거 같습니다.

A. 아주 좋은 질문이면서도 답변하기가 어렵습니다. 배다리의 경우 솔직히 환경친화적이라는 답은 지금으로써는 드릴 수 없습니다. 배다리와 세한정으로 이어지는 건축물 이외의 조성적인 측면에서는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부분이 많습니다. 주변 자연풍광을 상당히 막은 부분이 있기에 올해 6월~7월 완공 예정인 세미원 배다리 보수공사 기간에 리뉴얼 작업을 해보려고 합니다.

세미원은 상수원보호구역안에 위치해 있습니다. 수려한 주변경관과 환경생태를 기반으로 ‘한강을 더 맑게, 더 풍요롭게’ 탄생된 물과 꽃의 정원입니다. 경기도 제1호 지방정원 세미원은 수생식물을 통한 자연수질정화, 다양한 주제정원의 식물 보유 및 전시, 그리고 교육활동연계 사업을 통해 지역사회 및 국가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의 생태자연환경과 더불어 수도권 최초 국가정원지정 사업의 한 주체인 세미원이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생태기반 공공정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Q. 세미원 발전방향에 대한 용역이 여러 차례 있었지만 현재까지 추진된 사항은 미비합니다. 책꽂이용역에 그쳤죠. 민선8기에서도 용역을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도출된 과제 중에는 지자체나 경기도, 정부 차원에서 해결할 문제도 있을 것이고, 세미원 자체의 과제로 주어진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로드맵과 시급하게 추진해야할 과제는 무엇입니까?

A. 결론적으로 상수원보호구역안에 위치한 세미원은 이미 국가정원의 역할을 해왔다고 봅니다. 국가정원은 양의 문제가 아니라 질의 문제입니다. 숫자로 계산하는 정치의 영역이 아니라 공공정원 구성원의 꿈과 삶의 영역입니다.

2023년 현재 여러 지자체에서 국가정원으로의 등록을 위해 노력 중에 있습니다. 순천만국가정원과 태화강국가정원에 이어 국가정원으로의 지정은 진행 상황에서 볼 수 있듯이 일순위는 세미원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지방정원 지정 후 3년이 지나면 지방정원의 품질 및 운영·관리에 관한 평가를 신청할 수 있고 평가점수 70점을 넘어야 합니다. 현재 계획을 세워서 평가표에 좋은 점수를 얻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보다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는 면적문제입니다. 정원법 시행령에 의하면 국가정원은 ‘정원의 총면적은 30만제곱미터 이상일 것, 역사적 향토적 지리적 특성을 고려하여 국가적 차원에서 특별히 관리할 필요가 있는 경우 등 산림청장이 고시하는 경우에는 정원의 총면적을 30만제곱미터 미만으로 할 수 있다’고 돼있습니다. 따라서 세미원 지방등록시의 면적이 127,085m2이기에 추가로 면적을 편입시켜 지정요건을 충족시켜야 합니다.

국가정원을 위해서는 두물머리로 나아가야 합니다. 두물머리에 정원을 새롭게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두물머리 그대로의 자연풍광속에서 ‘교육, 연구, 보존 및 공공 전시를 위해 식물을 수집, 유지하는 사명을 가지고 있는 기관’으로 비젼을 제시할 때 두물머리의 하천부지를 확보하는 방안이 가능할 듯 합니다.

Q. 양평군 출연기관인 만큼 지자체장, 군의회의 지원이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됩니다. 지난 군의회 정례회에 출석해 예산지원 시기와 관련해 호소한 부분에 대해 군의원들의 현장 반응이 좋았었 걸로 기억되는데요, 진전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또 시스템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 더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A. 앞서 말씀드렸듯이 세미원을 찾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6월부터 10월까지 방문합니다. 따라서 세미원의 수입은 하반기부터 들어옵니다. 일년 단위로 생각해 볼때 세미원에 손님을 받을 준비(시설과 정원 정비의 대부분)는 2월부터 4월까지 마무리져야 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는 외부로부터의 해결이 아닌 세미원에서 풀어가야 할 문제입니다. 군의회에서 제가 이야기한 것은, 이러한 세미원의 운영시스템을 이해해야 세미원에 대한 문제들을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다음 주면 일년기 1분기가 지납니다. 올해와 작년의 1분기를 비교 분석하는 작업을 하면서 좀더 효율적인 운영이 무엇인가를 찾아내려고 합니다. 세미원의 비젼과 인력 그리고 예산이라는 부분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기에 내년 초에는 무언가 답이 나오겠지요.

Q. 경기도지방정원 세미원이 경기도민, 양평주민과 만나는 접점이 다양한 교육과 체험프로그램이라고 생각됩니다. 새롭게 계획하고 계신 방향이 있을까요?

A. 정원부분에서는 ‘뜨거운 가드너’라고 경기도 지방정원 1호 세미원의 정원 활동에 참여하는 가드너들의 후원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시민정원사 교육을 받으신 분, 정원활동을 좋아하는 분 등 나이와 자격에 상관없이 경기도민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분들에게는 세미원 무료입장, 주제정원 조성 과정 참여시 소정의 인건비 지급, 세미원 나무 유치원(세미원에서 폐기되는 나무로 조성 중인 실습장) 실습장으로 이용, 다양한 프로젝트 참여 기회 제공, 세미원 내 정원관리 과정에서 나오는 식물체 분양 등의 혜택을 드리고 있습니다. 3월 10일에 운영하기 시작해 현재 34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하반기에도 모집을 계획 중입니다.

강의실에서 정원강의를 한다는 게 너무 안타깝다는 송명준 대표. ‘뜨거운 가드너’들과 현장에서 작업하면서 시범교육을 진행한다. 세미원에서 폐기되는 나무들로 나무유치원을 만들어 실습장으로 개방해 자원순환도 할 계획이다. 
강의실에서 정원강의를 한다는 게 너무 안타깝다는 송명준 대표. ‘뜨거운 가드너’들과 현장에서 작업하면서 시범교육을 진행한다. 세미원에서 폐기되는 나무들로 나무유치원을 만들어 실습장으로 개방해 자원순환도 할 계획이다. 

 

환경부분에서는 환경교육을 위한 사업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상반기에 생태와 전통예절, 정원인문학 등 전임 대표분들이 하셨던 좋은 프로그램들을 찾아내는 작업을 하기 위해 교육인력도 충원했습니다. 기존에 했던 환경이나 물, 생태 등의 프로그램이 1순위입니다. 다양한 직군이 들어와야 하고 정원은 일부분입니다. 정원 자체가 방점을 찍지만 실제로는 공공성입니다.

개인적으로는(대표자격으로) 페이스북에 수필형식의 ‘세미원의 아침편지’를 쓰고, 인스타그램에는 사진 중심의 ‘오후가 있는 세미원’을, 유튜브에는 영상 중심의 ‘주말은 세미원에서’를 통해 세미원을 홍보하려고 합니다. 또한 다양한 연령대에 맞게 ‘세미원에서의 하루’라는 교육 교재와 정원문화를 선도하는 다양한 도서발간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Q. 주말도 없이 일만 하는 세미원을 탈출하셨다고 했는데 다시 일만 하시네요^^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세요.

A. 저는 세미원에서 아름답고 멋진 정원을 만드는 일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이것은 기본구상과 설계, 그리고 시공하는 다양한 전문가들과 함께 하면 됩니다. 저의 관심 영역은 공공정원을 만드는 과정에서 주요 테마를 정하고, 다양한 정원을 만들면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교육과 전시 그리고 체험활동을 통해 보다 아름답고 조화로운 함께 사는 공동체를 만드는 일입니다. 세미원의 강점을 더 부각시키고 공공정원이 해야할 고유업무에 대해 힘을 쏟고 세미원에서 할 필요가 없는 계절별 시기별 식물 도입은 자제할 겁니다.

또 다양한 기관과 MOU를 체결해 세미원의 식물원·수목원의 기능인 종수집을 하고, 수생정원과 식물을 보급할 전국의 기관들을 선정해 대대적인 보급사업을 할 계획입니다. 그리하여 세미원의 운영이 모든 공공정원이 가야할 모델이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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