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철 편집국장

지난달 14일 서종면의 한 마을에서 일어난 코로나 집단 발병에 이어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발 감염자 발생 등으로 양평이 발칵 뒤집혔다.

이 시기 서울·수도권을 포함해 전국 곳곳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전 국민을 긴장시켰다. 다행히 정부의 강도 높은 2.5단계 사회적 거리두기로 최근 확진자 발생 추이가 누그러지고 있다.

신천지 사태로 코로나19가 유행하며 마스크 대란을 겪을 당시 양평군 기관·단체와 주민들은 높은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손수 면마스크를 만드는 한편, 힘든 이웃에게 아낌없는 나눔의 손길을 내밀었다.

코로나 확진자가 줄면서 기부행렬도 점차 줄었지만 최근 다시 기부행렬이 이어지고 있어 그나마 아픈 속이 달래지는 듯하다.

이 어려운 시기에 농촌사회인 양평은 ‘상부상조’라는 아름다운 미풍양속을 통해 서로를 위하고 보듬어주고 달래주며 이웃의 정을 다시금 느끼고 있다.

이 미풍양속이 가능한 것은 마을 단위의 씨족사회와 학연을 통한 끈끈한 인간관계가 저변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느닷없이 이 끈끈한 인간관계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났다. 그 결과에 따라 코로나 충격에 맞먹을 만한 사건이 터진 것이다. 바로 김선교 의원과 당시 선거캠프 관련자 57명이 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사건이다.

이 사건의 자세한 정황은 다음 달 검찰이 기소를 하는 시점에 드러나겠지만, 경찰조사를 받은 사람들을 통해 전해지고 있는 사건의 전말을 보면 1980년대 돈 선거가 횡횡하던 시절이 떠오른다.

지역 토속세력들은 이권을 챙길 목적으로 후보자에게 거액의 정치자금을 후원하고, 후보자는 이 돈으로 표를 샀던 바로 그 시절 말이다. 아마 젊은 세대에게 마을사람들을 회관에 불러 밥과 술을 먹이고, 집으로 가는 길에 슬쩍 돈 봉투를 찔러줬던 그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면 쉽게 믿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경찰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와 유사한 일이 바로 얼마 전 양평에서 일어난 것이다. 30~40년 전 과거처럼.

이게 사실이라면 그 원인은 농촌사회의 ‘끈끈한 인간관계’가 나쁜 방향으로 흘렀기 때문인 것 같다. 다들 알다시피 김선교 의원은 양평에서 나고 자랐으며, 평생을 군청 공무원으로 살았다. 그가 가진 혈연·지연·학연은 도시 사람이라면 이해하기 힘든 수준의 관계다. 김 의원뿐만 아니라 양평 출신 정치인이면 누구라도 이런 관계가 형성돼 있다.

당연히 정치인들은 이 관계를 이용하려고 한다. 또, 일부는 그 정치인을 통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고자 한다. 이 관계를 더욱 견고히 하거나 때론 무너뜨리는 것은 바로 돈이다.

강력한 선거법과 정치자금법을 만들어 이런 폐단을 막고자 했지만,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의혹들을 보면 적어도 아직까지 이 관계를 완전히 무너뜨리지 못한 것이다.

아버지의 친구, 형의 아는 형, 친한 동생의 삼촌 등으로 맺어진 양평의 ‘끈끈한 인간관계’에 대한 경종이 울렸다. 제발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는 30~40년 전 과거로 회귀하지 말길 바란다. 이젠 우리도 21세기에 살아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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