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헷갈리게 하는 군의원 ‘가번’·‘나번’
국힘, 당선위해 ‘나번’ 후보 집중 지원 유세
정의당, ‘당에서 한 명씩만 입후보’… 선거법 개정돼야

7월 1일이면 지난 6.1지방선거에서 선출된 군수와 군의회의원, 도의회의원이 4년 임기를 시작한다. 새로이 선출된 제9대 양평군의회 의원은 국민의힘 군의원이 4명, 더불어민주당 군의원이 2명이다. 그런데 군의원 가·나 선거구에서 나온 무효투표가 모두 유효투표가 됐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 사표 방지와 다양성 있는 지방의회 구성을 위해 정당 지역위원회의 선거운동방식에서부터 선거법 개정까지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6.1지방선거 투표 결과를 자세히 살펴보면 유독 눈이 가는 수치가 보이는데, 바로 무효투표수이다.

무효표는 규정을 어겨 유효 투표수에 계산되지 않는 표다. 투표 용지가 지정 용지가 아니거나 두 후보자 란에 걸쳐서 혹은 다수의 후보자 란에 기표를 하거나, 어느 란에도 기표를 하지 않는 등에 해당할 경우 무효표로 처리된다.

이번 제8회 양평군의회의원 투표결과를 보면 가선거구 무효투표수는 2426표, 나선거구는 2578표이다. 역대 선거 결과와 비교해 봤다.

 

지난 제7회 지방선거 군의회의원 무효투표수는 가선거구 1447표, 나선거구 935표였다. 제6회 지방선거 군의회의원 무효투표수는 가선거구 832표, 나선거구 871표가 나왔다. 4년마다 치러지는 기초의원선거에서 무효투표수가 늘어나는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경기도의회의원선거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번 6.1지방선거 경기도의회의원 제1선거구 무효투표수는 1089표, 제2선거구는 1204표이며, 지난 제7회와 제6회 지방선거에선 제1선거구에서 696표와 648표, 제2선거구선 800표와 701표의 무효투표가 나왔다. 사표 방지를 위해서 투표방법 개선이 필요하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같은 날, 같은 투표장에서 기표를 하는 지방선거인데도 군의원선거와 도의원선거의 무효투표수가 많게는 2배 이상 벌어진 점이다. 가선거구(제1선거구) 무효투표수는 도의원은 1089표인 반면 군의원은 2426표이다. 나선거구(제2선거구)도 마찬가지다. 도의원은 무효투표수가 1204표인 반면 군의원은 2578표이다.

군의원은 한 정당에서 2명씩 후보를 내 ‘가번’‘나번’으로 나뉘는 반면 도의원은 1명씩 후보를 낸다. 도의원은 지지정당의 한 후보에게 투표하면 된다는 점에서 결정이 상대적으로 수월하지만 군의원은 지지정당이 있더라도 ‘가’, ‘나’후보에 대한 변별력이 없으면 투표가 쉽지 않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더욱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가 뭔지 여러 선거 관계자들에게 물었다.

군의원 후보자 A씨는 투표방법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당에서 선거구별로 2명의 후보자를 내는데, 이때 당기여도나 당선확률 등을 따진 점수에 따라 아니면 경선결과에 따라 후보자는 정당번호와 함께 ‘가번’과 ‘나번’을 받게 된다. 그런데 후보자가 부여받은 ‘가번’과 ‘나번’을 유권자들이 많이 헷갈려한다”며 “한 당에서 왜 2명의 후보를 내는지 이해를 못하는 경우도 많고, 해당 후보자에게 투표했다고 말은 하지만 실상 투표장에서는 잘 모르고 찍는 경우가 대다수라 유권자를 이해시키기 어려운 투표방식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양평군선거관리위원회에 물었지만 현재 무효표는 봉인된 상태이며, 도에서 관련 문서를 내리지 않는 이상 확인할 길은 없다는 답변과 함께 대체로 무효표는 무기표인 경우가 많고, 실제로 ‘가번’과 ‘나번’ 투표방법을 묻는 문의전화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이 선관위 관계자는 “무효투표수는 해당하는 란에 기표를 제대로 안하는 경우인데 대체로 지방선거는 투표지가 7장으로 많다보니 기표 자체를 안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도의원은 달랑 두 란인데, 군의원은 ‘가’와 ‘나’로 구분되다보니 그런 경우 한 번 찍어야 하는지, 두 번 찍어야 하는지를 묻는 문의전화가 많이 오긴 했었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 B씨는 정당 지역위원회의 분산투표 유도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선거운동 막바지에 ‘나번’을 받은 후보자만 집중 유세한 이유가 있었다. 듣기로는 국힘에서는 ‘가번’, ‘나번’ 후보자를 다 당선시키기 위해 당원들에게 표가 부족한 특정 후보를 찍으라며 분산투표를 유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민주당 지역위원회에서는 군의원 후보자 두 명의 지방의회 입성을 위해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도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에 정의당 관계자는 거대 양당의 독식을 막고 소수정당이 지방의회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한 정당에서 한 명의 군의원 후보만 내야한다며 선거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의당 관계자는 “양평은 3인 선거구제인데 최소한 한 정당에서 한 명의 후보만 내야 하는 게 맞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현재의 선거법은 문제가 있다. 정당에서는 한 명씩 내고 그 이외에는 무소속 출마 등으로 다양성을 보장해야 한다”며 “아무리 3~4인 선거구제라고 해도 거대 정당이 장악하고 있어 소수정당의 지방의회 진입이 힘들다. 이는 정의당을 선택한 유권자의 목소리가 아예 반영되지 못하고 다양성을 가로막는 제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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