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지연·김은성 프로젝트 매니저(PM)

 

지난 9월 시작한 2022 매개자 협력 학교 문화예술교육 지원 시범사업 ‘예술로 링크’ 프로젝트가 막바지에 다다랐다. 군내 총 9개 초·중·고등학교가 10개 프로젝트 수업에 참여하면서 양평 문화예술교육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학교와 문화예술강사를 연결하고 원활한 소통을 이끌어내는 프로젝트 매니저(PM)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지난 6일 김지연·김은성 프로젝트 매니저(PM)를 만나 이번 프로젝트의 성과와 향후 과제에 대해 들었다.

 

Q. 본인소개

김은성 PM
김은성 PM

김은성: 남양주시 조안면에서 4년정도 예술꽃씨앗학교 코디네이터로 활동했다. 초등학교 기초학력 강사로 활동하다가 김지연 선생님의 제안을 받고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PM을 시작하게 됐다. 단월과 청운지역 동부권 학교를 맡아 반학기 동안 PM으로 활동했다.

김지연: 양평 세월초 예술꽃씨앗학교 코디네이터를 할 때 은성샘을 만났다. 예술꽃 컨설팅을 했었고 세월초 코디를 하게 됐다. 지난 2018년 학교에 (문화예술)매개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PM 연구를 시작하면서 공모에 참여하게 됐다.

 

Q. 학교 문화예술교육에서 PM은 생소한 개념이다. PM의 역할은?

김지연: PM은 프로젝트 매니저로, 기획(디렉팅), 작업가(예술강사) 연결, 교사와 협업, 프로그램 점검, 행정적 자료화, 예산 집행 등을 기본적으로 수행하며 이번 프로젝트에선 지역의 네트워크 구축을 더 고민했다.

현재 학교 문화예술교육은 학생들의 표현력 향상을 위해 교과에 담지 못한 영역을 경험하는 수준에 머물러있다. 예술에 내재된 다양한 맥락을 보지 못하고 있는데 PM은 이러한 예술적 맥락과 교육과정에서 의미와 내용을 잘 연결하고 디자인하는 작업을 한다.  

김은성: 모니터링을 하시던 청운중학교 선생님이 PM을 통역사라고 표현하신 적이 있다. 예술가의 언어와 교사의 언어가 서로 다른데 PM을 통해 원활한 소통이 이뤄진다는 뜻이다. 그 말을 듣고 저는 예술강사의 입장과 교과과정을 풀어나가는 교사의 입장을 잘 조율하는 사람이 PM이라고 생각한다. 

 

Q. 이번 ‘예술로 링크’ 프로젝트의 특징은?

김지연: 이번 프로젝트는 수요자 즉 학교 맞춤형으로 진행됐다.

기존에 학교에서 진행됐던 문화예술수업은 기본적인 프로세스를 바탕으로 학교에 제안을 하고, 학교 사정에 따라 조금씩 변형하는 경우였다. 그런데 이번 프로젝트에선 최대한 수요자 맞춤형으로 진행됐다. 교사가 원하는 수업안을 나열하면 저희는 협업이 가능한 수위에서 작업을 찾고 제안하는 식이다.

더불어 최대한 지역의 예술가를 연결하는 데 집중했다. 이번 양평 프로젝트를 통해 일선 학교에선 기존 방식의 예술교육을 스스로 점검하는 기회가 되고, 학교별로 알맞게 정책화시켜 나가는 측면에서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Q. PM마다 개인적 특징이 있을 거 같은데

김지연 PM
김지연 PM

김지연: PM마다 다양한 성향이 있다. 저는 기획자여서 디렉팅에 강하고, 연극연출을 전공한 사람이 PM을 하면 강사들과 협업해 동떨어진 수업들을 하나로 엮어주는 역할을 잘 수행하는 특징을 보인다. 

김은성: 저는 아이들과의 세심한 관계를 맺으려고 노력하는 관계형이다. 아이들 이름을 불러주면 자존감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이름을 출력지에 적어서 붙여주는데, 처음에는 쑥스러워하지만 떼어내지 않는다. 이름을 불러주면서 존중받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저는 수업을 진행하면서 아이들에게 많이 관심을 가지는데 아이들이 수업에 참여하는 모습을 잘 관찰한 뒤 수업이 끝나면 교과 선생님과 이야기를 한다. 그동안 보지 못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실 수 있게끔 도움을 드리는 역할을 하려고 노력한다.

김지연: PM마다 각자 장점이 다른데, 김은성 PM의 섬세함은 한번 하기는 쉬워도 지속하기 힘들지만 확실히 교사나 강사에게 높은 지지를 받는다. 평상시 교사는 타인에게 본인 수업을 제대로 평가 받기도 어렵고, 매해 목표대로 수업을 이끌어가면서 아이들을 바라보기도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수업을 같이 봐온 사람과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대화의 물꼬가 열린다는 측면에서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Q. PM 활동이 활성화되고 안착되려면?

김지연: 우선 학교가 경험해 봐야 안다. PM이 어떤 역할을 하는 지를 경험하고, 학교문화로 만들어질 수 있어야 정착된다.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해보니 작은 학교가 좀 더 수월했다.  프로젝트 평가에서도 작은 학교 교사들이 좀 더 논의가 필요하고 협의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셨다. 교사가 적극적인 거다. 다른 교사의 수업을 통해 변화를 목격했고 영향을 받은 교사들이 학교 문화로까지 만들어 낼 수 있다.

일례로 한 중학교에서 축제 진행을 제안받은 적이 있는데 교내 축제 아이디어를 발굴할 학생기획단부터 만들어야 하고 취합된 의견에 따라 교과 교사들도 동참해야 진행을 맡을 수 있다고 말했다가 거절당했다. 학교측이 협업의 판을 만들고 실험하는 것이 아니라 공연이나 레크레이션 행사를 대행해줄 대행업자로서 PM을 바라본 경우이다. 이런 경우에는 저희도 거절한다.

양평초등학교와 청운중학교에서 진행된 예술로 링크 프로젝트 모습
양평초등학교와 청운중학교에서 진행된 예술로 링크 프로젝트 모습

 

Q. PM활동을 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김지연:  자기 고민이 시작되고 2차 성장이 시작되는 중등 연령기는 문화예술교육의 꽃이라 볼 수 있다. 아이들이 본인이 속한 집단에 스며들면서 사고가 확장되는 시기이기 때문인데 문화예술교육이 이를 더 유연하게 만들고 북돋아 줘야하는 정말 중요한 시기이지만 교과별로 교사가 다른 중학교에선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 

김은성: 작은 학교는 무학년제로 운영되는 경우도 있는데, 학생수가 적다보니 시간표를 변경하거나 협조를 구하는 데 유연하다. 문화예술수업은 하나로 묶어서 진행되는 통합 수업들이 많은 편이다. 일례로 청운중에서 진행한 ‘성 공감 연극’ 수업의 경우 기존에 보건교사가 책으로만 성교육을 진행해오다 프로젝트를 통해 연극이 접목됐고 당초 2학년만 진행하려다가 1~2학년 2차시로 진행하면서 두 교과 교사의 협조를 얻어 진행했다. 효율적인 수업을 위해 통합된 경우인데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으면 힘들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실제로 자유학기제를 운영하는 중학교에서 진로교육이나 문화예술교육이라 해놓고 뮤지컬 공연을 관람하거나 전시장 다녀오기, 배드민턴 치기 등 실상 방과후 수업처럼 끝나 버리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

 

Q. 향후 과제는?

지난 8월 사업 설명회에서 양평 학교·교사 대상으로 설명하는 김지연 PM(프락시스 공동대표)
지난 8월 사업 설명회에서 양평 학교·교사 대상으로 설명하는 김지연 PM(프락시스 공동대표)

김은성: 저나 다른 PM들은 새로운 강사를 찾는데 집중했다면 김지연 PM은 아이들과 만났던 경험이 있고 교사와의 소통에서 유연함을 갖춘 분들을 섭외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프로젝트를 끝내고 보니 그 말이 맞았다. 잘 알지 못하는 강사를 학교에 소개했을 때 학교에서 아이들이나 교사와의 협업이나 소통 측면에서 부족하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이 점은 저희가 자료집을 준비하면서도 큰 고민으로 작용한다. 앞으로 학교에선 저희가 작성한 자료집을 보실텐데 현재 예술강사 인력부분을 작성하면서 강사를 선정하는 것부터 소개하는 방식까지 고민이 많다.

김지연: 현재 교육청이나 문화재단에도 문화예술강사 인력풀 리스트는 있지만 활용하지 못하는 이유가 현장에 바로 연결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강사들은 연수만 시켜놓고 고용은 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제기하는데 다들 어려워 하고 있다.

일례로 한 학생이 교장에게 예술강사의 권위적인 태도를 지적하는 투서를 보내면서 학교와의 관계에서 난감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해당 강사의 경력은 최고였지만 학생과의 소통에선 부족했던 케이스이다. 반면에 강사 경력이나 경험은 부족해도 협업으로 시너지를 내는 케이스도 있는데 이번 지평중학교에서 진행한 시민가드너팀이 해당한다. 한 분은 조경에 대한 이해가 높고, 한 분은 텃밭 경험이 많고, 한 분은 자료화를 잘해 서로 윈윈한 케이스이다.

양평은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한다. 작은학교가 많다보니 교사들이 다방면에서 실험하고 연구하면서 이끌고 있다. 하지만 신입교사 비율이 낮고 정년을 맞이하는 교사 비율이 높은 점이 안타깝다. 풍성한 문화예술교육이 실현되기 위해선 3~40대 교사들 안에서 문화예술교육과 아이들을 연계할 수 있는 다양한 고민들이 나와야 한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김지연: 올해는 시범사업이라 이러저런 실험을 해봤다면 내년에는 학교들을 어떻게 조정하고 조율할지, PM이 존중받으며 역할을 이어갈 지를 더 고민하게 될 것 같다. 말그대로 PM이 조율자이다 보니 시소같은 역할을 수행하기가 제일 어렵다. 협업하는 과정에서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저에게도 이번 프로젝트는 새로운 실험이었다. 협업했던 PM들과 문제점을 발견하고 어려운 지점을 논의했던 시간들이 의미있었다.

김은성: 이전과 달리 학교밖에서 PM 역할을 진행했는데, 학교나 교사에 대한 정보도 없이 진행하다보니 뭔가 새롭게 진행하는 기분이 들었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좋았던 점은 PM회의를 통해 다른 학교 수업이나 사례를 들을 수 있었는데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냈다. 

또 저희가 ‘예술로 링크’를 통해 학교에 들어갔지만 수업이 끝난 뒤에는 어른들이 아이들을 통해서 ‘예술로 링크’된 느낌을 받았다. PM의 역할이 수업이 종료되면 끝나는 게 아니라 다음 단계도 있다고 느꼈다. 수업 이후 교사와 예술가의 지속되는 관계를 보며 관계의 연속성에 대해 느낀 바가 크다.

저작권자 © 양평시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